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한 의자, ‘폴리프롭’의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2010년 타계했습니다. 동료이자 아내였던 텍스타일 디자이너 루시엔 데이가 세상을 떠난 지 약 9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전후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작업을 ‘폴리프롭’을 중심으로 되돌아봅니다.
평범함 속에 깃든 경이로움. 누군가는 이를 ‘수퍼노멀’이라, 또는 ‘험블 마스터피스’라 부른다. ‘폴리프로필렌 의자(Polypropylene chair)’도 분명 그런 디자인들 중 하나다. 어디에나 존재하며 매일의 풍경을 이루는 소박한 의자. 1963년 처음 생산된 이래 지금까지1,400만 개가 팔려 나간 그야말로 “몬스터셀러”이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 의자는 20세기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우표에도 등장한 바 있다.
바로 그 의자 ‘폴리프롭’의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지난 9일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로빈 데이라는 이름은 1948년 뉴욕 MoMA가 개최한 국제 저가 가구 디자인 공모전에서 그가 1등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듬 해 가구회사 힐(Hille)에 입사한 그는 곧 디자인 디렉터로서 힐의 제품 전반의 디자인을 책임졌다.
‘폴리프로필렌 의자’는 세계 최초의 폴리프로필렌 의자로, 대중 시장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힐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단 하나의 몰드로 1주일간 4천 개의 의자가 생산되었을 만큼, ‘폴리프롭’의 생산 속도는 빨랐다. 형태에 깃든 단순성과, 정직한 기능 그리고 새로운 대량생산 기술의 결합. <디자인 테크놀로지>는 이 의자에 “20세기의 민주적 모던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폴리프롭’은 세기가 바뀐 지금에도 계속해서 힐의 대표 상품으로서 생산, 판매되고 있다.
아내이자 평생의 동료였던 텍스타일 디자이너 루시엔 데이(Lucienne Day)와 함께, 이들 부부는 전후 영국을 디자인한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 톰 딕슨이 그들의 초창기 디자인을 재출시하면서, 데이 부부의 작업에 대한 재조명이 진행되었고, 2001년에는 대규모 회고전이 바비컨 미술관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그들의 디자인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컨템포러리 데이스: 로빈 & 루시엔 데이, 영국을 디자인하다 Contemporary Days: Robin and Lucienne Day Design the UK >가 첫 상영되었다.
[The Independent] Robin Day: Designer best known for his Polypropylene stacking 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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