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디자인 프로브는 필립스가 운영했던 미래 라이프스타일 연구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소개했던 2010년의 ‘메타모포시스’에 이어 2011년 필립스가 구상한 미래의 집은 미생물을 이용한 자급자족의 집입니다. ‘미생물의 집’이 그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래된 요소들입니다. 토기로 된 증발식 냉장고라던가 벌통 그리고 쪼그려 앉는 재래식 변기처럼요.
필립스가 2011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에서 ‘미생물의 집(Microbial Home)’ 콘셉트를 공개했다. 미래 생활양식 연구 프로그램 ‘디자인 프로브(Design Probes)’의 일환으로, ‘미생물의 집’은 순환적 생태계로서의 집을 제시한다. 음식 준비, 에너지, 폐기물, 개인 위생, 배설물 관리의 순환적 연결. 가령 부엌의 음식물 쓰레기와 화장실의 배설물이 가스레인지, 온수기를 작동시키는 에너지원이 된다. 미래의 집을 그린 콘셉트이지만, 필립스는 화려한 기술과 편의를 약속하기보다 자연에 더 가까운 생활을 제안한다. ‘미생물의 집’은 에너지는 덜 소모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미래 생활의 전략들로 이뤄져 있다.
식탁과 냉장고, 텃밭이 한데 결합되었다. 토기로 된 증발식 쿨러가 전기 없이 음식을 냉장한다.
부엌에서 온 온수 파이프가 토기 표면을 데워, 물을 증발시켜 내용물을 차갑게 만드는 방식.
한편 머리 위 화분에서는 신선한 야채들이 자라고 있다.
가정용 벌통으로, 입구쪽의 화분대와 유리 용기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통 안에 벌집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 실제 벌들이 집을 짓는 뼈대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벌들을 다시 도시로 불러들일 가정용 벌집. 물론 꿀이라는 달콤한 보너스도 빼놓을 수 없다.
형설지공이 더 이상 옛이야기가 아니다.
‘바이오 조명’은 생체발광을 이용한 조명으로, 불기유리로 만들어진 셀 안에 박테리아들이 살며 빛을 낸다.
기존 조명에 비하면 아무래도 어둡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역시 이 조명의 의의이다.
욕실 전체가 건강을 살피는 의사가 된다.
가령 거울 뒤 센서가 피부와 눈의 상태를 살피고, 내쉰 숨을 포착하여 식습관이나 구강 상태를 파악한다.
샤워 역시 머리카락이나 몸에서 씻겨진 물질들을 분석하는 과정이며, 변기는 배설물로 몸 속 건강을 진단한다.
‘미생물의 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가 변기이다. 보통의 좌변기와는 달리, 재래 방식이라 여겨지는 쪼그려 앉는 변기를 채택한 것.
숯과 모래, 도자 성분의 필터 층이 오폐물을 걸러내고, 이렇게 정화된 물을 화분에 전달한다.
하지만 왜 굳이 쪼그려 앉기 변기일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변기의 형태와 결장암 발병률 사이에 상관 관계가 엿보이는 바, 재래형 변기를 사용하는 지역에선 결장암 발병률이 낮다.
물론 쪼그려 앉기가 장운동을 활성화시키는 자세라는 장점도 있다.
물병, 포장 등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분리 배출하는 대신, 아예 집에서 처리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넣은 후, 크랭크를 돌리면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기계 밑에 모인다.
여기에 강력한 효소를 지닌 곰팡이가 기다리고 있다. 몇 주에 걸쳐 곰팡이가 플라스틱 조각들을 완전히 분해한다.
이론상으로는 이 균사체에서 식용 버섯이 자랄 수 있다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먹을거리가 되는 셈이다.
필립스 디자인 프로브의 최신 연구, ‘미생물의 집’은 오는 30일까지 피트 헤인 에이크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아래 디자인 프로브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문하면, ‘미생물의 집’에 대한 정보와 함께, 콘셉트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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