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새’ 로고 디자인 논란

(위) 기존 BBC 로고, (아래) 새 BBC 로고 © BBC

2021년 상반기, BBC가 새 로고를 공개한 후, 세금 낭비라는 항의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더 선(The Sun)>의 주장에 따르면, BBC의 로고 디자인 변경에 사용된 금액은 수만 파운드로 추정된다. 하지만 금액에 비해 새 ‘BBC 블록’의 변화는 미미해 보인다. 새 로고에는 기존의 로고보다 크기가 더 작은 서체가 사용되었고, 세 개의 블록 사이의 간격이 미세하게 넓어졌다. 이 로고는, 지난 2월에 BBC 셀렉트(BBC Select, 미국에서 서비스되는 BBC 스트리밍 플랫폼)의 웹사이트에서 조용히 공개되었고, TV에서는 가을 시즌부터 사용되기 시작한다.

한편 BBC는 이번 로고 리디자인에 대해 <더 선>이 주장한 만큼 큰 비용은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또 BBC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로고 리디자인의 시장 가격이 일반의 생각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리디자인의 결과가 반드시 대변신을 보여줘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BBC 로고 리디자인에 사용되었다고 ‘주장되는’ 금액과, 금액에 부응하지 못한 ‘소극적인’ 디자인에 대해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새 로고에는 BBC의 기업 서체 리스(Reith)*가 사용되었고 그것은 곧 ‘리디자인’이 아니라 ‘새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트위터에서 언급했듯이, BBC 자체 서체로 만든 로고를 사용한다는 것은, BBC가 1997년부터 사용해오던 길 산스 서체의 저작권료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새 로고 디자인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디자인이 공개될 때마다 그 디자인의 금전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종종 뒤따른다. 디자인을 산업적 이윤이나 교환 가치로 판단할지, 고유한 아이디어와 관련된 미학적 측면은 어떻게 가치를 가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7년에 BBC에서 만든 서체로, BBC의 창업자 존 리스(John C. W. Reith)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thesun.co.uk
creativeblog.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7-27 | 안티디자인페스티벌

2010년 런던디자인페스티벌과 정확히 같은 기간에 런던에서 안티디자인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그 반(反)의 주역은 네빌 브로디였습니다. 당시 <잇츠 나이스 댓>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티디자인페스티벌은 변화의 필요에서 태어났다. 무언가 새롭고 추하고 무섭고 위험한 것이 필요하다.”

2009-04-19 | 브랜드로서 케이트 모스

2007년 패스트패션 브랜드 톱숍이 ‘케이트 모스’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 이름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해졌지요. 디자이너 피터 사빌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가 찾은 답은 반세기도 전에 태어난 오래된 서체, ‘알-브로’였습니다.

2011-02-07 | BFC/보그 디자이너 패션 펀드 수상자

2021년 크리스토퍼 케인의 여성복 S/S 컬렉션은 그림들을 입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코로나19가 강제한 록다운 시기에 그림들을 그렸고, 그림은 프린트가 되어 그의 컬렉션을 이루었죠. 오늘 소개할 옛 뉴스는 그가 유망 디자이너였던 시절의 소식입니다. 2008년부터 브리티시 패션 카운슬은 BFC/보그 디자이너 패션 펀드라는 이름으로 유망한 패션 디자이너의 성장을 지원해왔는데요. 2011년도 수상자가 바로 크리스토퍼 케인이었습니다. 

LVMH의 원단 재고 솔루션: 노나 소스

패션 그룹 LVMH(루이 비통 모에 헤네시)에서 고급 원단의 재고를 유통하는 첫 번째 재판매 온라인...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