2011-09-02 | 방사능 통제

Editor’s Comment

2011년 거대한 쓰나미가 야기한 방사능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내년 봄이면 후쿠시마의 오염수는 태평양으로 방류될 것입니다. 2011년 그해 가을, 함부르크 독빌 페스티벌에는 100명의 방사능 병정들이 등장했습니다. 루스인테르툽스는 고개를 숙인 채 어딘가로 향하는 방사능 처리 요원들의 모습을 통해 방사능의 안전 신화가 무너진 현실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초록빛 풀밭 한복판, 작업복을 입은 100명의 “방사능 병정”들이 어딘가로 향해 간다. 등판의 방사능 표시와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어딘가 불안하다. 루스인테르툽스(Luzinterruptus)의 최근작 ‘방사능 통제(Radioactive Control)’의 모습이다. 빛(luz)으로 도시 공간 곳곳에 개입해왔던 그들이, 이번 작업에서는 당면한 방사능 위기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지난 3월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 안전신화 역시 무너졌다. 루스인테룹투스는 인스톨레이션을 통해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시각화하는 한편,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과 남용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루스인테르툽스의 ‘방사능 통제’는 지난 달, 함부르크에서 열린 독빌 페스티벌(Dockville Festival)에서 전시되었다. 

www.luzinterrup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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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1 | 2009 인덱스 어워드 ‘일’ 부문 수상작: kiva.org

Editor’s Comment

1년 전 오늘 인덱스 어워드의 ‘놀이’ 부문 수상작에 이어, 이번에는 ‘일’ 부문을 수상한 kiva.org를 다시 만나봅니다. 키바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이트입니다. 삶을 바꾸기 위한 씨앗 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이에 돈을 빌려줄 사람을 연계합니다. 한 사람이 빌려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5달러. 물론 기부가 아니라 엄연한 대출입니다. 그렇게 모인 금액이 누군가에게는 배달용 밴을 구입 대금이, 누군가의 대학교 학비가, 누군가에게 여성 수공예인을 한 명 더 채용할 자금이 되죠. 키바는 지금도 운영 중이고, 대출 상환률은 96%이라고 합니다. 

“삶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2009 인덱스 어워드의 수상작 리뷰.

www.indexaward.dk


kiva.org

부문: 일(Work)
디자인: kiva.org 
지역: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삶을 변화시키는 대출.” 2005년 맷 플래너리와 제시카 재클리는 마이크로 파이낸싱 네트워크 ‘키바(kiva.org)’를 설립했다. 키바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상에서 개인 대 개인의 소액 대출을 연계하는 사이트이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 그들에게 씨앗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들 모두가, kiva.org에서 만난다. 

키바 네트워크에는 5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올려둔 프로필과 사업계획이 공개되어 있으며, 이들의 정보를 지역이나 성별, 업종 등에 따라 검색해 원하는 사업자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키바는 총 100여 개의 소액대출 파트너 사와 네트워크를 구축, 온라인 상에서 개인 대 개인이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개인이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25달러. 일견 적어 보이는 돈이지만, 십시일반으로 작게는 몇 십 달러에서 많게는 몇 천 달러까지, 누군가의 희망 대출 금액을 채워나간다.

자금 대출 기간은 대부분 6~12개월 사이. 대부 기간이 종료되면 빌려주었던 금액을 되돌려 받게 된다. 현재 키바의 대출금 상환율은 무려 98%. 이렇게 상환 받은 돈은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8천 7백만 달러의 자금이 세계 곳곳 개인사업자들의 희망이 되었다.  

(좌측) 인덱스 어워드 ‘일’ 부문 수상자, 프레말 샤(Premal Shah)
photo by Martin Bubandt

한편 올해 초 미국이 키바의 52번째 대출국가로 지정되며 찬반양론이 일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에 대출을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셌지만, 키바의 공동설립자 맷 플래너리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우리는 흔히 빈국과 부국이 있고,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걸어나가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사는 키바 대출자를 만날 수도 있다.”

www.kiv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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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 풍경을 러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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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계단식 논, 리세의 튤립 농원, 스트래스모어의 전원… 디자이너 리즈 유웨스가 러그 위에 올린 풍경들입니다. 정확히 조감의 시점으로 내려다 본 지상의 모습이 러그에 재현되었습니다. 그의 이 러그 시리즈는 2009년 100% 퓨처 전시에서 소개되었죠. 

