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가 주류로 부상할 때, 그것에 의해 밀려난 것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시기와 클래식 카메라, 로모, 토이 카메라 등이 인기를 누린 시기가 비슷했던 것처럼요. 2008년 일본의 슈퍼헤즈가 내놓은 ‘블랙버드, 플라이’도 그러한 맥락에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반듯함과는 거리가 먼, 자가성장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파벨라 풍경을 가구에 옮겼습니다. 가구의 뼈대를 채운 것은 제각각 소재의 서랍과 상자들입니다. 2009년 당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티안 비방코는 이제 여러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더불어 멕시코의 라탄 가구 브랜드인 발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도 맡고 있지요.
2009년 마르턴 바스는 영화의 형식을 한 시계를 가지고 밀라노를 찾았습니다. 시간의 매체로 시간의 기계를 구현한 셈이었지요. ‘실시간’ 시리즈는 비록 외장 하드드라이브의 몸체를 가졌으되, 12시간 러닝타임의 영상으로 시간을 표현한 어엿한 시계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실시간’ 중 하나가 아이폰 앱 형태로 다시 찾아왔으니, 이름하여 ‘아날로그 디지털 시계’입니다.
‘학생들의 디자인’은 주요한 뉴스 유형 중 하나입니다. 2009년의 오늘자 뉴스도 여기에 속하지요.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 졸업을 앞두었던 예비 타이포그래퍼 야스 바쿠는 루빅스 큐브를 폰트 생성기로 변형시켰습니다. 놀이의 즐거움을 간직한 디자인으로, 그해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던 작업입니다.
2007년 <뉴욕타임스>는 근 100년 가까이 머물던 웨스트 43번가 229번지를 떠나 새 건물로 이사합니다.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52층의 유리 타워로요. 이제부터 이곳이 <뉴욕 타임스>의 본사임을 알릴 대형 간판이 필요했습니다. 건물의 조형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뉴욕의 까다로운 조닝 규정도 지킬 간판의 디자인 작업은 펜타그램의 몫이었습니다. ‘10,116 포인트 크기’의 로고가 어떻게 신축 타워의 파사드에 안착하였는지, 14년 전 오늘의 뉴스에서 만나봅니다.
신종바이러스의 시간을 지나며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가상으로 전환된 지금, 사상 최대의 규모를 도모했던 2010년의 상하이 엑스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뉴스로 오르내린 영국의 국가관 소식을 돌아봅니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섬모형 매스의 파빌리온 ‘씨앗 전당’입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가 안긴 수많은 부고 가운데 안타깝게도 엔초 마리와 그의 부인 레아 베르지네의 타계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열린 회고전의 개막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뉴스는 엔초 마리의 ‘자급자족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지식을 전할 때 오로지 디자인이다.” 엔초 마리의 ‘자급자족 디자인’은 완성품으로서의 가구가 아니라 지식으로서의 가구를 전했습니다. 2010년 아르텍은 그 ‘자급자족 디자인’의 첫 번째 가구인 ‘의자 1’을 다시 소개하며 엔초 마리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짤막한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모습과 그가 믿는 디자인 이야기도 다시 만나봅니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인터랙션은 영국 던디대학교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자인 학과 재학생들이 만든 온라인 박물관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인터랙션 고고학자”가 되어, 한때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커뮤니케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기들을 연구하고 발굴하였고, ‘잊혀진 의자들’도 그렇게 태어난 전시 중 하나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뮤지엄 오브 로스트 인터랙션 웹사이트도 전시 페이지도 사라졌지만, 오늘의 옛 뉴스를 통해 강령술 의자에서 조명 쇼 의자까지, 잊혀졌던 기묘한 의자들을 다시 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