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8 | 테크노크래프트

Editor’s Comment

퓨즈프로젝트의 디자이너 이브 베하가 큐레이터가 되어 18개월 간 동시대 ‘만들기(making)’의 양상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청사진, 해킹, 미완성, 모듈이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말이죠. 2010년 YBCA에서 열린 전시회 ‘테크노크래프트’ 소식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미술센터(YBCA;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가 주목할 만한 디자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테크노크래프트(TechnoCRAFT)’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지우는 디자인계 경향을 다루며, 대량생산의 시대, 몰개성의 상품들 속에서 다시금 부상하는 ‘개인성’을 주제로 삼았다. 

핵심은 만들기(making)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대량생산사회의 등장은 곧 대량소비사회의 등장을 의미했다. 이를 기점으로 개인은 소비자로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대신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사람이 되었다. 만들기의 전통은 공예와 같은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남아 있다. 이러한 구도가 여전히 지배적이라 할지라도, 최근 다시금 되살아나는 ‘만들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업들은 개인화, 맞춤화를 통해 대량생산사회 속에 개성의 공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더 나아가 디자인계에서는 만들기의 새로운 의미를 공유하는 움직임들이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킹, 오픈소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사회적, 기술적 트렌드를 배경으로, 만들기라는 행위의 아이디어와 도구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테크노크래프트’는 디자인과 시장에서 진행되는 만들기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전시는 여섯 가지 주제들로 구성된다. 온라인 티셔츠 숍 스레드리스(Threadless)의 사례에서 보듯,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은 집단의 선택과 재능을 디자인 개발 과정 속에 끌어 들인다. 한편 푸마의 몽골리안 바비큐(Monglian Barbeque)처럼 사람들에게 제품의 생산 또는 맞춤화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플랫폼(Platforms)’ 섹션에서는 오픈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청사진(Blueprints)’은 완제품 대신 아이디어를 제공 또는 판매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다룬다. 엔초 마리의 1974년도 프로젝트, ‘자급자족 디자인(Autoprogettazione)’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해킹(Hacks)’ 역시 흥미로운 경향 가운데 하나다. 해킹은 디자인계에서 기존 디자인의 변용 행위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사용자들이 일상제품을 마음대로 변형시켜, 기존 제품에 새로운 모습 또는 기능을 부여하는 사례들은 가구에서 악기, 자전거, 아이폰 등 다양한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임스 해킹(Eames Hack)의 유아용 식탁 의자

한편 의도적으로 완성을 미룬 디자인도 주요한 경향 가운데 하나다. ‘미완성(Incompletes)’은 사용자를 위한 여지를 미리 남겨둔 디자인들을 다룬다. 완성은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다. 마레인 판데르 폴이 드로흐를 통해 선보인, ‘두 힛’ 의자처럼 말이다. 전시의 마지막 주제는 ‘모듈(Modules)’이다. 지적으로 설계된 모듈은, 깜짝 놀랄 만한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크바드라트를 통해 출시된 부룰렉[iii] 형제의 ‘구름’은 모듈식 디자인의 멋진 사례 가운데 하나다.

로낭 & 에르완 부룰렉(Ronan & Erwan Bouroullec), ‘구름(Clouds)’, 크바드라트(Kvadrat)

예르바 부에나 미술센터는 이번 전시를 위해 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Yves Behar)를 큐레이터로 초빙했다. 전시기획자로서의 이브 베하의 선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테크노크래프트’의 묘미일 것이다. 전시는 7월 11일 개막한다.

www.ybca.org

© designflux.co.kr


[i] 번역 수정: 자가디자인 → 자급자족 디자인

[ii] 표기 정정: 마레인 판 더 폴 → 마레인 판데르 폴

[iii] 표기 정정: 부훌렉 -> 부룰렉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8-09-23 | 허브 스탠드

오늘은 소품 소식입니다. 집에서 간단한 채소를 길러 먹는 홈파머를 위한 주방 소품 ‘허브 스탠드’입니다. 노르만 코펜하겐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여러 종류의 채소를 나눠 기를 수 있는 여러 개의 화분과 수확을 위한 가위가 한묶음을 이룹니다. 홈파밍에 대한 관심은 2020년 팬데믹을 지나며 한층 커졌다고 하지요. 가전 제품의 형태로 나아간 가정용 식물재배기도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2010-09-27 | 마크 뉴슨: 운송

신발, 자전거, 자동차, 요트, 제트기, 우주선. 이들의 공통점은 ‘탈것’이라는 점입니다. 신발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탈것일 테니까요. 2010년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전시회 ‘운송’이 열렸습니다. 그가 디자인하였던 ‘사람을 싣고 어딘가로 가는 것’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그곳이 길 위든 저 멀리 우주든 말이지요.(...)

2010-06-16 | 2010 DMY 어워즈 수상자

DMY 베를린 국제디자인페스티벌의 시상 프로그램인 ‘DMY 어워즈’의 2010년 수상작을 돌아봅니다. 투명 테이프를 거미줄 삼아 지은 ‘건축물’을 선보인 포 유즈/누멘과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시를 선보인 로잔공과대학과 로잔예술디자인대학의 공동 연구소 EPFL+ECAL랩, 그리고 자신을 비추는 테이블 조명 시리즈를 선보인 다프나 이삭스와 라우렌스 만더르스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2009-12-31 | 2009 디자인플럭스 뉴스 리뷰

한 해의 마지막 날답게, 2009년 디자인플럭스의 12월 31일자 뉴스는 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는 리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매달의 주요 뉴스들로 돌아본 2009년 12개월의 이야기. 이 리뷰를 빌어, 디자인플럭스 2.0도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2022년은 올해보다 다정한 해가 되기를 또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