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5 | 2009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즈

Editor’s Comment

런던 디자인뮤지엄이 주최하는 연례 디자인 시상식의 2009년도 수상 결과를 다시 만나봅니다. 건축, 패션, 가구, 그래픽, 인터랙티브, 제품, 운송 등 총 7개 부문에서 ‘올해의 디자인’이 선정되었는데요. 노르웨이 오슬로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콜롬비아 메데인의 케이블카까지, 2008년의 디자인을 되돌아보는 기회입니다. 

지난 12월 공개된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오브 더 이어’의 부문별 수상작, ‘2009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즈(Brit Insurance Design Awards 2009)’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부문 별로 각각 한 개의 작품, 총 7개의 작품이 올해 디자인 어워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도네시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생산된 나무 케이스 라디오에서, 셰퍼드 페어리의 오바마 포스터까지. 이들 수상작은 동시대 디자인의 오늘을 드러내는 동시에, 세계적 차원에서 디자인이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한다. 올해의 수상작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건축 부문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New Oslo Opera House)’
설계: 스뇌헤타(Snøhetta) 
클라이언트: 핀란드 문화부(Ministry of Church and Cultural Affairs)
국가: 노르웨이 

Photo: birdseyepix.com/Christopher Hagelund.

오슬로시 안에서도 바다와 면한 자리에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발레 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2000년 노르웨이 문화부는 이 건축물을 위한 국제 설계 공모전을 계최했고, 공모전에서 당선된 스뇌헤타는 노르웨이의 문화를 전시하는 무대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할 만한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의 꼭대기에서 바다까지, 막힘 없이 연결된 동선을 통해 역동적인 공공 공간을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마치 건물이 바다로 뛰어들 것만 같은, 그러한 드라마틱한 각도 덕분에, 방문객들은 지상 레벨에서도 건물 전체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으며, 더불어 지붕에서는 놀라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아름답게 설계된 건축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시의 살아 있는 일부로서,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위한 공간이지만, 비단 오페라 애호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즐겁게 방문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되었다. 바다에서 오페라 하우스 지붕까지, 그 모든 공간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선사한다”고 평가했다.


패션 부문

‘보그 이탈리아: 블랙 특집호(Italian Vogue: A Black Issue, July 2008)’
기획: 보그 이탈리아 
발행: 콘데 나스트(Conde Nast)
국가: 이탈리아 

2008년 7월, <보그 이탈리아>는 ‘블랙’이라는 이름의 특집호를 발행했다. 표지를 장식한 흑인 여성모델들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달의 <보그 이탈리아>는 패션 산업에 있어 인종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잡지에는 세계적인 흑인 모델들은 물론,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흑인 여성들을 집중 조명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탄생했고, 또한 패션 업계에서 흑인 모델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시위도 벌어졌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이 <보그 이탈리아> ‘블랙’ 특집호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특집호에 대한 반응은 엄청나서, 비단 이탈리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잡지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판매고는 40%나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인종주의가 거센 이탈리아에서, <보그 이탈리아>는 그저 인종문제를 영리한 세일즈 전략으로 삼았을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고, 언제나처럼 ‘성공한 흑인 여성’이라는 수사에는 ‘백인만큼’이라는 전제가 숨겨져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보그 이탈리아: 블랙 특집호>를 패션 부문 수상작에 기꺼이 선정했다. 패션 업계에서의 인종 문제를 전면에 배치시키며 그 논쟁을 패션계 바깥으로까지 확산시키며, 수많은 질문들을 촉발시켰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가구 부문

‘미토(MYTO)’ 의자
디자인: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클라이언트: 바스프(BASF)
생산: 플랑크(Plank)
국가: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구 기업, 소재 전문 기업이 한 팀을 이루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미토(MYTO)’는 바로 그 성공적인 협업의 결과물이다.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플란크, 화학기업 바스프가 힘을 합쳐 ‘캔틸레버 의자의 유형학을 재해석하는, 또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 의자’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거의 1년 가까이 바스프의 PBT 수지 소재, 울트라듀어® 하이스피드(Ultradur® Highspeed)의 잠재력을 실험하였는데, 소재에 특유한 밀도, 강도, 점성, 열성형성을 최대한 활용해, 액체 플라스틱을 사출하여 모노블록 플라스틱 의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디자인 고전을 만들어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토’는 그 어려운 목표를 이미 달성했는지도 모른다. 엄격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캔틸레버 플라스틱 의자가 탄생했다. 성공적인 균형감, 기능성과 우아한 감성의 조화. 디자이너와 가구 기업, 화학 기업의 파트너십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래픽 부문

