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스토리 | 2009 | 타미네 자반바크트와의 대화

타미네 자반바크트(Tahmineh Javanbakt)
ⓒ designflux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초청으로 아르테니카(Artecnic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월 16일, 디자인플럭스는 그녀와 광화문 어귀의 한 카페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말하는 서울, 아르테니카,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 


디자인플럭스(이하 DF)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벌써 많은 일정을 소화하신 듯 합니다. 

타미네 자반바크트(이하 TJ) 말씀하신 대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측으로부터 전시 참여 및 방문 초청을 받았습니다. 비엔날레 참여가 확정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대로부터 학생들에게 아르테니카를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어요. 바로 어제 강연을 진행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캠퍼스도 아름다웠고요. 강연을 마치고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스팀드 우드(steamed wood)로 작업한 어느 학생 작품이 아주 좋더군요. 그 동안 세계 곳곳의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학생들의 작업은 신선해요. 물론 개중에는 예전에 본 것 같은 작업들도 있지만, 모두가 아주 열정적입니다. 그게 중요하죠. 

한국에는 3일 전에 도착했는데, 오늘에야 겨우 서울을 둘러볼 시간이 생겼네요. 입국해서는 광주에서 미래 큐레이터들을 위한 강연을 진행했고, 서울대 강연 건으로 또 서울로 돌아왔어요. 내일은 비엔날레 개막식 참석을 위해 다시 광주로 내려갑니다. 

DF : 한국의 인상은 어떤가요?

TJ : 아직 서울의 옛스러운 지역은 보질 못했어요. 서울은 매우 현대적이고 커다란 도시예요. 익숙한 간판들이 눈에 띄는데, 스타벅스, 던킨 도넛, 이브 생 로랑 등등… 아마도 세계화의 반갑지 않은 부분이겠죠. 좀 더 한국적인 곳들을 보고 싶어요. 

처음 도착해서는 교통체증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공항에서 호텔까지,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거라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네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정말 놀랐죠. 진짜 큰 도시구나, 하지만 또 아름답기도 해요. 저희 회사에 한국인 스태프가 있는데, 그녀와 같은 언어, 비슷한 제스처를 쓰는 사람들을 보니, 그렇구나 내가 지금 한국에 있구나 실감이 나요. 또 동시에 언젠가 와본 듯한 기분도 들고요. 좀 더 머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미술관도 둘러보고 싶고, 프라다 트랜스포머도 보고 싶어요. 서울, 광주, 서울… 지금까지는 공항만 너무 많이 봤네요. 

한국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나라이고, 이 곳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의 디자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요. 호텔이나 상업공간, 주거 공간 등등 한국에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의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요.

DF : 아무래도 ‘양심적인 디자인’ 컬렉션에 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얼마 전 쿠퍼-휴잇에서 열린전시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 소식을 보면서, 아르테니카를 떠올렸습니다. 전시 작품도 그렇고, 작품의 제작 방식도 그렇고요. 이처럼 최근 들어 아르테니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제품들을 더욱 더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TJ : 네, 확실히 아르테니카가 시작한 트렌드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많은 매체들이 저희를 선구자라고 평가합니다. 최고의 디자인을 지역의 수공예인들과 함께 전개하는… 최근에는 카펠리니가 스티븐 버크스와 비슷한 작업을 했고, 모로소도 마찬가지로 스티븐 버크스와 함께 아프리카 컬렉션을 선보였죠.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저희에겐 찬사와도 같아요. 실제로 파트리시아 모로소는 제게 “당신들의 작업을 정말 존경한다”고 말한 적도 있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에요. 공예인들에게 생활기반을 제공했고, 또 그들의 기술이 조명되었죠. 이렇게 갑자기 많은 대형 회사들이 공예인들과 일하려는 시도는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또 아르테니카가 그러한 움직임의 선구자라는 사실이 기쁘고요. 저희와 함께 일했던 헬라 용에리위스, 스티븐 버크스는 말씀하신 쿠퍼-휴잇 전시에도 참여했죠. 그리고 조만간 스티븐 버크스는 저희 새 컬렉션에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2009년 아르테니카는 ‘양심적인 디자인’으로, 에이드 투 아티잔(Aid to Artisans)이 수여하는 ‘공예 & 비전 혁신상’을 수상했다. 

DF : 올 봄에는 에이드 투 아티잔(ATA)으로부터 뜻 깊은 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특히나 아르테니카와는 오래도록 함께 일했던 단체이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도 같습니다. 

TJ : 아르테니카 이전 수상자들로는 리 에델코르트, 조너선 애들러와 같은 사람들을 꼽을 수 있는데요. 우리의 노력과 철학을 인정받은 만큼 자랑스러워요. ATA는 정말 멋진 단체입니다. 저희 작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구요. ATA 소속 공예 커뮤니티에 관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그런 정보들을 기반으로, 실제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거든요. 

DF : 지난 달에는 아르테니카의 신제품들이 선보였습니다. 특히나 ‘스트레치 백’이 화제였는데요. TBWA로부터 처음 제작 제안을 받았을 때의 소감은요? 

TJ : 아르테니카의 ‘양심적인 디자인’에 감명을 받아 이런 제안을 해온 터라, 더욱 자랑스러웠습니다. 물론 대형 회사와 함께 진행하는 일이라 어렵기는 했어요. 아주 긴 프로젝트였던 데다 까다로웠죠. 하지만 멋진 제품이 나와서 정말 기쁩니다. TBWA는 정말로 큰 회사인데, 제품에 사용한 광고 빌보드물은 TBWA 내부의 미디어 아트 랩(MAL; Media Arts Lab) 팀이 작업한 것들이었어요. 대기업과의 작업이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그만큼 얻는 성과도 크죠. 