ⓒ Liz Eeuwes 

전원의 풍경을 러그에 담다. 캐나다 출신의 디자이너 리즈 유웨스(Liz Eeuwes).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디자인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녀의 첫 번째 컬렉션은 바로 러그 시리즈. 조감 시점으로 바라본 전원의 풍경을 러그 위에 옮겼다. ‘스트래스모어(Strathmore)’는 스코틀랜드의 시골을, ‘리세(Lisse)’는 튤립 농장을, ‘발리(Bali)’는 계단식 논의 풍경을 담고 있다. 풍부한 색감과 텍스처 속에 아름답게 재현된 풍경이 인상적이다. 

‘리세(Lisse)’ – 튤립 농장  
ⓒ Liz Eeuwes 
‘발리(Bali)’ – 계단식 논이 이루는 풍경
ⓒ Liz Eeuwes 
‘스트래스모어(Strathmore)’ – 스코틀랜드의 시골 풍경
ⓒ Liz Eeuwes

리즈 유웨스는 세심한 제작 과정을 통해, 해당 지역의 모습과 감성을 정확히 포착하고자 했다고. 이렇게 탄생한 그녀의 러그들은 저 높은 곳에서 어딘가를 내려다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리즈 유웨스의 러그 시리즈는 2009 ‘100% 퓨처’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 Liz Eeuwes 

www.lizeeuwe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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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 MIT 미디어 랩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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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변화’라는 테마가 더해진 시기였습니다. 여기 MIT 미디어 랩의 시각 아이덴티티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린 에일과 강이룬은 시스템으로서의 아이덴티티라는 개념으로, 일정한 요소가 무한히 변주되는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그렇기에 매번 달라지면서도 하나의 기반을 공유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탄생했죠. 

가변형 아이덴티티의 또 다른 사례. 올해 초 설립 25주년을 맞아 MIT 미디어 랩이 새로운 시각 아이덴티티를 공개하였다. 새 아이덴티티는 고정된 하나의 로고가 아닌, 로고들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하나의 알고리듬이라 할 수 있다. “갖가지 배경을 지닌 창의적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곳. 새 시각 아이덴티티는 MIT 미디어 랩이 이루는 커뮤니티에서 착안되었다.” 그린 에일(The Green Eyl)과 강이룬(E Roon Kang)은 시스템으로서의 아이덴티티라는 해법을 통해, 동일성과 특유성이 공존하는 시각 아이덴티티를 제시하였다.

로고 속에는 조명 박스와 유사한 세 개의 형태들이 등장한다. 랩 구성원 개인을 상징하는 이들 형상이, 배치와 색상을 달리하며 하나의 로고를 이루는 것. 변화의 양태는 거의 무한대여서, MIT미디어 랩 구성원들이 각자의 로고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이다. 함께 개발된 맞춤형 웹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로고를 선택, 이를 개인 명함, 웹사이트, 레터헤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상 콘텐츠에 활용할 애니메이션형 로고를 위해 맞춤형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개되었다. 변화무쌍 로고 시스템과 맞춤형 도구들. MIT 미디어 랩의 시각 아이덴티티는 이 모두를 의미하는 셈이다. 

media.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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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9 | 몰스킨의 “브랜드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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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첩은 본래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된 것은 이탈리아의 한 회사가 이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입니다. 바로 ‘몰스킨’의 이야기입니다. 2006년 이탈리아에서 다시 프랑스 브랜드로 되돌아간 몰스킨 소식을 계기로, 그해 오늘은 몰스킨의 부활의 밑거름이 된 배경을 살펴보았습니다. 모도 앤드 모도는 100년 동안 예술가들의 친구였던 이 수첩의 역사와 유산을 되살렸고, 애호가들은 기꺼이 몰스킨의 자발적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놀라운 성공을 두고 “브랜드 고고학”이라 불렀죠. 

