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긴 잠에서 깨어난 수도원

성-프랑수아 수도원 전경, 2021. © Thibaut Dini

프랑스 건축가 아멜리아 타벨라(Amelia Tavella)가 프랑스의 산타 루시아 디 탈라노에 위치한 ‘성-프랑수아 수도원(the Convent Saint-François)’의 재건축을 완료했다.

이 수도원은 1480년에 지어진 이후, 부분적으로 훼손된 채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 타벨라는 파괴된 건물의 잔해를 유지하면서, 그 구멍을 구리 무샤라비에(Moucharabieh: 아라비아 건축의 격자무늬)로 채웠다. 과거에 파괴된 건물에 현대적 감각으로 구리를 사용함으로써, 오래된 것과 새것이 서로를 지우지 않는다. 그리고 수도원을 둘러싼 산의 풍경과 수도원 건물의 균형미를 고려하여 재건축된 건물의 어떤 요소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였다.

건물 잔해와 이어진 구리 외벽, 2021. © Thibaut Dini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을 통해 빛이 고딕 성당의 실내로 들어오는 것처럼, 이 건물의 외벽을 이루는 구리 무샤라비에는 빛을 사로잡는다.

또한 구리로 만들어진 외벽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화강암이 가진 부드러움과 달리, 구리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잡아 두고 반사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소재의 성질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수도승의 모습, 또는 하늘에 가까워지고자 높은 곳까지 찾아온 신실한 종교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힘을 믿는다. 성-프랑수아 수도원이 높은 절벽에 지어지고, 기도의 장소로 수도승에게 선택된 것도 그 믿음의 결과이다”고 건축가는, 높고 외진 곳에 수도원이 자리하게 된 이유를 신앙심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오는 빛, 2021 © Thibaut Dini

archdaily.com

현재 사이트 점검 중 ameliatavella.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디자인 우주를 여행하던 중 타고 있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목적지를 잃고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이 넓은 디자인 우주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근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마다 착륙해 탐험하고 탐험이 끝나면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다음 별로 출발해보려 합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4-15 | 마르턴 바스의 ‘실시간’, 아이폰 속으로

2009년 마르턴 바스는 영화의 형식을 한 시계를 가지고 밀라노를 찾았습니다. 시간의 매체로 시간의 기계를 구현한 셈이었지요. ‘실시간’ 시리즈는 비록 외장 하드드라이브의 몸체를 가졌으되, 12시간 러닝타임의 영상으로 시간을 표현한 어엿한 시계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실시간’ 중 하나가 아이폰 앱 형태로 다시 찾아왔으니, 이름하여 ‘아날로그 디지털 시계’입니다.

외계인 대사관

네덜란드와 대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찬 훙 루(Hung Lu Chan)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외계인 대사관(The...

2010-07-14 | 스마트폰 데이터 소비 동향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폰 시장의 1/4 정도를 차지했던 시절,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소비 동향은 어떠했을까요.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미국 내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월별 데이터 소비 내용을 수집하여 분석했습니다. 데이터 소비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세 배 이상 훌쩍 뛰었습니다. 90MB에서 298MB로 말이지요. 세월이 느껴지는 단위이기는 해도, 헤비 유저가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현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군요.

레고로 재해석한 앨범 재킷

미국의 레고 아티스트 애드넌 로티아(Adnan Lotia)는 명반의 재킷을 레고 아트로 재해석한다. 록, 팝, R&B,...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