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의 마지막 프로젝트 ‘마스타바’

‘마스타바’와 크리스토, 2012. ©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 Photo: Wolfgang Volz

지난 2월 초, ‘마스타바가 드디어 현실화된다’는 몇몇 언론의 보도로 인해 프로젝트가 다시 화제가 되었는데, 이에 대해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 재단 관계자는 “아직 아랍 에미리트 정부의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여 오류를 정정했다.

이번 소동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게 된 ‘마스타바(The Mastaba)’는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가 아부다비의 사막에 구축하기 위해 1977년에 처음으로 구상한 프로젝트이다. 높이 150미터, 길이 300미터, 너비 225미터의 이 초대형 사다리꼴 조각(구축물)을 사막에 세우는 야심찬 기획이다. 이 구축물에는 이슬람 건축의 다채로운 모자이크가 도입되는데, 이를 위해 총 41만 개에 달하는 다채로운 컬러의 철제 드럼통이 사용된다. 이 구조가 완공되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넘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현대 조각 작품이 될 것이다.

피라미드와 ‘마스타바’의 크기 비교. ©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마스타바에 사용되는 철들의 각 위치와 색상은, 1979년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가 아랍 에미리트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에 직접 고른 것이다. 그리고 이 초대형 조각의 입지 후보지로는 아부다비에서 남쪽으로 약 160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리와 사막(Liwa desert)이 선정되었다.

‘마스타바’를 세울 후보지를 찾고 있는 크리스토와 잔느-클로드, 1982. ©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 Photo: Wolfgang Volz

2007-2008년,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는, 마스타바의 제작과 구조의 실행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스위스, 미국, 영국, 일본 4개국의 대학교*와 협력 계약을 맺었고, 그 후 각 대학별로 독립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후 독일의 엔지니어링 회사 슐라이흐 버거만 파트너에게 4팀의 연구 보고서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였고, 그 중 호세이 대학교 팀의 콘셉트가 기술적으로 가장 적합하고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평평한 지면 위에 하부구조와 배럴로 층을 쌓은 뒤, 2주 동안 10개의 엘리베이터 타워를 이용하여 전체 구조를 각 위치로 들어 올리는 방법으로, 전체 공사 기간은 최소 3년이 소요된다.

‘마스타바’의 설계 과정과 스케치, 2012. ©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 Photo: André Grossmann

마스타바는 2020년 크리스토가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완성한 마지막 프로젝트로,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의 대규모 공공 예술 작품 중 유일하게 영구 보존된다. 그리고 이들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자금으로 운영된다. 크리스토의 바람대로 마스타바는 2021년에 공개되었던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Wrapped)’을 감독한 블라디미르 야바체프(Vladimir Yavachev)가 수행할 예정이다.

크리스토와 ‘마스타바’ 그림, 1984. © 1984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 Photo: Wolfgang Volz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Zurich),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케임브리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호세이 대학교(Hosei University)

christojeanneclaude.net

©designflux.ac.kr

이서영

디자인 우주를 여행하던 중 타고 있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목적지를 잃고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이 넓은 디자인 우주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근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마다 착륙해 탐험하고 탐험이 끝나면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다음 별로 출발해보려 합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10-21 | 던지세요

어제에 이어 또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던지는’ 카메라죠. 베를린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요나스 페일은 36개의 카메라 모듈을 내장한 공 모양의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생김새가 지시하는 대로 카메라를 공중으로 던지면, 36개의 모듈이 동시에 사진을 촬영해 완벽한 파노라마 사진을 완성하죠.

2010-08-04 | 비행 도시

유서 깊은 도자 기업과 현대미술가가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님펜부르크 처음으로 협업을 청한 '미술가'는 카르슈텐 횔러입니다. '비행 도시'는 20세기 초 러시아의 구성주의 건축가이자 미술가인 게오르기 크루티코프가 구상한 동명의 도시 구상 그리고 1894년 찰스 베넘이 발명한 흥미로운 색상 착시 장난감을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통상의 제품 형식과 '설치 작품'의 형식 두 가지로 결과물을 선보였지요. 오늘은 도자 기업과 미술가의 흔치 않은 만남을 다시 살펴봅니다.

2008-06-17 | 데니스 귀도네의 시계 디자인

디자이너 데니스 귀도네에게 시계는 그를 알린 중요한 아이템이었습니다. 2008년 소개된 ‘오라 우니카’는 시계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으로, 낙서처럼 보이는 불규칙한 선이 시침과 분침의 역할을 합니다. 하나로 연결된 선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와 분은 각기 다른 기판을 통해 움직이는데, 그것이 실현 가능한 메커니즘인가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던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우연과 추정을 통해 드러나는 시간이라는 발상이 도발적”이라며 ‘오라 우니카’의 제품화를 기대하기도 했지요.

2008-10-20 | 필름 카메라의 귀환

무엇인가가 주류로 부상할 때, 그것에 의해 밀려난 것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시기와 클래식 카메라, 로모, 토이 카메라 등이 인기를 누린 시기가 비슷했던 것처럼요. 2008년 일본의 슈퍼헤즈가 내놓은 ‘블랙버드, 플라이’도 그러한 맥락에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