몰스킨 브랜드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르 피가로(Le Figaro)〉에 의하면, 프랑스의 한 회사가 몰스킨 브랜드를 되찾기 위해 투자한 돈은 무려 미화 9천만 달러, 한화로는 약 900억 원에 이른다. 몰스킨은 원래 프랑스 회사가 소유한 브랜드로, 소규모 제지업을 하던 장인에 의해 생산되었다. 1986년 장인이 죽자 몰스킨은 그 찬란한 전통과 수많은 이야기를 뒤에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1998년 오랫동안 잊혀졌던 몰스킨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고 있던 한 작은 회사에 의해 재생산되기 시작했고,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버려진 브랜드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누린 이 회사의 이름은 ‘모도 앤드 모도(Modo and Modo)’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몰스킨
image: moleskine.com

몰스킨의 디자인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몰스킨은 검은색 양장에 프렌치 바닐라 컬러의 내지, 그리고 노트가 펼쳐지지 않도록 커버에 부착되어 있는 밴드가 곧 트레이드마크이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둘러싼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모도 앤 모도의 공동 대표인 프란체스코 프란체스키(Francesco Franceschi)와 마리오 바루치(Mario Baruzzi)는 몰스킨을 둘러싼 역사와 이야기들에 주목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몰스킨은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와 어네스트 헤밍웨이, 장 폴 사르트르 등 수많은 예술가들과 탐험가,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사랑을 받았다. 헤밍웨이는 몰스킨에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했고, 고흐는 그의 유명한 그림들을 스케치했으며, 사르트르는 한 시대를 이끌 사상을 메모했다.

한 애호가의 몰스킨
image: pedalpower, flick.com 

몰스킨의 이야기는 애호가와 소비자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었다. 이들은 몰스킨을 사랑했던 역사적인 명사들의 뒤를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몰스킨에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웹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몰스킨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바로 이러한 애호가 집단에 의한 자발적인 마케팅에 있었다.

한 웹사이트는 몰스킨의 성공을 두고 ‘브랜드 고고학(brand archeology)’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수명이 다해버린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발굴해내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제품의 가치와 신뢰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몰스킨은2005년 한 해 동안 4백 5십 만개가 팔려나갔으며, 총 수익은 7천만 유로에 이른다.

http://www.moleskine.com
http://www.moleskinerie.com
[Le Figaro] Les carnets Moleskine redeviennent franc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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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 토털 리콜, 데이터에 담긴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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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전자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소속 컴퓨터과학자 고든 벨은 이를 목표로 1998년부터 자신의 삶을 디지털 아카이브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삶을 “e-기억”의 대상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다면적 분류 방식을 바탕으로 한 “총체적 기억”. 고든 벨과 짐 게멜의 서적 『토털 리콜』은 질문합니다. “만일 우리가 살아가며 노출되었던 그 모든 정보에, 계속해서 접속할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과학자 고든 벨(Gordon Bell)은 동료와 함께 ‘마이라이프비트(MyLifeBit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벨의 전 인생을 디지털로 기록하려는 시도였다. 그가 행했고 보았고 썼고 먹었고 느꼈던 모든 것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고든 벨은 사진, 기록, 편지, 일기 등 생활의 편린 모두를 저장했다. 고든 벨의 인생은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숫자로 요약된다.

그는 222,173개(24.5GB)의 웹페이지를 방문했고, 총 225권(4.5GB)의 책을 읽었으며, 156,041통(0.6GB)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작성한 파워포인트 문서는 2,776건(8.1GB), 촬영한 사진의 수는 56,282(24.9GB)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은 진정한 “토털 리콜”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그의 서적 『토털 리콜 Total Recall』은 소위 “e-기억”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장 매체들의 용량이 늘어나고, 생활을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매체들이 다각화되면서, 마치 고든 벨이 그러했듯 인생을 디지털 아카이브화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장만이 아니라 저장된 기록을 어떻게 불러내는가이기도 하다. 고든 벨은 자신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다면적인 분류 방식을 통해서라면, 신체기반 기억보다 더욱 창조적인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이야기하는 “토털 리콜”이다. “만일 우리가 살아가며 노출되었던 그 모든 정보에 계속해서 접속할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고든 벨, <토털 리콜>

