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0 | 아이티를 위하여

Editor’s Comment

거대한 자연 재해 앞에서 사람은 작고 무력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재난의 잔해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죠. 지난 15일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인근의 해저 화산 하파이가 폭발했습니다. 통신 두절로 몇일이 지나서야 피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가운데, 예상보다 인명 피해는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섬들을 뒤덮은 화산재로 인해 식수난이 심각하고, 또 구호를 위한 접근도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부디 더 큰 피해 없이 구호와 복구가 이뤄지길 바라며, 오늘은 10년 전 대지진이 강타했던 아이티의 재건을 위해 복구 계획을 발표했던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봅니다. 

아이티에 찾아든 비극의 소식은 지난 한 주, 세계를 내내 안타깝게 했다. 생존자 수색과 부상자 치료, 구호 물품 공수 등 긴급 구호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음하는 아이티에 다시 삶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재건도 준비해야 한다. 비영리 건축 디자인 단체,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Architecture for Humanity)가 지난 16일 아이티 재건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재건이란 그리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 사전 계획 평가 및 피해 분석에만 1년이 걸리며, 토지 거주권과 건물 소유권을 정리하는 데만도 6개월에서 5년까지 걸린다. 게다가 세계에서 답지하는 수많은 선의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이미 카트리나 허리케인, 츠나미 피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절실히 경험했다. 

구글 어스로 바라본 아이티 지진 이전/이후의 모습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가 제안하는 복구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필요한 것은 지역 인력 센터다. 재건 작업을 위한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의 인적 자원과 건축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클라이언트가 만나는 곳이자, 디자인으로 재건을 도우려는 자원 건축가들과 지역의 풀타임 인력들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전문적인 설계와 건축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알게 되고, 건축가는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도 지역의 조건과 상황에 맞는 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지역 인력 센터는 재건 계획에 연속성을 부여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 사회와 단체에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게 된다.

한편 지역 인력 센터는 교육과 공유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의 <재건축 101 매뉴얼>, <방진 건축 매뉴얼>을 번역하여 배포하고, 한편 재건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에게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건축 기술을 교육한다. 적어도 새롭게 건축될 건물들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야 한다. 구호가 긴급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재건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이 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 

동시에 센터는 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공개하여, 누구나 필요한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2006년 TED상 수상을 계기로, 오픈 아키텍처 네트워크를 열었다. 이 곳의 모든 자료들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를 따른다. 아이티 재건 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자료와 작업물 역시 공유될 것이다. 이는 다른 단체들이 진행하는 건축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앞으로 또 닥칠 지 모르는 재난에 대응하는 근거 자료가 된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자신들이 아이티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개인들이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나섰다. 누군가는 돈을 기부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디자인을 기부한다. 물론 더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 “만일 우리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면 도와주십시오. 아니면 이 계획을 훔쳐가셔도 됩니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를 방문하면, 아이티 재건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Architecture For Humanity] Haiti Quake Appeal: Long-term Reco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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