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0 | 세균 강박 사회를 위한 디자인

Editor’s Comment

그 시절에는 “강박”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타당한 염려가 되었습니다. 공중위생과 거리두기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2006년의 디자인들을 돌아봅니다. 어떤 것은 진도구에 가깝지 않은가 싶지만, 어떤 것은 팬데믹을 살아가는 지금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

도시 속 삶이란 늘상 세균 감염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지난 11월 5일, <뉴욕타임즈>는 화장실에서 나올 때 손을 씻는 인구가 83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위생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공중 위생을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것은 바로 비달 사순의 조카 사이먼 사순이 디자인 한 ‘HYSO’. 익명의 다수가 만지는 공중화장실의 문손잡이를 15분마다 자동 소독하는 ‘손잡이 싸-악’ 제품이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대장균이며 살모넬라균 등등 세균의 이름을 줄줄 열거할 정도로 전문가 못지않은 위생 지식을 가지고 있다. 반면 그만큼 강박적 결벽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도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집에서야 각자 알아서 청결을 관리하겠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어찌하랴. 그래서 나온 또 하나의 디자인은 휴대용 버스/지하철 손잡이다. 하루에도 수 천, 수 만 명이 잡고 다니는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마저도 위생 때문에 잡기를 꺼리는 분들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 ‘나만의 손잡이’. 이런 제품이 실제 얼마나 위생을 보장할지는 더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우선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 같다. 

하나 더. 도시의 삶이란 감염 강박만 제거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조차 몸을 부대끼는 인구 1천 만의 대도시에서는 ‘익스큐즈미 플래그(Excuse Me Flag)’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발 1큐빅 미터의 공간만은 확보해 달라는 마지막 절규처럼 보인다.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전시 ‘묘한 감각이 좋다: ASMR의 세계’

영국 런던 디자인뮤지엄(Design museum)에서 2022년 10월 16일까지 ‘묘한 감각이 좋다: ASMR의 세계(WEIRD SENSATION FEELS...

2009-10-07 | 혼다 EV-N 콘셉트

2009 도쿄 모터쇼에서 혼다가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 ‘EV-N’를 소개합니다. 전기차의 낯설음을 왕년의 클래식 경차 ‘N360’을 닮은 디자인으로 완화하였달까요. 사실 2009년은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닛산 ‘리프’가 출시되기 1년 전이고 테슬라의 ‘모델 S’가 출고되기 3년 전이니, 전기차 양산의 시대가 목전에 와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혼다가 첫 양산 전기차를 내놓기까지는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EV-N’에서 ‘어번 EV’ 콘셉트를 거쳐, 2020년 마침내 혼다 최초의 전기차 ‘혼다-e’가 탄생했습니다.

2010-12-07 | 생일 축하합니다, 고다르!

장-뤽 고다르 감독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스튜디오 카르발류 베르나우가 선보인 폰트의 이름은 ‘장-뤽’입니다. 고다르 영화 두 편의 타이틀 시퀀스에 등장하는 레터링을 참조하여 태어난 대문자 그로테스크 서체인데요. ‘장-뤽’ 서체와 함께 카르발류와 베르나우가 말하는 고다르 영화 속 레터링이 지닌 특징, 그 연원과 영향에 관한 생각 그리고 관련 자료들도 흥미롭습니다.

2010-04-12 |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 x 마티아치

다른 가구 회사들의 하청 작업을 해온 가구제작소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2009년 스튜디오 닛잔 코헨과의 협업으로 태어난 첫 번째 컬렉션에 이어, 2010년 두 번째 마티아치 컬렉션의 디자인은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가 맡았습니다. 그렇게 마티아치 컬렉션은 해를 이어, 올해로 벌써 22번째 의자를 맞이했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