via w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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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5 | 베이루트 전시 센터 아이덴티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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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루트 전시 센터는 레바논을 비롯해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영리 기관이었습니다. 센터의 아이덴티티는 두 개의 언어로 이뤄져 있었으니, 아랍어와 영어입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은 메리 슈에이터는 두 가지 언어 각각의 타이포그래피 규칙을 모두 다듬어, 어느 한 언어의 문자가 다른 한 쪽에 억지로 순응하지 않도록 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 아이덴티티의 간판 버전은 센터의 건축 디자인과도 연결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죠. 

레바논 베이루트 전시 센터(Beirut Exhibition Center)는 베이루트를 비롯하여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성격에 걸맞게, 센터의 시각 아이덴티티는 두 개의 언어로 이뤄져 있다. 아랍어와 라틴어의 시각적 형식들을 고려한 맞춤형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디자이너 메리 슈에이터(Mary Choueiter)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기초로,  L.E.F.T. 아키텍츠와 함께 센터의 시각 아이덴티티/간판을 디자인했다. 타이포그래피의 측면에서, 베이루트 전시 센터의 시각 아이덴티티는 두 개 언어의 시각적 형식을 서로 비추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일방적으로 순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시각 아이덴티티의 간판 버전이 센터의 건축 디자인과도 조응한다는 점이다. 시각 아이덴티티 자체의 디자인은 물론 실제 간판의 소재나 마감이 골이 진 채로 주변 환경을 반영하는 거울 마감의 파사드와 매끄럽게 연결된다. 메리 슈에이터의 표현대로 “건물의 시각적 진술을 구현하는” 디자인이다. 

메리 슈에이터의 베이루트 전시 센터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코어77 디자인 어워즈 그래픽/브랜딩/아이덴티티 부문 차점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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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 필립스, 미래의 식생활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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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필립스의 ‘디자인 프로브’는 당대의 사회적 흐름을 주시하여 가능한 미래 생활의 양상을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09년도의 주제는 ‘음식’이었는데요. ‘디자인 프로브’는 개개인 맞춤형 식생활을 가능케 하는 부엌, 음식을 출력해 내는 프린터, 거실로 옮겨온 텃밭과 양식장이라는 세 가지 미래 식생활의 콘셉트를 제시했습니다. 

필립스 디자인, 음식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필립스의 ‘디자인 프로브(Design Probes)’ 프로그램, 그 최신 주제는 바로 음식이다. 디자인 프로브는 정치, 경제, 환경, 기술, 문화 등 주요 영역에서 출현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주시하며, 그 가운데 미래의 전환이 될 수도 있을 “미약한” 신호들을 찾아, 연구하고 가능한 미래의 형태를 상상해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필립스 디자인 프로브가 주목한 테마는 음식. 필립스 디자인은 음식이 우리의 식탁에 도달하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을 거치는지, 또 그 음식물을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섭취하는지에 주목했다. 이러한 과정에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연관되어 있는데, 가령 치료제가 아닌 예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은 훌륭한 예방약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여기에 유기농 작물에 대한 선호, 유전자 조작 작물에 대한 우려, 농작지 사용 패턴, 식량 부족 및 농작물 가격 상승 등의 이슈들도 감지된다. 디자인 프로브는 이들 사회적 트렌드를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의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진단 부엌(Diagnostic Kitchen)

‘진단 부엌’은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정확한 식단을 제공한다. 필요한 영앙 성분을 효율적으로, 또 정확하게 섭취하기 위해, 디자인 프로브는 미래의 부엌에 음식 스캐너와 분석 센서를 들여 놓았다. 일일 권장 섭취량과 같은 일반적인 정보를 넘어, 개별 음식의 성분을 분석하여, 맞춤형 식이 생활을 가능케 한다. 

