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의 ‘살로테 사텔리테’는 나이 제한이 있는 전시입니다. 35세 이하의 디자이너만 참여할 수 있지요. 1998년 첫 전시 이래 1만 명 이상의 젊은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이제는 익숙한 이름이 된 디자이너들도 여럿입니다. 2010년 살로네 사텔리테에서 단연 주목받은 신인은 나오 타무라입니다. ‘계절’이라는 이름의 식기 디자인으로 1등상을 수상한 그는 2010년 그때 밀라노 그곳이 커리어의 시작이었다고 단언합니다. 반갑게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년 화제가 되었던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에서처럼요.
현실 세계에 가상의 객체가 겹쳐지는 증강현실 기술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한층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표 위에 건물이 솟아오르는 일도 가능해졌죠. 2011년 암스테르담의 광고회사 검모는 TNT 포스트의 의뢰로 증강현실 우표 세트를 선보였습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다섯 개의 건축물이 자그마한 우표 위에서 구현됩니다. 모두 아직 세워지지 않은 건물들이라는 점에서 증강현실 기술에 더욱 어울려 보였죠.
의약품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까요. 헬프라는 이름의 제약 회사는 많은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포장, 평문으로 된 증상을 강조한 제품명처럼 말이죠. 2011년 헬프는 “테이크 레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미니멀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되 시각성을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요.
작년 한 해 코로나19가 안긴 수많은 부고 가운데 안타깝게도 엔초 마리와 그의 부인 레아 베르지네의 타계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열린 회고전의 개막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뉴스는 엔초 마리의 ‘자급자족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지식을 전할 때 오로지 디자인이다.” 엔초 마리의 ‘자급자족 디자인’은 완성품으로서의 가구가 아니라 지식으로서의 가구를 전했습니다. 2010년 아르텍은 그 ‘자급자족 디자인’의 첫 번째 가구인 ‘의자 1’을 다시 소개하며 엔초 마리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짤막한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모습과 그가 믿는 디자인 이야기도 다시 만나봅니다.
은행 창구 직원의 업무 상당 부분이 ATM으로 옮겨 갔죠. 그렇게 은행의 셀프서비스에 있어 핵심이 된 ATM은 그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사용자 인터랙션 면에서도 그랬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IDEO는 스페인 은행 BBVA와 함께 ATM의 리디자인에 나섰고, 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0년 그들의 ATM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이 기기는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즈 ‘제품 인터페이스’ 부문을 수상했지요.
한 해의 마지막 날답게, 2009년 디자인플럭스의 12월 31일자 뉴스는 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는 리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매달의 주요 뉴스들로 돌아본 2009년 12개월의 이야기. 이 리뷰를 빌어, 디자인플럭스 2.0도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2022년은 올해보다 다정한 해가 되기를 또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브루케타 & 지니치는 1995년 설립된 크로아티아의 디자인 회사로, 브랜딩,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주력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디자인플럭스에서는 이들의 연차 보고서 작업을 두 번 소개했는데요. 하나는 오븐에 구워야 내용이 나타나는 식품 회사의 보고서였고, 두 번째는 여기 어둠 속 빛을 발하는 야광 보고서입니다. 참고로 브루케타 지니치는 2017년 국제적인 광고대행사 그레이 산하에 들어갔고, 2020년 그레이가 디지털 마케팅 회사 AQKA와 합병하면서, 이제 AKGQ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2005년 10월 17일, 미국잡지편집인협회는 ‘1965년부터 2005년까지, 지난 40년 역대 최고의 잡지 표지 40선’을 꼽았습니다. 당대와 긴밀하게 호흡하는 잡지 매체의 표지에 담긴 역사 그리고 어떤 표지들이 거둔 탁월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지요. 디자인플럭스에서는 이 40개의 표지 목록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한 의자, ‘폴리프롭’의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2010년 타계했습니다. 동료이자 아내였던 텍스타일 디자이너 루시엔 데이가 세상을 떠난 지 약 9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전후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작업을 ‘폴리프롭’을 중심으로 되돌아봅니다.
