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자 소비에트 공화국의 표어였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21세기 미국의 백화점이 노골적으로 차용합니다. “만국의 소비자여 단결하라!” 그것도 소비에트의 시각적 선전 양식을 빌려서요. 프로파간다 스타일로 유명세를 얻은 셰퍼드 페어리가 디자인한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뻔뻔한 광고를 다시 돌아봅니다.
오바마 열풍과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오른 디자이너가 있으니, 바로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다. 그의 포스터는 뜨거웠던 2008년 대선이 낳은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영리하게도, 삭스 피프스 애비뉴가 2009년 봄 시즌 마케팅 캠페인에 셰퍼드 페어리를 기용했다. 그것도 그의 장기인 프로파간다 스타일을 한껏 살린 ‘소비에트’ 풍 캠페인을 위해!
1월 7일자 <뉴욕타임스>의 ‘만국의 소비자여, 단결하라(Consumers of the World Unite)’는 이 아이러닉한 캠페인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공개된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광고 이미지와 쇼핑백의 모습은 기사의 표현대로 “마치 1920년대 소비에트 연방국의 국영 백화점의 광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컬러 대비 속에, 쇼핑백에는 러시아 글자처럼 디자인된 서체로 “그걸 원해!”라는 문구가 박혀 있고, 백을 멘 여성의 모습 뒤로 “슬라우치 백으로 무장하라”와 같은 문구가 천연덕스럽게 적혀 있다.
프로파간다 스타일이라는 말에는 이미 그것이 지녔던 당대의 정치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껍데기로서만 귀환하는 ‘향수주의’의 산물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것이 “1940년대 공공사업진흥국의 선전 포스터”이건, 소비에트 프로파간다 스타일의 포스터건 간에 말이다. 그러니 기사 말미의 표현대로 “누군가 삭스 피프스 애비뉴가 빨갱이라 고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ew York Times] Consumers of the World Unite
via NOT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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