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1 | 벌레에게 배우다

Editor’s Comment

공기에서 물을 얻다. 에드워드 리너커의 ‘에어드롭 관개법’이 2011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그는 가뭄을 이겨낼 방법을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에게 찾았는데요. 벌레가 안개로 물을 만들어 마시듯, ‘에어드롭 관개법’도 공기에서 물을 만들어냅니다. 자연을 선생으로 삼는 ‘생체모방’ 디자인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에드워드 리너커의 ‘에어드롭 관개법’
Photograph by Arsineh Houspian

지난 몇 년 동안 호주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고, 당연히 농작물도 피해를 보았다. 에드워드 리너커(Edward Linacre)는 땅에 물을 댈 수원을 공기에서 찾았다. 공기 중의 수증기를 모아 마른 땅에 물을 주는 것이다. 이름하여 ‘에어드롭 관개법(Airdrop Irrigation)’ 콘셉트로 리너커가 2011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에어드롭’을 위해 리너커는 작은 벌레에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딱정벌레는, 지구 상에서 가장 메마른 땅에서도 물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새벽마다 바다쪽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향해 제 몸통을 들어 올려, 등껍질에 맺힌 이슬을 먹는 것이다. 

‘에어드롭’ 역시 같은 원리를 빌렸다. 아무리 메마른 공기라 해도 물 분자가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물 분자가 응결하는 지점까지 공기를 냉각하면, 물이 생긴다. ‘에어드롭’은 계속해서 공기를 냉각시켜 물을 만들고, 이를 지하 파이프들을 통해 농작물의 뿌리에 직접 공급한다. 에드워드 리너커는 연구를 통해 사막의 1입방미터의 공기에서, 11.5밀리미터의 물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에어드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생체모방(biomimicry)’는 엔지니어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에어드롭’은 디자인과 공학을 통해, 물의 응결처럼 간단한 자연 원리들이 효과적으로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드워드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공학자들은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미래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세계 최악의 문제들과 씨름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세상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이번 수상으로 에드워드 리너커는 1만 파운드의 상금을 받았다. 더불어 그가 재학 중인 스윈번 기술대학에도 같은 금액이 전달되어, 젊은 엔지니어들의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www.jamesdysonawar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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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7 | 〈I. D.〉매거진 폐간

디자인플럭스 1.0이 운영했던 메뉴 중에는 ‘매거진’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첫 번째로 리뷰한 매거진이 바로 〈I. D.〉 2006년 3/4월호였지요. 그 뒤로 채 4년이 지나지 않아, 전통의 제품 디자인 전문지 〈I. D.〉의 폐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F+W 미디어는 실물 잡지 발행 중단을 발표하며, ‘애뉴얼 디자인 리뷰’를 중심으로 〈I. D.〉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실제로 2011년 6월 비핸스와 제휴하며 온라인 디자인 쇼케이스 형식의 사이트로 재출범했지만, 약 5년 만에 문을 닫으며 다시금 작별을 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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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 이번에는 세라믹

전기주전자와 세라믹의 만남. 프랑스의 엘리움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로벤타의 ‘세라믹 아트’입니다. 도자기와 찻주전자는 본래 친연하지만, 그것이 전기주전자일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엘리움 스튜디오는 엘라스토머 소재의 도움을 받아 세라믹과 가전의 안전한 동거를 성취했습니다. 오늘자 뉴스는 현대 도자 산업의 성취와 가능성을 다루었던 전시회 ‘오브제 팩토리’ 이야기와 함께 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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