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옷을 입을 권리: 모두를 위한 세탁기 프로젝트

2019년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 ‘세탁기 프로젝트(The Washing Machine Project)’에서는 누구나 깨끗한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전기와 물이 부족한 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수동형 세탁기를 만들어오고 있다.

기업의 CEO인 나브잣 소니는 다이슨의 엔지니어직을 그만둔 후,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Engineers Without Borders)가 있는 인도 남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쿡스토브를 개발하던 소니는, 넘쳐나는 빨랫거리와 손세탁 때문에 피부 발진과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상황을 포착했다. 2018년에 영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곧바로 팀을 꾸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수동형 세탁기의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이라크의 난민캠프에서 수동형 세탁기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시범 운영했다.

이라크 난민 캠프에서 수동형 세탁기 프로토타입 테스트, 2018 © The Washing Machine Project

이라크에서 성공적으로 시범 운영을 마친 후 ‘세탁기 프로젝트’는 UNCHR, 세이브 더 칠드런, 옥스팜, 국제원조구호기구, 플랜인터내셔널과 같은 국제기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해외 여러 국가로부터 3,000여 개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이처럼 수동형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디자인 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 디자인 팀에서는 우간다, 자메이카, 네팔, 인도, 필리핀을 포함한 17개 국가에서, 3,000여 가구와의 인터뷰, 이들의 세탁 습관을 관찰하는 민족지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저개발 국가의 가구 당 구성원은 평균 6명으로 파악되었고, 6명의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5kg 용량 이상의 세탁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 결과 충분한 용량, 짧은 시간에, 적은 힘으로, 더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을 지향한 최신 버전의 세탁기를 디자인해냈다.

프로토타입 모음 사진, 2021 © The Washing Machine Project

‘세탁기 프로젝트’는 난민과 저개발국의 저소득층을 위한 세탁기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팬데믹으로 생활고를 겪는 영국인들 사이에서도 이 세탁기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전체 주문의 20%를 차지했다.

thewashingmachineproject.org
designweek.co.uk

© designflux.ac.kr

이서영

디자인 우주를 여행하던 중 타고 있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목적지를 잃고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이 넓은 디자인 우주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근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마다 착륙해 탐험하고 탐험이 끝나면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다음 별로 출발해보려 합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8-05 | 프로젝터까지 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은 아니었습니다. 필름이 없어도 되는 카메라가 사람들의 손에 손에 들려 있던 시절이요. 휴대폰에 카메라가 있기는 했어도, 카메라에 비할 수준은 되지 않았고, 그렇게 카메라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기기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작고 가볍고 부담 없어 인기를 누렸던 유형의 디지털카메라들은 이후 스마트폰에 흡수되었습니다. 오늘의 옛 소식은 스마트폰 초창기, 다른 기기를 흡수하며 생존을 모색하던 디지털 카메라의 이야기입니다.

2007-06-15 | ‘세컨드 사이클’, 70년 전의 가구를 되살리다

70년 전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온 가구들이 다시 생산자의 품으로 돌아와 ‘두 번째 주기’를 기다립니다. 오늘의 소식은 2007년 아르텍과 톰 딕슨이 전개한 ‘세컨드 사이클’입니다. 아르텍은 1935년 이후 150만 개 넘게 판매된 알바 알토의 ‘스툴 60’을 비롯해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을 학교, 공장, 조선소, 플리마켓 등지에서 찾아내, 다시 ‘신제품’으로서 선보였습니다. 의자가 주를 이루었던 처음과 달리 현재는 비단 아르텍의 가구만이 아닌 유무명의 디자인 소품, 조명, 그림까지, 더 많은 오래된 물건들이 ‘세컨드 사이클’에 합류하였습니다.

2011-08-25 | 베이루트 전시 센터 아이덴티티 디자인

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루트 전시 센터는 레바논을 비롯해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영리 기관이었습니다. 센터의 아이덴티티는 두 개의 언어로 이뤄져 있었으니, 아랍어와 영어입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은 메리 슈에이터는 두 가지 언어 각각의 타이포그래피 규칙을 모두 다듬어, 어느 한 언어의 문자가 다른 한 쪽에 억지로 순응하지 않도록 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 아이덴티티의 간판 버전은 센터의 건축 디자인과도 연결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죠. 

2006-08-16 | 역대 최고의 PC, ‘애플 II’

2006년 IBM PC 탄생 25주년을 기념하여 〈PC 월드〉 매거진이 역대 최고의 PC 25개를 꼽았습니다. 혁신성, 영향력, 디자인, 차별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이 목록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 컴퓨터는 ‘애플 II’입니다. 1977년 출시된 애플 II는 “최초도 최첨단도 당시 가장 잘 팔린 모델도 아니었지만, 여러 모로 모든 것을 바꾸었던 기계”였다는 것이 〈PC 월드〉의 평이었습니다. 그렇게 애플 II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카테고리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죠.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