2009 도쿄 모터쇼에서 혼다가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 ‘EV-N’를 소개합니다. 전기차의 낯설음을 왕년의 클래식 경차 ‘N360’을 닮은 디자인으로 완화하였달까요. 사실 2009년은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닛산 ‘리프’가 출시되기 1년 전이고 테슬라의 ‘모델 S’가 출고되기 3년 전이니, 전기차 양산의 시대가 목전에 와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혼다가 첫 양산 전기차를 내놓기까지는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EV-N’에서 ‘어번 EV’ 콘셉트를 거쳐, 2020년 마침내 혼다 최초의 전기차 ‘혼다-e’가 탄생했습니다.
베를린에는 평범한 물건들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공작연맹 아카이브 – 물건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박물관의 중심에는 1907년 결성된 독일공작연맹의 산물과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대 공작연맹의 실천 영역이었던 일상 생활과 상품 사회에 대한 관심을 동시대로까지 확장하죠. 가령 올 1월 1일 개막한 ‘위기’ 전시에서는 40년대의 방독면부터 오늘날의 일회용 마스크, 박제 박쥐, 비누, 플레이모빌의 간호사 인형 등의 다양한 위기의 사물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2019년에는 더 콘란숍의 한국 매장 오픈 소식이, 2020년에는 테렌스 콘란 경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1년 오늘 디자인플럭스는 시간을 되돌려, 지난 2011년 열린 ‘테렌스 콘란 – 지금 우리의 생활 방식’ 전시를 살펴봅니다. 오랜 후원자 테렌스 콘란을 위한 디자인 뮤지엄의 헌정 전시라고 할까요.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또 사업가로서 전후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형성에 기여했던 테렌스 콘란의 생애와 이력을 돌아봅니다.
아나욱 비프레흐트는 인터페이스로서의 패션을, 패션으로서의 기술을 디자인합니다. 그가 2010년 선보인 ‘쉬도모프’는 그의 행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지요. 잉크, 밸브, 전자회로가 더해진 두터운 펠트 드레스는, 기계가 작동하는 순간 드레스 안으로 잉크가 스며들며 번져나가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이후로도 그는 계속해서 “패션테크”의 영역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샹들리에는 넉넉함을 요구하는 조명입니다. 늘어뜨리고도 남을 만한 시원한 높이와 적지 않은 조명의 용적을 품을 너른 공간의 호사를 필요로 하지요. 실제로 여러 샹들리에가 그러한 호사를 호화로운 외양으로 과시합니다. 하지만 스튜어트 헤이가스는 샹들리에를 향한 보통의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비틀곤 합니다. 그의 샹들리에에서는 파도에 휩쓸려온 쓰레기라던가 값싼 플라스틱 잡동사니 같은 의외의 재료가 무리를 짓습니다. 그리고 2007년 그가 디자인 마이애미/의 퍼포먼스를 위해 선택한 재료는 공항에서 수거한 PET병이었지요.
이 붉은 드레스 한 벌을 짓는 데 원단만 550m가 들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거대한 드레스였을까요. 지름 20m에 높이 3m에 달하는 이 의상은 분명 옷이면서 동시에 공연장이기도 했습니다. 드레스 안에 자리한 계단을 올라 공연자가 옷을 입으면, 이제 층층의 치마폭이 관객석이 되니, 총 238명의 관객을 품을 수 있었죠. 디자이너 아무 송과 요한 올린의 컴퍼니가 선보인 초대형 ‘레드드레스’입니다.
노르웨이 도브레 국립 공원에 야트막한 단층 건물 하나가 세워졌습니다. 고원을 내려다보며 지역의 야생 순록을 살펴보는 관찰소입니다. 건물은 단순한 직선의 상자 실루엣을 지녔지만, 벽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결치듯 일렁이는 나무 벽은 옛 선박 건조 기술과 최신의 기술을 동시에 활용하여 구현한 것이라고요. 스뇌헤타의 작지만 인상적인 건축을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