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1 | 리처드 로저스, 프리츠커상 수상

Editor’s Comment

속을 뒤집어 내보인 듯한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던 파리 퐁피두 센터가 완공된 지 30년이 되던 그해, 그 건물의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래된 소식을 다시 전하며, 지난 12월 18일 전해진 그의 부고에도 늦게나마 애도를 표합니다. 참고로 2022년 프리츠커상은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건축가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에게 돌아갔습니다. 

리처드 로저스
photo by Dan Stevens,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프리츠커상의 서른 한 번째 수상자로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선정되었다. 올해로 73세를 맞이한 리처드 로저스는 지난 40여 년간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로이드 본사 등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창조해왔다. 이번 수상은 공교롭게도 건축계를 뒤흔들었던 파리 퐁피두 센터가 완공된 지 30년 만의 일이다. 

리처드 로저스 & 렌초 피아노,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1971-1977
photo by Katsuhisa Kida,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퐁피두 센터 설계 공모에 제출된 드로잉 2점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렌초 피아노와 공동 설계한 퐁피두 센터는 뮤지엄 건축을 엘리트주의적인 기념비에서 도시와 함께 소통하며 활발히 사회적-문화적 교환을 이루어내는 대중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20세기 건축 디자인의 랜드마크가 된 런던 로이드 본사 설계로, 리처드 로저스는 자신만의 건축적 표현주의가 무엇인지를 세상에 확고히 알렸다. 이처럼 그의 대표작들은 현대 건축 역사에 있어 결정적이라 할 만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로이드 본사(Lloyd’s of London), 1978-1986
photo by Richard Bryant/Arcaid,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이번 수상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리처드 로저스는 기계로서의 건물에 대한 모더니즘 운동의 매혹에 관한 독특한 해석을 수행해왔고, 이를 통해 건축적인 투명함에 대한 관심, 공공/사적 영역의 통합, 사용자의 급변하는 요구에 부응하는 유연한 층별 계획 등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것은 로저스가 40여 년 넘게 일관되이 펼쳐온 도시 건축 철학에 바치는 찬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도시가 사회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꾸준히 표현해왔다. 더 이상 단일 행동으로 구역화되지 않는 도시, 즉 생활과 일, 쇼핑, 교육, 레저 등의 행위가 연속적이며 변화하는 구조 속에 겹쳐질 수 있는 도시야말로 리처드 로저스가 꿈꾸는 미래 도시의 비전이다. 

바라하스 공항 터미널 4(Terminal 4 – Madrid Barajas Airport), 1997-2005  
– 엑소노메트릭 드로잉 
photo by Richard Bryant/Arcaid,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공항 내 수하물 집하 구역 이미지  
photo by Richard Bryant/Arcaid, courtesy Richard Rogers Partnership

리처드 로저스는 작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평생공로상을,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 터미널 설계로 스털링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7년도 프리츠커상 시상식은 오는 6월 4일 런던에서 개최된다.

https://www.pritzkerprize.com

ⓒ designflux.co.k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5-25 | 디자인과 예술 사이

“디자인은 목적이 있는 표현이고, 만일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기만 하다면 훗날 예술이라 판정될 수도 있다.” 20세기의 거장 찰스 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하이메 아욘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더 이상 제품디자인과 예술 사이에 명확한 경계란 없다.” 디자인과 예술 사이를 유영하는 정체불명의 오브제들. 이를 조명하는 전시 ‘U.F.O. : 예술과 디자인의 흐릿한 경계’가 2009년 NRW-포럼 뒤셀도르프에서 열렸습니다.

2009-10-13 | 스튜디오 욥 x 빅터 & 롤프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듀오 두 팀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났습니다. 스튜디오 욥과 빅터 & 롤프가 그 주인공입니다. 2009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빅터 & 롤프의 2010 S/S 패션쇼 현장, 무대 양 옆으로 거대한 지구본과 대좌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대좌를 또 하나의 무대 삼아 오른 로신 머피가 노래하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지구본이 미러볼처럼 돌며 빛을 발하는 동안, 내년의 가벼운 옷을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걸었지요. “서로의 길이 교차할 때마다 함게 즐겁게 일한다”는 두 듀오의 협업은 이전부터 이어져 또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2011-10-28 | 헬프의 새 포장 디자인

의약품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까요. 헬프라는 이름의 제약 회사는 많은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포장, 평문으로 된 증상을 강조한 제품명처럼 말이죠. 2011년 헬프는 “테이크 레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미니멀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되 시각성을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요. 

2008-10-06 |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x 로젠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와 로젠탈의 첫 번째 협업으로 탄생한 자기 컬렉션 ‘풍경’과 그 탄생 과정을 한자리에 모아 런던 디자인뮤지엄에서 전시가 열렸습니다. ‘순수 자기’ 전은 특정한 제품 컬렉션에 관한 전시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라는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가령 장식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이 자기들에서도 유감 없이 표현되었죠.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