음식 출력(Food Printing)

“분자요리가(molecule gastronomist)”라 불리는 요리사들은 요리를 분자 단위에서 사고하며, 조리를 음식의 분해 및 재조립의 과정으로 전환시켰다. 디자인 프로브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 ‘음식 프린터’라는 콘셉트를 내놓았다. 마치 3D 프린터처럼, 이 프린터는 주요 식이 성분들을 재료로, 이를 원하는 형태로 “출력”하여 음식을 완성한다.

거실 농장(Home Farming)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로 커져가는 요즘, 텃밭은 간단하게나마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디자인 프로브는 이 텃밭을 거실 안으로 옮겼다. ‘거실 농장’은 생태계의 축소 버전과도 같아서, 생선, 갑각류, 해조류에서 식물까지 이 모두를 실내 안에서 기를 수 있는 기기를 제안한다. 

필립스 디자인의 이들 콘셉트는, 작년 10월 개최된 더치디자인위크에서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세컨드라이프 및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도 공개되었다.

www.design.phili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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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 레고를 든 건축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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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매거진 098호는 ‘장난감’ 특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획이 진행되었습니다. 편집부는 런던의 유명 건축사무소 여러 곳에 ‘레고 아키텍처’ 세트를 안겨, 그것으로 새로운 건축 모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2011년 오늘의 소식에서 확인해보시죠.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 중 ‘낙수장(Falling Water)’ 

건축과 가장 친연한 장난감이라면 역시 레고(LEGO)가 아닐까?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의 출시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콘 ICON> 매거진 최근호에 흥미로운 레고 건축 모형들이 등장했다. <아이콘>은 런던의 몇몇 건축사무소에 레고 상자를 안겼다. 기존 ‘레고 아키텍처’ 세트를 가지고 새로운 건축 모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렇게 기존 모형들을 해체하고 뒤섞고 재조립하여 만든 레고 건축물들이 <아이콘> 98호에 소개되었다. 

아트모스 스튜디오(Atmos Studio)

아트모스 스튜디오(Atmos Studio)는 ‘낙수장’ 모형을 불에 구워 경관과 구조물을 한 덩어리로 만들었고, 아디아예 어소시에이츠(Adjaye Associates)는 백악관을 파사드와 지하 벙커로 축소시켰다. 포스터+파트너스(Poster + Partners)는 ‘낙수장’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레고 세트를 뒤섞어 수직적인 도시 경관을 창조하기도. 아마도 가장 급진적인 결과물은 FAT 의 모형일 것이다. 그들은 ‘낙수장’ 모델을 분해하여 배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브로드에이커 시티’를 연상시키는 도시 마스터플랜을 제안하였다. 

레고를 든 건축가들. 그들의 작업을 아래 <아이콘> 매거진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시길.

[ICONEYE] Lego models remade in Icon 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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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2 | ‘필립 스탁 하우스 플랜’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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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제 케이스 안에는 필립 스탁이 설계한 집의 건축 노트, 설계도, 건축 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망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용물도 있었으니, 바로 ‘스탁 하우스’를 지을 권리입니다. 이름하여 ‘필립 스탁 하우스 플랜’은 그가 설계한 집을 직접 짓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한정판 키트였습니다. 2006년 아파트먼트 테라피에서는 고유번호 501번의 키트를 2,000달러에 판매했죠.

아파트먼트 테라피(Apartment Therapy)에 ‘필릭 스탁 하우스 플랜(Philippe Starck House)’이란 상품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올라왔다. 이 상품은 필립 스탁이 1994년에 건축한 ‘스탁 하우스(Starck House)’의 건축 노트와 설계 도면, 건축 과정을 담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 망치 그리고 목재 케이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키트를 구입하는 사람은 ‘스탁 하우스’를 건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데, 저작권으로 치자면 복제권 정도를 얻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독특한 상품은 과거에 한정판으로 출시된 것으로, 각 키트에는 일련의 고유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아파트먼트 테라피에 올라온 상품의 고유번호는 501로 미화 2,000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베이(e-bay) 사이트에도 일련번호 321인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데, 현재 즉시 구매가로 2,199 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필립 스탁은 ‘스탁 하우스’를 두고 자신이 디자인한 건축물 중 최고라고 자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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