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7 | 아이와 함께 가는 카페

Editor’s Comment

어린이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이곳의 방침이라고 말하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출입해서는 안될 장소는 물론 있고 또 있어야 하겠지만, 그곳이 식당이고 카페라면 그래도 괜찮을지요. 곳곳에 노키즈존이 자연스레 자리한 지금, 2010년의 ‘베이비 카페’ 소식을 되돌아봅니다. 물론 어린이와 보호자를 정확히 겨냥한 가게라는 점에서, 어린이도 환영한다는 예스키즈존과는 결이 다른, 그러니까 그냥 키즈존 개념에 가까운 카페입니다. 그리고 넨도는 이러한 기조를 아주 큰 것과 아주 작은 것으로 공간 디자인에 구현했지요.

오모테산도에 카페 하나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유아차[1]를 끌고 들어서도 겸연쩍지 않은, 아이와 보호자를 위한 카페. 디자이너 넨도(Nendo)의 최신 프로젝트, ‘도쿄 베이비 카페’이다. 이곳에는 그림책과 장난감, 놀이방, 수유 및 기저귀 갈기를 위한 개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통로는 유아차가 쉽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널찍하며, 조명 스위치나 문 손잡이는 아이들의 키를 훌쩍 넘는 자리에 달려 있다.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카페[2]. 장소의 콘셉트가 명확한 만큼, 실내 디자인은 부모와 아이, 그러니까 몸의 크기가 다른 두 사용자 층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 다른 눈높이로 주변을 바라본다. 어른들에게는 테이블 위가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테이블 아래가 중요하다.” 

all photos by Jimmy Cohrssen

넨도는 두 시선을 고루 수용하기 위해, ‘극도로 큰’ 것과 ‘아주 작은’ 것들로 실내를 꾸몄다. 가령 수유용 소파는 그 자체로 놀이방이 될 만큼 크다. 반면 기저귀 갈기용 테이블은 여느 것보다 훨씬 작다. 여기에 창문도, 전구도 큼직한 것과 작은 것이 짝을 이루어 부모[3]와 아이처럼 보인다. 

부모와 아이라는 테마는 이처럼 카페 곳곳에 숨어 있다. 어른들의 눈은 좀처럼 닿지 않지만, 테이블 아래를 누비는 아이들이라면 보게 될 테이블 아랫면에는 모자견의 사진들이 숨어 있다. 넨도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도 부모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www.nendo.jp

ⓒ designflux.co.kr


[1] 원문 수정: 유모차 -> 유아차

[2] 원문 수정: 모자 카페 ->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카페

[3] 원문 수정: 엄마 -> 부모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사막의 20cm 농부, 아씨드봇

메마른 사막 위에 씨앗을 심는 작은 농부, ‘아씨드봇(A’seedbot)’은 사막의 풍경을 가꾸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약...

2010-07-26 | 빠이롯트 핸드라이팅

활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글자는 곧 손글씨와 동의어였습니다. 문자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은 필기구를 쥔 손이었고, 글자와 손의 주인은 일대일의 대응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육필이라는 말이 존재하듯이요. 하지만 글씨를 쓰는 손 대신 자판을 치는 손이 우세해졌고, 심지어 글자마저 지면을 떠나고 서체마저 물리적 몸체를 벗어나 디지털화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한 와중에 ‘손글씨 디지털 폰트’ 류가 글씨 쓰는 손과 자판을 치는 손의 공존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12년 전 오늘의 소식 ‘빠이롯트 핸드라이팅’도 그랬습니다.

2007-05-10 | 달빛 감응 가로등

에너지 절약과 가로등이라는 주제의 공모전이라고 하면 이라면 예상 가능한 제안은 아마도 태양광 발전 가로등일 테죠. 하지만 여기 2007년 〈메트로폴리스〉지의 차세대 디자인 공모전의 수상작은 오히려 달빛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달빛에 감응해 가로등의 밝기를 조절하는 가로등. 에너지도 절약하면서 조명 공해에서도 한발 물러선 영리한 제안입니다.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 2021 밀라노 가구박람회

지난 9월 10일에 막을 내린 2021 밀라노 가구박람회의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The Lost Graduation Show)’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