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2008년 미국 대선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할 셰퍼드 페어리의 버락 오바마 초상이 이듬해 송사에 휘말렸습니다. 문제는 초상이 AP 통신 소속 사진 기자 매니 가르시아의 사진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송은 2011년 합의로 마무리 되었는데요. NPR의 보도를 빌리면 합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페어리 측은 AP로부터 라이센스 허가 없이 다른 AP 사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양측은 ‘희망’ 이미지와 관련해 서로 협력하고, 포스터 및 관련 상품의 권리를 나누어가지며, 향후 페어리가 AP의 사진을 기반으로 진행할 일련의 작업에 협력한다. 양측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금전적 조건에도 추가로 합의하였다.”
2008년 미국 대선이 낳은 최고의 이미지는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버락 오바마 초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이 초상 이미지는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 초상화의 혼합매체 스텐실 콜라주 버전은 워싱턴 국립초상화갤러리에 영구소장되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타임> 표지를, 이달에는 <에스콰이어>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 초상 이미지가 송사에 휘말렸다는 소식이다. AP 통신(The Associated Press)이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그의 포스터가 AP 통신의 사진기자 매니 가르시아(Mannie Garcia)의 2006년 4월 촬영 사진을 노골적으로 카피한 작품이라는 것. AP 통신의 성명서에 따르면, 그 동안 양측은 법적 조치 없이 이 문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주까지도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 페어리 측의 거부로 협상은 결렬되었다. 결국 AP 통신은 셰퍼드 페어리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셰퍼드 페어리 측은 이번 케이스가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 사용이란 저작권 법에서 허용하는 예외 상황에 관한 개념으로, 과연 2차 작품의 목적이 영리적인가, 사용된 저작물의 양은 얼마나 되는가, 더불어 이 2차 저작물이 원저작물에 미친 경제적 손해는 얼마나 되는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아직은 과연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만일 이번 소송이 AP통신 측의 승리로 마무리된다면, 셰퍼드 페어리의 다른 작품들 역시 이와 유사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에는 기존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한 작업들이 상당수이기 때문.
그러나 적어도 밀튼 글레이저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업 방식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프린트 Print> 와의 인터뷰에서 “내게는 페어리의 작품과 그 원작이 맺는 관계가 그리 편치 않아 보인다. 페어리는 원작과 비교해 자신의 작품이 구분되는 핵심 요소를 새롭게 작품에 더하지도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밀튼 글레이저는 분명 참조와 표절은 구분되어야 하지만, 참조의 경우에도 원작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인다. “가령 나의 작품 ‘딜런’ 포스터의 경우, 나는 이 작품이 뒤샹의 옆얼굴 초상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만일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전유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간주하게 된다면 특히나 학생들에게는 위험한 사례가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편 셰퍼드 페어리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지난 주 그는 보스턴 현대미술협회에서 개최된 자신의 전시회 ‘수요와 공급’의 파티에 참석하러 가던 중, 건물 낙서 혐의로 보스턴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참고로 이 전시의 대표 전시작 중 하나는 역시 오바마 포스터였다.
via unb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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