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8 | 잊혀진 의자들

Editor’s Comment

뮤지엄 오브 로스트 인터랙션은 영국 던디대학교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자인 학과 재학생들이 만든 온라인 박물관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인터랙션 고고학자”가 되어, 한때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커뮤니케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기들을 연구하고 발굴하였고, ‘잊혀진 의자들’도 그렇게 태어난 전시 중 하나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뮤지엄 오브 로스트 인터랙션 웹사이트도 전시 페이지도 사라졌지만, 오늘의 옛 뉴스를 통해 강령술 의자에서 조명 쇼 의자까지, 잊혀졌던 기묘한 의자들을 다시 만나 봅니다.  

스코틀랜드의 뮤지엄 오브 로스트 인터랙션(The Museum of Lost Interaction)에서 흥미로운 전시회 ‘잊혀진 의자(Forgotten Chairs)’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인터랙션이라는 용어가 정립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인터랙티브 의자 디자인을 발굴해 대중에 공개한다. 전시 작품은 멀게는 1870년도 ‘배로우 흔들의자(The Barrow Rocker)’에서부터 가깝게는 1968년에 제작된 조명쇼 의자에까지 이른다. 그 중에는 가보로 전해져 온 개인 소장품도 있고, 안타깝게도 소실되고 없는 작품을 자료에 의거해 복원한 재현물도 있다. 

‘판타스마고리아(The Phantasmagoria)’, 1905

당대 유명했던 영매 플로라 쿡(Flora Cooke)이 발명한 의자로, 강령술 모임에 사용되었다. 앉은 이는 손과 발을 금속 전도체 부분에 대고 일종의 전기적 회로를 완성시킨다. 이론적으로 앉은 사람의 영적 에너지를 죽은 이들과의 접촉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사용한다. 의자 앞에는 종이가 있는데, 영혼들은 이 종이를 통해 강령술 참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이 의자는 1908년 플로라 쿡이 세상을 떠난 후 소실되었다. 

‘기차 의자(The Locomotive Chair)’, 1936

기차광이었던 엔지니어 레지널드 클랩(Reginald Clap)이 만든 ‘기차 의자’다. 실제 기차처럼 달리지는 않지만,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을 보는 ‘경험’을 시뮬레이션 한다. 기차칸의 창문처럼 생긴 스크린에는 풍경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는데, 의자 팔걸이 부분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영상의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기차의 경적소리까지 낼 수 있는 손잡이도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차 의자’는 값비싼 제작 비용과 까다로운 구조 때문에 실제 제품으로 생산되지는 못했다. 

‘TV 시청 의자(The Home Viewing Chair)’, 1956

1950년대 TV는 지배적인 매스미디어로 부상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버드의 텔레비전 서비스(Bud’s Television Service)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버디 그레이(Buddy Gray)는 오늘날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가정용 ‘TV 시청 의자’를 만들어냈다. 리모트 콘트롤이 부착된 안락의자와, ‘Admiral DZ-1314’이라는 TV 세트와 미니어처 필름 영사 시스템이 장착된 풋레스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의자는 5일간 5달러의 가격에 임대되었는데, 오늘날의 온라인 무비 렌털 서비스와도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싯 다운, 튠 인, 드랍 아웃(Sit down, Tune in, Drop out)’, 1968

‘빛의 형제(Brotherhood of Light)’는 1960~70년대 멀티미디어 및 조명 기술자들의 그룹으로, 혁신적이면서도 인터랙티브한 조명쇼 디자인을 맡았던 집단이다. 당시 더 후, 지미 헨드릭스, 도어즈, 산타나와 같은 뮤지션들이 이들의 조명을 공연에 사용했다. 1968년 이들은 가정에서 ‘개인 조명쇼’를 즐길 수 있는 의자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반응을 시험한 후, 1969년 마침내 ‘마크 파이브(Mark Five)’를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부대 전시 행사에서 선보였다. 

이 의자는 후원자들과 지미 헨드릭스 같은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지만. 하지만 이 의자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의자를 ‘구매’하는 데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듯 하다. 결국 제품 생산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의자라는 특정한 아이템에 담긴 인터랙션 디자인의 역사. 큐레이터인 그레이엄 풀린(Graham Pullin)의 설명처럼 “모바일 기기의 시대 속에서, 이들 작품에 담긴 스케일과 마법은 미래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흥미로운 디자인 고고학의 사례들을 선사하는 ‘잊혀진 의자’ 전은 뮤지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잊혀진 의자’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6-09-14 | 지난 40년 미국 최고의 잡지 표지 40선

2005년 10월 17일, 미국잡지편집인협회는 ‘1965년부터 2005년까지, 지난 40년 역대 최고의 잡지 표지 40선’을 꼽았습니다. 당대와 긴밀하게 호흡하는 잡지 매체의 표지에 담긴 역사 그리고 어떤 표지들이 거둔 탁월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지요. 디자인플럭스에서는 이 40개의 표지 목록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2007-06-15 | ‘세컨드 사이클’, 70년 전의 가구를 되살리다

70년 전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온 가구들이 다시 생산자의 품으로 돌아와 ‘두 번째 주기’를 기다립니다. 오늘의 소식은 2007년 아르텍과 톰 딕슨이 전개한 ‘세컨드 사이클’입니다. 아르텍은 1935년 이후 150만 개 넘게 판매된 알바 알토의 ‘스툴 60’을 비롯해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을 학교, 공장, 조선소, 플리마켓 등지에서 찾아내, 다시 ‘신제품’으로서 선보였습니다. 의자가 주를 이루었던 처음과 달리 현재는 비단 아르텍의 가구만이 아닌 유무명의 디자인 소품, 조명, 그림까지, 더 많은 오래된 물건들이 ‘세컨드 사이클’에 합류하였습니다.

2007-10-25 | 메탈 셔터 하우스

뉴욕 웨스트 첼시의 아트갤러리 지구에 자리한 이 11층짜리 주거용 건물은 차분하고 반듯하지만, 동시에 동적인 면모를 지녔습니다. 건물의 전면에 달린 천공을 낸 금속의 셔터가 닫힘과 열림을 통해 건물에 새로운 인상을 부여합니다. 개별 가구에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빛을 조절하는 실용적인 요소이면서, 건축적으로는 변화하는 외벽이라는 개념의 구현이기도 했죠.

2006-12-15 | 로고들의 무덤

‘로고 R.I.P.’는 지금은 사라진 그러나 고전이라 할 로고들을 기념합니다. 책으로, 웹사이트로, 또 묘지의 비석으로도 말이지요. 암스테르담에서 브랜딩 컨설턴시인 더 스톤 트윈스를 함께 운영하는 쌍둥이 형제, 데클란 스톤과 가렉 스톤은 AT&T에서 제록스에 이르기까지, 사멸한 로고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차 부고 기사 속 생애의 요약처럼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