‘버락 오바마 포스터(Barack Obama Poster)’
디자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국가: 미국 

“만일 ‘올해의 포스터’ 부문이 존재한다면, 응당 이 작품이 꼽혀야 마땅하다.” 셰퍼드 페어리의 버락 오바마 포스터는 2008년 미국 대선의 상징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프로퍼간다 스타일의 작품으로 유명했던 페어리는, ‘아티스트 포 오바마’ 캠페인에 합류하여 포스터 한 장을 내놓았다. ‘진보’, ‘희망’이라는 단어와 함께 결합된 오바마의 초상은 유권자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어 셰퍼드 페어리는‘변화’, ‘투표하라’와 같은 비공식 포스터들을 선보이며, 자발적인 선거 자금 모금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 포스터는 2008년 미국 대선을 둘러싼 어떤 문화적 모멘텀을 그려보이고 있다. “마치 대통령 후보의 캠페인 연설이 잃어버린 웅변의 미학을 되살린 것과 마찬 가지로, 이 포스터는 목적을 잃어버렸던 포스터라는 형식에 새로운 삶을 불어넣었다.” 심사위원들의 설명처럼, 이 포스터는 풀뿌리 단계에서 이상과 포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증명하였고, 그리하여 마침내 “한 시대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그 이상의 작품”이 되었다.


인터랙티브 부문

‘메이크 매거진(Make Magazine)’ 
발행: 오라일리(O’Reilly)
국가: 미국 

뒷마당이나 지하실 혹은 차고 안에서 무엇인가 놀라운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메이크>는 DIY 문화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잡지라 할 수 있다. 단지 기성품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만들기’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메이크>는 여느 DIY 사이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정보와 다양한 영감의 근원들을 제공해 왔다. 심사위원들은 <메이크>에 대해 “실행가능성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가치까지 담보한 ‘만들기’, ‘맞춤화(custumization)’의 비범한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제품 부문 

‘마그노 나무 라디오(Magno Wooden Radio)’ 
콘셉트 & 디자인: 싱기 S 카르토노(Singgih S Kartono)
생산: 자바 지역 주민(locals in Java)
국가: 인도네시아 

소재에 대한 존중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나무 라디오 ‘마그노’. 하지만 이 라디오의 특별함은 제품 자체에 머무르지않는다. 여기에는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 라디오를 디자인한 싱기 수실로 카르토노(Singgih Susilo Kartono)는, 이 라디오로 칸단간 지방 경제에 도움이 될 방책을 모색했다. 그의 목표는 라디오 생산을 통해 도시에 의존했던 지역 경제에 자립성을 불어넣는 것. 마을 사람들은 라디오 생산에 관련된 몇 가지 기술을 익혔고, 여기에 주민들 사이에 전해 오던 목공예 기술이 어우러졌다.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를 소재로, 그렇게 라디오 ‘마그노’가 탄생했다. 

심사위원들은 ‘마그노 나무 라디오’가 보다 넓은 맥락의 지속가능한 디자인, 즉 지역경제를 위한 지속가능한 인프라구조를 마련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 작은 라디오에 주목했다. 


운송 부문 

‘라인-J 메데인 메트로 케이블카(Line-J Medellin Metro Cable)’  
디자인 & 생산: 포마(Poma), 프랑스 
클라이언트: 메트로 데 메데인 Ltda.
국가: 콜롬비아

케이블카는 주로 스키 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운송수단이지만, 적어도 콜롬비아 메데인시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메데인시의 케이블카 노선 ‘라인-J’는 케이블카가 훌륭한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메데인시 외곽 언덕에는 파벨라, 즉 달동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 외곽일 뿐만 아니라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의 주민들이 도시를 오가기란 영 어려운 일이었다. 메데인시의 ‘J-라인 메트로 케이블카’는 바로 이곳 주민들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스키장에서나 볼 수 있던 케이블카를 재유용한 놀라운 사례로, 교외의 빈민층을 위한 새로운 교통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기꺼이 이 케이블카를 운송 부문 수상작에 선정했다.

이들 7개 수상작은 모두 나름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09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드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이야기’들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수상작들에 관해 “디자인이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도구로서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라 설명한다. 이들 7개 수상작은 이제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을 두고 다시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2008년 수상작 ‘OLPC’에 이어 올해는 과연 어떤 작품이 수상하게 될지? 수상작은 3월 18일 디자인 뮤지엄에서 개최되는 어워드 만찬 자리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www.designsofthey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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