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0 | 오바마, 디자인, 브랜드

Editor’s Comment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유독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그러한 조짐이 드러났죠.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의 포스터가 오바마 캠프의 시각적 상징이 되었고, 그러면서《뉴욕타임스》에는 ‘오바마는 맥, 힐러리는 PC인가?’라는 기사가, 《패스트 컴퍼니》에는 ‘오바마라는 이름의 브랜드’라는 분석 기사까지 실렸습니다. 어떤 ‘현상’이 된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14년 전 오늘의 뉴스에서 다시 만나봅니다.

아티스트 포 오바마(Artists for Obama)’ 포스터 상품. 왼쪽은 셰퍼드 페어리, 오른쪽은 스콧 핸슨의 작품이다. 

어쩌면 미국의 대선은 민주당의 경선보다 시시할지 모른다. 민주당의 경선은 두 ‘최초’간의 대결이었고, 그 결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탄생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치열했던 경선 과정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개인적인 지지 표명의 의미로 만들어낸 오바마 포스터는, 결국 오바마 선거 캠프의 요청으로 포스터, 티셔츠, 배지가 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크리에이티브 리뷰>에 따르면 페어리의 디자인 상품이 벌어들인 금액은 40만 달러에 달한다. 간단히 말해 셰퍼드 페어리의 오바마 티셔츠가 마크 제이콥스의 힐러리 티셔츠에 압승을 거둔 것이다. 

“구글에서 ‘오바마와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라. 힐러리 클린턴이나 존 매케인의 검색 결과와는 사뭇 다른 시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코어77》의 설명대로다. 후자들의 결과는 홈페이지 캡처들이 주를 이루며, 우리가 흔히 ‘정치’하면 떠올리는 그러한 종류의 딱딱한 이미지들을 보여준다.하지만 오바마와 디자인의 경우 아티스트들의 포스터들은 물론, 개인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액세서리까지 보다 활기찬 결과물들을 볼 수 있다. ‘오바마는 맥, 힐러리는 PC’라는 비교까지 나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콧 핸슨(Scott Hansen)이나 셰퍼드 페어리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세련된 작품들, 여기에 지지자들이 보여준 열성적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이 괴이한 비유에 수긍하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이번 경선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을 목도했노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마침내 마케팅에 관한 것이 되었다. 이미지를 투사하고 판매하며, 열망에 불을 지피고, 사람들이 동일시하고 전도사가 되며 마침내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오바마’라는 브랜드의 홍보 과정은,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라 할 수 있다.” – ‘오바마라는 브랜드’, <패스트 컴퍼니> 4월호 

via core77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7-15 | 이번에는 세라믹

전기주전자와 세라믹의 만남. 프랑스의 엘리움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로벤타의 ‘세라믹 아트’입니다. 도자기와 찻주전자는 본래 친연하지만, 그것이 전기주전자일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엘리움 스튜디오는 엘라스토머 소재의 도움을 받아 세라믹과 가전의 안전한 동거를 성취했습니다. 오늘자 뉴스는 현대 도자 산업의 성취와 가능성을 다루었던 전시회 ‘오브제 팩토리’ 이야기와 함께 보아도 좋겠습니다.

전시 ‘빌어먹을 우리 뒷마당 (It’s Our F***ing Backyard)’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뮤지엄(Stedelijk Museum Amsterdam)에서 전시 ‘빌어먹을 우리 뒷마당(It’s Our F***ing Backyard)’이 2022년...

2021-10-18 | 건축가 키쇼 쿠로카와 타계

건축가 키쇼 쿠로카와가 2007년 10월 1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급진적인 건축 운동이었던 메타볼리즘 사조의 선구자로서, 대표작인 나카긴 캡슐 타워는 도시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건축이라는 개념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지요. 그가 떠난 지 14년이 된 지금, 이제 나카긴 캡슐 타워도 퇴장합니다. 타워의 철거 계획은 이미 2007년에 전해졌지만, 건축 50주년을 맞은 올해 실제 철거가 시작된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캡슐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체한 캡슐들은 자리를 옮겨 전시, 숙박 등의 다른 용도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또 타워의 마지막을 담은 기록 서적도 내년 2월 출간된다고요.

2009-09-30 |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의 자명종 시계

자명종 시계의 중요한 기능은 역시나 알림이겠죠.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와 IDEA의 ‘벨’은 그래서 이름도 벨입니다. 기능은 여느 자명종 시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종소리 만큼은 흥미롭습니다. ‘화재 알림 레드’부터 ‘자전거 경적 크롬’, ‘초인종 블랙’ 등 시계의 색상에 따라 종소리의 크기를 달리하였거든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