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졸업 전시회: 2021 밀라노 가구박람회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 전경, 2021. © Salone del Mobile Milano

지난 9월 10일에 막을 내린 2021 밀라노 가구박람회의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The Lost Graduation Show)’는 박람회 개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전시에서는 22개국, 48개 학교에서, 2020년과 2021년에 졸업한 학생들의 프로젝트 170점을 선보였다.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는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학교의 졸업 전시회가 취소된 상황에서, 졸업전이 가지는 의미를 지키기 위해 특별 전시 형태로 기획되었다. 이 전시는 가구, 운송, 의료 기기, 스포츠 디자인, 소재 연구, 지속가능성 등 광범위한 디자인 분야를 아우른다.

마테오 브라질리(이탈리아 누오바 아카데미아 디 벨레 아르티)가 디자인한 ‘트레 미글리아(Tre Miglia)’는 바다 생태계 재생을 위한 디자인이다. 이 장치는 어떤 형태의 배에도 부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을 뱃사람이 쉽게 수거할 수 있다. 트레 미글리아의 형태는 플랑크톤 채집망과 방현재(배에 두르는 완충설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조개 껍질처럼 생긴 울퉁불퉁한 외부 표면은 물과의 마찰 저항을 줄여준다.

트레 미글리아, 2021. © Matteo Brasili

찰리 험블-토마스(RCA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의 디자인 ‘조건부적 장수(長壽): 우산(Conditional Longevity: The Umbrellas)’은 우산을 향해 “이 사물이 얼마나 오래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산’은 사물의 수명에 대해 다른 접근 방식으로 탐구된다. 수리하기 쉬운 구조, 내구성, 재활용이 쉬운 소재라는 세 가지 관점의 단점과 장점을 가지고 사물을 만드는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에 재접근한다.

조건부적 장수(長壽): 우산, 2021. © Charlie Humble-Thomas

치아키 요시하라(무사시노 미술대학)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제작된 가구를 선보였다. 주로 단열, 완충, 방수 등에 사용되는 블루폼을 이용한 ‘껍질의 경계선(Seam of Skin)’이 바로 그 주인공. 블루폼을 겹겹이 쌓아 압력을 가해 구부린 후 단면을 수평으로 잘라내어 만든, 말 그대로 ‘껍질’로 만든 가구이다.

껍질의 경계선, 2021. © Chiaki Yoshihara

이 전시를 기획한 안니나 코이부(Anniina Koivu)는 “팬데믹이 18개월 이상 지속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전시를 통해 잠시나마 디자인의 장을 느낄 수 있다. ‘잃어버린 졸업 전시회’는 긴급한 이슈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고 디자인으로 짚어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을 이슈 토론에 참여시키기 보다, 이들을 글로벌 무대에 모아 재탄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

salonemilano.it

이곳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 designflux.co.kr

이서영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난민을 위한 패션

파슨스 디자인 학교 출신의 안젤라 루나(Angela Luna)는 뉴스를 통해 보여지는 난민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2011-06-08 |  음반, 당신 뜻대로

2011년 6월 3일, 영국의 록 밴드 카이저 칩스의 새 음반이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다만 음반에 어떤 노래가 수록될지 음반 표지는 어떤 모습일지 결정하는 주체는 카이저 칩스가 아니었습니다. 음반을 사러 온 이의 몫이었죠. 표지 디자인에서 선곡 그리고 수익의 배분까지, 정말로 ‘당신 뜻대로’의 앨범이었습니다. 

2010-06-18 | 디자인 프로브 ‘메타모포시스’

2020년 팬데믹의 한 해를 지나며, 집은 그야말로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감염의 위험을 안은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때로 자신을 집에 가두어야만 했습니다. 아직 진행형인 팬데믹의 와중에,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상상된 근미래의 집을 되돌아봅니다. 디자인 프로브의 ‘메타모포시스’는 집을 일종의 필터로 규정하며, 외부의 나쁜 요소를 걸러내면서도 자연을 안으로 들이는 주거공간의 변형태를 연구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극복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가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제로웨이스트 다이닝 테이블

에스토니아의 공간디자인 스튜디오 쿠이다스.워커스(Kuidas.works)가 제로 웨이스트 다이닝 테이블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에스토니아 TV 쇼...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