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탄생은 멀리 6~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같은 기능으로 이처럼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2010년 MoMA의 건축·디자인부가 부호 ‘@’를 영구 소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며 실물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소장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을 만족”하며, 더불어 기존의 부호를 전유해 새로운 쓰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디자인 행위”를 보여준다고,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설명합니다.
이메일 주소마다 반드시 들어 있으며, “골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부호. MoMA의 건축·디자인부가 ‘@’를 영구 소장품 목록에 올렸다. 3월 22일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otnelli)가 MoMA 블로그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부호를 소장한다니? 혹여 그렇다고 해도 @를 과연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파올라 안토넬리는 이번 소장 결정의 배경을 차근히 설명한다. 설치작품은 물론이고 퍼포먼스까지도 소장의 대상이 되는 만큼, 어떤 오브제의 실제 소유가 소장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 덕분에 이제 큐레이터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또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소장할 수 없었던 것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는 소장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을 모두 만족한다. 그저 실제의 물건이 아닐 뿐이다.”
그리고는 @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본래 @은 6~7세기부터 사용되었던 부호로, 당시 ‘at, to, toward’ 등 여러 가지의 의미를 축약하였다. 이후 1885년 아메리칸 언더우드 타자기 자판에 등장하였고, 1963년에는 ASCII 코드에도 포함되어, ‘at, at the rate of’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는 그리 잘 사용되지 않는 부호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는 전적으로 다른 기능을 부여받게 된다.
파올라 안토넬리는 @의 역사에 있어 결정적인 인물로 레이 톰린슨을 꼽는다. 인터넷의 전신 ‘아르파넷(ARPAnet)’ 개발에 참여했던 그는 특히 메시지 전송과 관련된 작업을 맡고 있었다. 아르파넷을 통해 여러 대의 컴퓨터들이 처음으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게 된 것이다. 1971년 10월 그는 최초의 이메일에 @ 부호를 사용했다. ‘사용자명@기관/컴퓨터/서버명’ 등으로 구성된 이메일 주소 형식이 탄생한 것이다.
기존의 부호를 전유하여 재이용하는 것. MoMA는 이것이 “디자인 행위”라고 단언한다. 톰린슨은 @에 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선사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 혁신 과정에서 @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이메일 주소 등에 사용되며 뛰어난 경제성을 자랑했다. 부호 본연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MoMA의 @ 소장 결정은, 이 부호에 담긴 ‘디자인 행위’를 겨냥한다. 그래서 @은 앞으로 다양한 서체 버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파올라 안토넬리는 말한다. “기존 소장품에 소재 정보를 기입하듯, 앞으로 @에 해당 서체의 이름을 명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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