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4 | MoMA, @를 소장하다

Editor’s Comment

탄생은 멀리 6~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같은 기능으로 이처럼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2010년 MoMA의 건축·디자인부가 부호 ‘@’를 영구 소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며 실물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소장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을 만족”하며, 더불어 기존의 부호를 전유해 새로운 쓰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디자인 행위”를 보여준다고,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설명합니다.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 ‘@’, 1971
– ITC 아메리칸 타자기 서체 버전. 1970년대 초 ‘모델 33 텔레타입’에 사용된 서체와 가장 유사한 것이다.

이메일 주소마다 반드시 들어 있으며, “골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부호. MoMA의 건축·디자인부가 ‘@’를 영구 소장품 목록에 올렸다. 3월 22일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otnelli)가 MoMA 블로그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부호를 소장한다니? 혹여 그렇다고 해도 @를 과연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파올라 안토넬리는 이번 소장 결정의 배경을 차근히 설명한다. 설치작품은 물론이고 퍼포먼스까지도 소장의 대상이 되는 만큼, 어떤 오브제의 실제 소유가 소장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 덕분에 이제 큐레이터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또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소장할 수 없었던 것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는 소장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을 모두 만족한다. 그저 실제의 물건이 아닐 뿐이다.”

그리고는 @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본래 @은 6~7세기부터 사용되었던 부호로, 당시 ‘at, to, toward’ 등 여러 가지의 의미를 축약하였다. 이후 1885년 아메리칸 언더우드 타자기 자판에 등장하였고, 1963년에는 ASCII 코드에도 포함되어, ‘at, at the rate of’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는 그리 잘 사용되지 않는 부호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는 전적으로 다른 기능을 부여받게 된다.

파올라 안토넬리는 @의 역사에 있어 결정적인 인물로 레이 톰린슨을 꼽는다. 인터넷의 전신 ‘아르파넷(ARPAnet)’ 개발에 참여했던 그는 특히 메시지 전송과 관련된 작업을 맡고 있었다. 아르파넷을 통해 여러 대의 컴퓨터들이 처음으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게 된 것이다. 1971년 10월 그는 최초의 이메일에 @ 부호를 사용했다. ‘사용자명@기관/컴퓨터/서버명’ 등으로 구성된 이메일 주소 형식이 탄생한 것이다.

기존의 부호를 전유하여 재이용하는 것. MoMA는 이것이 “디자인 행위”라고 단언한다. 톰린슨은 @에 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선사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 혁신 과정에서 @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이메일 주소 등에 사용되며 뛰어난 경제성을 자랑했다. 부호 본연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MoMA의 @ 소장 결정은, 이 부호에 담긴 ‘디자인 행위’를 겨냥한다. 그래서 @은 앞으로 다양한 서체 버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파올라 안토넬리는 말한다. “기존 소장품에 소재 정보를 기입하듯, 앞으로 @에 해당 서체의 이름을 명기할 것입니다.”

[MoMA] @ at MoMA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디자인 노트 : 큐레이터의 역사 연구

“배넘(Reyner Banham)은 내 연구에 두 가지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는 역사 연구의 다양성에 대한...

2009-06-22 | 토르트 본체, RCA 제품디자인과 학과장에

“그가 최근에 RCA 제품디자인 학과장이 된 것 아시죠?” 2009년 아르테크니카의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인터뷰 중에 언급했던 그 소식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토르트 본체가 2009년 RCA 제품디자인 과정 학과장에 선임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그는 RCA의 제안을 수락하며, 스튜디오를 처음 열었던 도시인 런던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2011-01-13 | 덴마크 교도소 설계 공모 당선작

종종 북유럽 국가의 교정 시설이 놀라움과 함께 회자되곤 합니다. 분명 수감을 위한 공간인데, 여느 주거 공간 못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겠죠. 2011년 오늘의 소식은 덴마크의 교도소 설계 공모 당선작입니다. C. F. 묄레르 아키텍츠는 교도소 건축의 주요 유형 중 하나인 방사형 구조를 기반으로 하나의 자족적인 마을처럼 보이는 교도소 시설을 설계하였습니다. 

2009-09-03 | 인타입스, 인테리어의 유형학

1997년 코넬 대학의 잰 제닝스 교수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유형 분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시대, 양식, 문화권에 걸쳐 반복되어 등장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패턴들을 연구하고 분류하여 그것에 일정한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이었지요. 가령 라운지 의자들이 서로 마주한 익숙한 배치(때로 커피 테이블이나 러그가 사이에 놓여 있기도 한)에는 ‘대면(Face to Face)’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2013년에는 두 명의 학부생이 만들어낸 ‘언룸(Unroom)’이라는 신조어가 인타입스에 추가되기도 했지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