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2 | 긴축, 긴축, 긴축

Editor’s Comment

쾅고(quango)는 정부가 상급 인사를 임명하고 재정지원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반관반민의 기관들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다소 경멸적인 어감이 깔려 있지요. 가령 국내 일간지의 칼럼에서 이 단어는 이렇게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공공기관을 쾅고라고 조롱기 섞어 부르는 영국에선 같은 날 192개의 쾅고를 없앴다고 발표했다. 쾅고는 유사자치 비정부기구라는 뜻이다.” 국내의 공공기관 운영이 방만하다며, 영국의 쾅고 폐지를 속시원하다는 뉘앙스로 언급한 것이죠. 그런데 이때 사라진 기관 중 하나가 바로 영국 건축·건축환경위원회(CABE)입니다. 긴축의 칼바람 앞에서 문을 닫거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기관들의 사정이 남의 나라에서 소위 ‘사이다’ 삼을 만한 일이었을까요.

지난 달 말, BBC가 입수한 영국 국무조정실의 문서 하나가 공개되었다. 독립 공공기관들에 대한 심사용 문건으로, 대상 기관들의 폐지 또는 통합 여부가 심사 결과에 따라 가려질 것이었다. 심사 대상 가운데는 디자인 카운슬과 건축·건축환경위원회(CABE) 등 디자인 관련 독립공공기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가 재정지출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5%의 예산이 감축됨에 따라, 독립공공기관들에 대한 지원 역시 축소되었다. 문화미디어체육부는 총 55개 독립기관들 가운데 19개 기관을 폐지 또는 개선한다고 밝혔다. 

CABE(+웹아카이브)는 이번 심사 결과 직격탄을 맞았다. 문화미디어체육부는 CABE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CABE 측은 지난 몇 달 간 정부 측과 함께 예산 감축 방안을 논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철회라는 결과를 맞이한 데 대해 “쓰라린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디자인 카운슬은 조금 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앞으로 문화미디어체육부 대신 비즈니스혁신기술부의 지원을 받게 된 것. 디자인 카운슬은 이제 공식적으로 비정부공공체(NDPB)가 아니라, 왕실 칙허에 따른 자선단체의 지위를 얻어, 앞으로 비영리 독립기관으로서 운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IS가 운영하는 비정부공공체 및 독립기관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Design of Voice #1 낯선 세계에서 발견하는 공통의 감각 – 『서울의 엄마들』 돌봄, 그 행위와 가치에 대하여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일까지 그만둬야 한다고?’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어느 날, 한 기사를 보고 적잖게 놀랐다. 바로 ‘돌봄노동’에 관한...

요리를 위한 주방: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2

베를린과 비엔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크마라.로진케(Chmara.Rosinke)가 2022년 6월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밀라노 디자인...

CCTV에 안 잡히는 옷

독일의 디자인 스튜디오 베르텔오버펠(WertelOberfell)은 가상 공간에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옷을 개발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그노툼(Ignotum),...

2011-05-04 | 우표 x 증강현실

현실 세계에 가상의 객체가 겹쳐지는 증강현실 기술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한층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표 위에 건물이 솟아오르는 일도 가능해졌죠. 2011년 암스테르담의 광고회사 검모는 TNT 포스트의 의뢰로 증강현실 우표 세트를 선보였습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다섯 개의 건축물이 자그마한 우표 위에서 구현됩니다. 모두 아직 세워지지 않은 건물들이라는 점에서 증강현실 기술에 더욱 어울려 보였죠.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