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2 | 프로파간다 스타일로

Editor’s Comment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자 소비에트 공화국의 표어였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21세기 미국의 백화점이 노골적으로 차용합니다. “만국의 소비자여 단결하라!” 그것도 소비에트의 시각적 선전 양식을 빌려서요. 프로파간다 스타일로 유명세를 얻은 셰퍼드 페어리가 디자인한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뻔뻔한 광고를 다시 돌아봅니다.

오바마 열풍과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오른 디자이너가 있으니, 바로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다. 그의 포스터는 뜨거웠던 2008년 대선이 낳은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영리하게도, 삭스 피프스 애비뉴가 2009년 봄 시즌 마케팅 캠페인에 셰퍼드 페어리를 기용했다. 그것도 그의 장기인 프로파간다 스타일을 한껏 살린 ‘소비에트’ 풍 캠페인을 위해!

1월 7일자 <뉴욕타임스>의 ‘만국의 소비자여, 단결하라(Consumers of the World Unite)’는 이 아이러닉한 캠페인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공개된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광고 이미지와 쇼핑백의 모습은 기사의 표현대로 “마치 1920년대 소비에트 연방국의 국영 백화점의 광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컬러 대비 속에, 쇼핑백에는 러시아 글자처럼 디자인된 서체로 “그걸 원해!”라는 문구가 박혀 있고, 백을 멘 여성의 모습 뒤로 “슬라우치 백으로 무장하라”와 같은 문구가 천연덕스럽게 적혀 있다. 

프로파간다 스타일이라는 말에는 이미 그것이 지녔던 당대의 정치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껍데기로서만 귀환하는 ‘향수주의’의 산물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것이 “1940년대 공공사업진흥국의 선전 포스터”이건, 소비에트 프로파간다 스타일의 포스터건 간에 말이다. 그러니 기사 말미의 표현대로 “누군가 삭스 피프스 애비뉴가 빨갱이라 고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ew York Times] Consumers of the World Unite

via NOTCOT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7-20 | 판톤 의자 커스터마이징

2010년 ‘판톤 의자’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비트라 UK에서 ‘판톤 의자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이 디자인 고전의 재해석을 요청한 것인데요. 그렇게 탄생한 총 31점의 의자는 완전히 해체되어 본래의 형태를 잃기도 하고, 의자의 사명을 버리고 테이블이 되기도 합니다.(...)

2011-10-19 | 타시타 딘의 ‘필름’

타시타 딘은 줄곧 필름을 매체로 활동해온 미술가입니다. “화가에게 물감이 필요하듯 내게는 필름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요. 2011년 그가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필름’은 위기에 처한 필름의 물질성과 특유함을 전면에 드러냅니다. 아날로그 매체로서의 필름을 찬미하는 기념비인 동시에 쇠락해가는 매체의 초상. <가디언> 리뷰는 이를 두고 “오마주이자 레퀴엠”이라 표현하기도 했지요.

2010-03-24 | MoMA, @를 소장하다

탄생은 멀리 6~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같은 기능으로 이처럼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2010년 MoMA의 건축·디자인부가 부호 ‘@’를 영구 소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며 실물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소장에 요구되는 다른 기준들을 만족”하며, 더불어 기존의 부호를 전유해 새로운 쓰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디자인 행위”를 보여준다고,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설명합니다.

Designs for the Pluriverse: Radical Interdependence, Autonomy, and the Making of Worlds

무엇 무엇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붙인 책이 한 둘인가. <사회를 위한 디자인>, <인간을 위한...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