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전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앨리스 기획전, 2021. © Victoria and Albert Museum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에서 앨리스 기획전 ‘앨리스의 호기심(Alice: Curiouser and Curiouser, 2021. 5. 22. – 12.31)’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전시는 158년 동안 끊임없이 각색되고 재창조된,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퍼포먼스, 패션, 미술, 음악, 사진 등 300점 이상의 오브제로 구성한 테마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지적 관람객 시점으로 주요 오브제를 근접 촬영한 영상을 담고 있다. 또한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와 패션 디자이너 이리스 판 헤르펀(Iris van Herpen)과 같은 게스트의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전반적인 전시 제작 과정과 이번 전시에서 V&A 팀이 어떻게 전시를 VR로 전환하였는지 그 과정 또한 상세히 보여준다.*

전시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에 대해 V&A의 수석 큐레이터 케이트 바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앨리스 기획전의 전시 콘텐츠와 경험을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단계’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은 이미 ‘영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야기가 단편적 사건들로 이루어지고, 챕터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이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으로 전시 디자인의 몇몇 요소들을 영화로 가져오면, 마치 관람객이 유리 통로를 지나며 유리 너머 전시장을 관람하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사실 V&A에서 전시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2013년에 열렸던 ‘데이비드 보위 이즈(David Bowie is)’ 전시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다. 그 후 8년 만에 V&A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예전처럼 아무나 전시를 보러 런던에 방문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17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만큼 박물관의 벽을 넘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소재는 없기 때문이다. 즉 V&A는 코로나19로 인해 박물관이 가지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고전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시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다.

영화는 8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로, 올해 10월 14일 V&A에서 지정한 영화관과 독립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V&A는 이번 앨리스 기획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전시가 연기되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물관 최초로 VR을 도입했다.

designweek.co.uk
전시보기 vam.ac.uk

© designflux.co.kr

이서영

디자인 우주를 여행하던 중 타고 있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목적지를 잃고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이 넓은 디자인 우주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근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마다 착륙해 탐험하고 탐험이 끝나면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다음 별로 출발해보려 합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7-11-05 | 샤넬 모바일 아트 컨테이너

샤넬을 상징하는 그 퀼팅백에서 영감을 얻은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싣고 세계를 여행할 컨테이너. 샤넬은 이 ‘모바일 아트’ 컨테이너의 설계를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하였습니다. 우주선을 닮은 그의 이동식 전시 파빌리온은 2010년까지 세계 여행을 마치고, 2011년 파리 아랍세계연구소 앞마당에 안착하였습니다. 

중산층의 잇템 #4 수족관 : 내 작은 유토피아

처음 수족관이 집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한다. 거실 TV 옆에 직사각형의 유리 수조를 놓고, 모래와...

2006-11-01 | 퐁피두 ‘메츠’ 분관 착공

유명 뮤지엄들이 분관을 세우며 세계 곳곳으로 확장해 나가던 시기,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도 상하이에 이어 메츠에 분관을 건축하기로 합니다. 2003년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시게루 반과 장 드 가스틴이 설계한 퐁피두 메츠 센터는 푸른 초지 위 가벼운 모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6년 11월 미술관의 착공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약 3년 반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0년 5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2007-04-30 | 벌들의 도움으로

쾌속조형의 반대에 서 있는 완속조형의 사례. 혹은 동물의 힘을 빌린 디자인. 토마시 하브스딜의 ‘벌들의 도움으로’는 일주일 동안 4만 마리의 꿀벌이 빚어낸 꽃병입니다. 하이테크와 대비되는 로우테크, 인간의 공예가 아닌 동물의 공예. 또 꽃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벌과 꽃병은 멋진 한 쌍이기도 하지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