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에서 유리로’: 원석으로 만드는 천연 색 유리

프로젝트 ‘원석에서 유리로(From Stones to Glass)’. © Salomé Maarek

예루살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살로메 마렉(Salomé Maarek)이 원석을 활용하여 천연 색유리를 만드는 프로젝트 ‘원석에서 유리로(From Stones to Glass)’를 선보였다. 마렉은 이스라엘 각 지역의 원석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과정에서부터 유리 제조, 가공 공정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유리를 착색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은 환경에 유해하다. 게다가 유리에 한번 색을 입히면 다시 투명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마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 각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사용하기로 했다.

천연 색유리. © Salomé Maarek

일반적인 유리 착색 공정을 대체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마렉은 지질학자 나봇 모래그(Navot Morag)의 도움을 받아 원석으로 천연 색 유리를 제작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의 네게브(Negev) 사막, 엘리아트(Eilat) 사막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탄산칼륨, 나무, 구리, 모래, 광물 등을 구했다. 이 재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컬러의 천연 색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렉은 실제 유리와 유사한 질감을 표현하려했다.

천연 색유리. © Salomé Maarek

수집한 원석을 기계로 부수어 가루를 만들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몰다바이트의 초록, 터키석과 인디고라이트의 파랑, 전기석의 노랑, 호박의 주황색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산화규소, 탄산수소 나트륨, 백운석, 붕사를 용기에 담고 원석 가루를 섞어 유리를 착색한 후 약 1,200℃의 낮은 온도에서 몇 시간 동안 녹이면 천연 색유리가 완성된다. 이 유리는 핸드 블로운 기법으로 모양을 잡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틀을 사용한 블로운 기법을 적용하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천연 색유리를 사용한 주얼리 제품. © Salomé Maarek

마렉은 ‘원석에서 유리로’ 프로젝트로 제작한 천연 색유리를 사용하여 주얼리 제품을 디자인했다. 광물로 만든 천연 유리는 모양을 잡거나 깎고, 자르고, 뚫는 것이 자유로워 다루기 어려운 고가의 보석이나 희귀 원석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천연 색 유리는 다시 녹일 수가 있기 때문에 재사용이 가능하고 최대 5톤의 충격이나 온도의 변화를 균열 없이 견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Designer: Salomé Maarek

© designflux.co.kr

강예린

지구에 이로운 디자인이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결국 어디로 버려질까요? 호기심이 많은 초보 연구자입니다. 모든 광고 문구에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것, 누군가 소외되지 않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6-02 | 친환경 ‘전시디자인’

2009년 쿠퍼휴잇에서 열린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뮤지엄 측은 그러한 전시에 걸맞은 ‘전시디자인’을 모색했죠. 쿠퍼휴잇의 엘렌 럽튼이 말하는 친환경 전시를 위한 친환경 전시디자인 이야기는 여전히 눈여겨 볼 만합니다. 

2011-08-02 | ‘311 스케일’

2011년 3월 11일의 일을 시각 형식으로 전합니다. 일본디자인센터가 연 웹사이트 ‘311 스케일’은 대지진으로 시작해 쓰나미,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재난의 정보를 그래프로 재현하여 보여줍니다. 그래프는 숫자의 중립적인 재현 방식이라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석의 편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311 스케일’은 이 점을 인정하되, 정보를 극화하거나 의견을 덧붙이는 일을 피하며 최대한 정확하게 정보를 차분히 전달합니다. 반갑게도 ‘311 스케일’은 아직도 운영 중입니다. 오랜만에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2010-03-11 | 책이 된 우표

2008년 말 네덜란드의 우체국 로얄 TNT는 디자이너 리카르트 휘턴에게 우표 디자인을 의뢰합니다. 이듬해에는 그것이 ‘북위크 기념 우표’면 좋겠다고 덧붙였죠. 그리하여 책을 닮은 우표가 태어났습니다. 북위크(Boekenweek)라는 단어를 책으로 만들어 그 사진을 표지로 삼아, 8페이지 분량의 책 모양 우표를 만든 것이죠. 실제로 500 단어 분량의 짧은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2011-10-28 | 헬프의 새 포장 디자인

의약품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까요. 헬프라는 이름의 제약 회사는 많은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포장, 평문으로 된 증상을 강조한 제품명처럼 말이죠. 2011년 헬프는 “테이크 레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미니멀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되 시각성을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