DF : 특히 스트레치 가방은 그 방식, 아이디어가 신선했습니다. 

TJ : 아르테니카의 철학을 엿볼 수 있을 텐데요. 우리 제품들 가운데 다수는 형태 그 자체가 곧 제품이 되곤 합니다. 가방을 보면 소재가 꽤 무거워 보이는데, 실제로 그래요. 박음질도 어렵고… 어쨌거나 우리는 소재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방수성이나 내구성, 내광성이 높은 소재라서, 그 이점을 살려보기로 했고, 그래서 이렇게 원컷 방식의 가방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소재의 특성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다룬 결과죠. 

DF : 전등갓 ‘프레나(Phrena)’를 디자인한 칼 잰(Karl Zhan)은 이번에 처음 작업한 디자이너인데요. 아르테니카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 디자이너들을 선택하나요? 

TJ : 많은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요. 그 중에 제작해도 좋겠다 싶은 디자인이 있으면 제작에 나서는 거죠. 사실 결정하는 데는 많은 요인들이 있어요. (앞의 다기 세트를 가리키며) 누군가 내게 정말 아름다운 다기 세트를 보낸다 해도, 이미 본 디자인이라거나 하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제작할 수 없으니까요. 

칼 잰, ‘프레나’ 전등갓, 2009 아르테니카 가을/겨울 신제품 

우리가 좋아하는 형태나 컬러도 있어요. 칼 잰과는 1년 반 정도를 함께 작업했는데요. 종이 소재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타이벡(tybek)을 선택했어요. 종이 전등갓 하면 중국식 랜턴도 있는데, 또 그런 것과는 차별화했으면 했어요. 이런 식으로 칼과 함께 일하면서 디자인을 정제시켜 갔죠. 대화도 많이 나누었구요. 광고 빌보드를 칼에게 보낸 적도 있어요. 실제로 상당히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왔는데, 좀 무겁더군요. 결국 타이벡 버전으로 결정했어요. 디자인을 봤을 때 ‘이거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보는 순간 딱 알게 되죠. 바라보고 바라볼수록 더욱 아름다운 그런 오브제요. 딱히 “와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인데!” 그런 건 아니지만, 계속 바라보면 비율의 아름다움이나, 완벽한 디멘션, 빛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차츰 깨닫게 되죠. ‘프레나’를 실제로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조용한 힘이 느껴지죠. 

토르트 본체(Tord Boontje), ‘차밍 2(Charming 2)’, 2009 아르테니카 가을/겨울 신제품 

DF : 토르트 본체처럼 오래도록 일해온 디자이너도 있어요. 

TJ : 토르트 본체는 가장 오래 함께 일해온 디자이너입니다.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했을 즈음, 토르트 본체는 신인에 가까운 디자이너였어요. 우리와의 작업이 그에게 있어서는 커리어의 시작과도 같았죠. 그 해 밀라노에서 성공을 거두었구요. 그와 함께 일하는 과정은 편하고 자연스러워요. 저 역시 그의 작품을 정말로 존경하고, 토르트 본체 역시 아르테니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가 LA에 오기도 하고, 우리가 그의 파리 자택으로 가기도 하죠. 토르트 본체와 우리의 관계는 비즈니스 관계가 멋진 우정이 된 케이스예요. 그가 최근 RCA 제품디자인 학과장이 된 것 아시죠? 정말 자랑스러워요. 내가 만났던 그 젊은 디자이너가 이렇게 커다란 존재가 되다니요. 홍보에 능한 디자이너들이 있어요. 매체들을 잘 다루죠. 하지만 진짜 재능은 그런 것과는 무관해요. 토르트 본체는 홍보보다 자신의 작업에 진정 관심이 있는, 재능 있는 디자이너예요. 

토르트 본체, ‘컴 레인 컴 샤인(Come Rain Come Shine)’ 
– 2002년 선보인 최초의 ‘양심적인 디자인’ 컬렉션 제품이다. 
images courtesy of Artecnica 

DF : 소식을 듣고 그가 너무 바빠져서 아르테니카와의 작업이 늦춰지는 것은 아닌가도 싶었어요. 

TJ : 작업실을 런던으로 아예 옮겼다더군요. 런던에서 모든 일을 진행하는 거죠.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 거예요. 10월에 런던에 찾아가 그를 만날 예정인데, 아마 스튜디오에 가면 몰라도 10개 정도의 새 디자인들이 있을 거예요. 멋진 스태프들도 있고, 또 그 자신이 능력 있는 디자이너니까요. 학과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은 계속 하는 만큼, 아르테니카와의 협업도 그리 변하지 않을 거예요. 예전만큼 많이 해야죠! 또 그 사이 우리도 진행할 다른 디자이너들의 제품들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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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니카의 ‘양심적인 디자인’은 벌써 7년이 넘게 계속되어 왔다. 아르테니카의 ‘지속가능성’은 보다 깊은 함의를 지니고 있는데, 토속공예와 하이엔드 디자인의 만남이 실제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더불어 재활용 기법을 통해 전하는 친환경의 메시지는 물론이거니와, 공예인들에게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여, 전통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말하자면 지속가능한 공예(sustainable craft)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된다. 아르테니카가 거둔 성취란 그 다중적인 “지속가능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정에도, 디자인플럭스에 기꺼이 시간을 내준 타미네 자반바크트 디렉터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더불어 이번 인터뷰 진행을 도와준 아르테니카의 김안나 님께도 감사 드린다. 한 가지 기쁜 소식.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아르테니카의 또 다른 공동설립자, 엔리코 브레산(Enrico Bressan)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다음 달 개최되는 서울디자인올림픽 내 월드디자인마켓 세미나에서, 그의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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