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 전기 주전자 변주

Editor’s Comment

모두를 위한 동일한 물건을 이상으로 삼는 공산품의 세계에서 특유함은 오차나 불량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함이라 해도 거꾸로 매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디자이너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는 전기 주전자라는 물건을 바탕으로 변주를 시도합니다. 가열체, 손잡이, 뚜껑 등 안전과 관련된 요소는 모두 동일하게, 하지만 용기는 형태도 소재도 색상도 달리하지요. 대량생산된 공산품과 유일무이한 무엇 사이. ‘전기 주전자 변주’입니다. 

순수 산업 제품은 어디까지 변주될 수 있을까.  프랑스의 영 디자이너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Jean Baptiste Fastrez)가 전기 주전자의 변주를 시도한다. 산업 공정의 가장 큰 이점은 대량생산과 표준화에서 비롯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동일한 오브제”라는 산업의 이상에서 특유함이란 오차 또는 불량의 산물일 지 모른다. 그러나 잘못 인쇄한 우표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있듯, 여전히 특유한 단 하나 뿐인 무엇에 대한 열망도 존재한다.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는 ‘전기 주전자 변주(Variations upon an electric kettle)’에서 양자의 하이브리드를 도모한다. 

변주에는 변주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공통의 지반이 반드시 존재한다. ‘전기 주전자 변주’의 경우, 표준화된 산업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열이 이뤄지는 제품인 만큼, 특히 안전 규정과 관련된 요소들을 기초로 삼았다. 가열체, 손잡이, 뚜껑 등은 모든 판본에서 동일하다. 대신 주전자의 또 다른 핵심인 용기가 변주의 대상이다. 유리, 도자 등 소재는 물론 형태와 색상을 달리하는 용기들이 더해져, 동일하면서도 서로 다른 각각의 주전자 판본들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용기는 수공으로 제작되었지만, 공예의 새로운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쾌속조형의 힘을 빌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주전자들은 대량생산품과 유일무이한 제품 사이에 머무른다. 산업과 수공, 기술 미학과 유기적 형태의 하이브리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의 ‘전기 주전자 변주’는  디자인 퍼레이드 6(Design Parade)에서 소개되었으며, ‘디자인 퍼레이드 6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였다.

www.jeanbaptistefastrez.com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7-07 | 아이디어 콘센트 & 플러그 디자인

2009년 RCA 졸업전시회에 등장한 플러그와 콘센트. 각각 다른 사람의 작업이 뜻밖의 한 쌍을 이루었으니, 최민규의 ‘접이식 플러그’와 조지 모어낵의 ‘울트라 리드’입니다. 최민규는 영국의 3핀 플러그를 접이식으로 한층 날렵하게 변모시켰고, 이를 십분 활용한 플러그형 멀티탭도 디자인하였습니다. 조지 모어낵은 각기 다른 형태의 플러그에 대응하는 콘센트를 하나하나 연결하여 연장하는 멀티형 콘센트를 선보였고요. 최민규의 ‘접이식 플러그’ 소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

2007-08-13 | 알루미늄 아이맥

2007년은 아이맥이 처음으로 알루미늄 몸체를 갖게 된 해입니다. 형태 면에서 G5부터 이어져 온 모니터 형태의 일체형 디자인을 이어가되, 재질 면에서는 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과 완전히 단절하고 알루미늄으로 넘어왔습니다. 올해 애플 자체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새 아이맥이 등장하기 전까지, 은색 알루미늄 바디와 검은색 배젤 그리고 전면 하단 로고가 아이맥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은 기존의 인텔 아이맥과 색색의 실리콘 아이맥이 공존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과거의 것이 될 ‘그’ 아이맥의 시작으로 돌아가봅니다.

2007-07-09 | [웹갤러리] SevenRoads.org

디자인플럭스 초창기, 뉴스 속 하나의 코너로 마련되었던 [웹갤러리] 시리즈. 오늘은 그중 책에 남은 출판 라벨을 모은 온라인 아카이브인 세븐로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멀리는 1841년 발행된 책에서부터 지역으로는 여기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운영자들이 수집한 각종 라벨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자 뉴스로 이곳을 소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더욱 반가운 세븐로즈를 만나봅니다.

2011-01-27 | 유선형 디자인의 세계 

전기차들이 단호한 직선으로 자동차의 미래를 시각화하는 요즘입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도로에서 직선이 돋보이는 자동차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죠. 1930~40년대 미국에서 미래는 ‘유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의 형태는 다리미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등장했죠. 2011년 미국 필브룩미술관에서 열린 ‘유선형 디자인: 내일의 세계’는 바로 그 시기의 디자인을 돌아본 자리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