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해체된 고향(Deconstructed Home)’: 바이오 소재의 재구성

전시 ‘해체된 고향(Deconstructed Home)’ 전경. © Almendra Isabel / Photo : Almendra Isabel

로컬 바이오 소재의 새로운 사용을 보여주는 전시 ‘해체된 고향(Deconstructed Home)’이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갤러리 루트(LOOT)에서 진행 중이다. 덴마크 리서치랩 스페이스10과 갤러리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로컬 바이오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과 쓰임을 연구한 결과를 선보였다. 지난 3월 루트에서 처음 오픈한 이 전시는 향후 멕시코 내에서 순회전을 이어가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 갈 계획이다.

타이나 캄포스(Taina Campos), ‘보호 물품(Articles of Protection)’. © Taina Campos / Photo : Almendra Isabel

디자이너 타이나 캄포스(Taina Campos)의 ‘보호 물품(Articles of Protection)’: 소재 재생 탐구
타니아 캄포스(Taina Campos)는 멕시코 시티에서 멀지 않은 밀파 알타(Milpa Alta) 지역 출신으로, 옥수수를 소재로 사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캄포스는 식품 사업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하는 것을 돕는 로컬 커뮤니티 단체 ‘대지의 여인들(Mujeres de la Tierra)’과 협력하여 작업을 진행했는데, 음식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옥수수를 수확하고 남은 껍질로 제작한 용기를 디자인했다.

베르틴 로페즈(Bertín López), ‘이주하는 물체(Migrating Objects)’. © Bertín López / Photo : Almendra Isabel

베르틴 로페즈(Bertín López)의 ‘이주하는 물체(Migrating Objects)’: 외래 유입 소재 활용
로페즈는 1950년대에 멕시코로 들어온 동남아시아산열대 과일 람부탄으로 가정용품을 디자인했다.지역 생태계에서 한몫을 하는 수입종의 활용 가능성을 소개함으로써 한때 낯설었던 것이 지역의 정체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로페즈는 말한다.

가브리엘 칼빌로(Gabriel Calvillo),  ‘꿀의 집(Homes for Honey)’. © Gabriel Calvillo / Photo : Almendra Isabel

가브리엘 칼빌로(Gabriel Calvillo)의 ‘꿀의 집(Homes for Honey)’: 비인간 종(種)을 위한 디자인
칼빌로는 멜리포나(무침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에 주목하고, 고대 마야 문명에서 수천 년 동안 사용되었던 양봉기술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꿀벌의 밀랍을 사용해 틀을 성형하고 바로 그 곳에서 꿀벌이 서식할 수 있는 조립식 벌집 구조를 디자인했다.

카렌 커스틴 폴레인(Karen Kerstin Poulain), ‘지구와 건물(Building with Earth)’. © Karen Kerstin Poulain / Photo : Almendra Isabel

건축가 카렌 커스틴 폴레인(Karen Kerstin Poulain)의 ‘지구와 건물(Building with Earth)’: 흙 건축 시스템을 연구
폴레인은 나우칼판(Naucalpan) 지역의 흙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콘크리트의 에너지 사용량과 자원고갈을 줄이는 동시에 농업 폐기물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멕시코 화산 지역에서 발견되는 테페테이트(tepetate)와 물 그리고 쌀의 겉껍질을 결합한 합성소재를 만들었다. 저렴한 주거 공간을 짓기 위한 대안이 필요한데, 액체 형태의 흙에서 그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폴레인은 말했다.

팔로마 모란 팔로마(Paloma Morán Palomar), ‘직조가보(Weaving Heirlooms)’
. © Paloma Morán Palomar / photo : Almendra Isabel

팔로마 모란 팔로마(Paloma Morán Palomar)의 ‘직조가보(Weaving Heirlooms)’: 소재의 순환에 주목
이 프로젝트는 실을 만들기 위해 타마린드(콩과에 속하는 나무) 섬유를 사용했다. 타마린드 껍질은 보통 버려지는데, 팔로마는 이 실을 사용해서 러그를 만들기로 했다. 참신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전통 직조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지식의 회복을 위한 팔로마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space10.com

© designflux.co.kr

강예린

지구에 이로운 디자인이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결국 어디로 버려질까요? 호기심이 많은 초보 연구자입니다. 모든 광고 문구에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것, 누군가 소외되지 않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8-09 | 세계 ‘최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아드만 스튜디오에는 ‘최대’의 기록과 ‘최소’의 기록이 있었습니다. 2011년작 <걸프>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세트”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2010년작 <도트>는 “세계 최소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지금은 <걸프>만이 타이틀을 지키고 있습니다. 2018년, 9mm 캐릭터를 제치고 0.3mm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는 광활 그 자체인 300여 평의 야외 공간에서 촬영된 <걸프>를 능가하는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2009-05-25 | 디자인과 예술 사이

“디자인은 목적이 있는 표현이고, 만일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기만 하다면 훗날 예술이라 판정될 수도 있다.” 20세기의 거장 찰스 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하이메 아욘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더 이상 제품디자인과 예술 사이에 명확한 경계란 없다.” 디자인과 예술 사이를 유영하는 정체불명의 오브제들. 이를 조명하는 전시 ‘U.F.O. : 예술과 디자인의 흐릿한 경계’가 2009년 NRW-포럼 뒤셀도르프에서 열렸습니다.

2010-04-22 | 덴버 ‘B-사이클’

2010년 덴버가 도시 차원의 공유 자전거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B-사이클 사와 손잡고 도시 곳곳에 대여소와 공유 자전거를 설치했지요. 당시에도 공유 자전거는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새롭다면 그것이 자동차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미국의 소식이었다는 점이랄까요. 2010년 지구의 날에 달리기 시작한 덴버 B-사이클은 덴버 시민의 유용한 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판도 있었습니다. 보관소가 주로 백인들이 사는 살림 넉넉한 동네에 설치되어, 막상 이용해야 할 사람과 지역을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덴버 B-사이클은 2020년 1월 운영이 종료되었습니다. B-사이클만이 아닌 여러 업체의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자전거, 스쿠터 등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하겠다는 시의 결정에 따른 결과입니다.

2011-04-08 | 다음 10년, 20인의 디자이너

정확히 10년 전 오늘,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스손과 MoMA의 디자인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가 다음 10년의 디자인을 조형할 20인의 디자이너를 꼽았습니다. 정말로 10년이 지난 지금 그 명단을 되돌아봅니다. 참고로 앨리스 로스손과 파올라 안토넬리 두 사람은 ‘디자인 이머전시’라는 이름으로 더 나은 미래를 지어나갈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