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지속가능한 디자인 연구물은 어디에?

RSA Journal (2021. 2호) 표지 ‘환경과 민주주의’

‘친환경’, ‘지속가능성’은 이제 디자인에서 고려해야할 사항 중에 하나가 아니라 디자인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중요한연구의 주제이긴 하지만 대단히 많은 분야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별도의 전문 분야로 다루기보다 각 학계에서 학문적 특성에 맞추어 다루는 토픽 중의 하나가 되었다.

여러 분야 중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제와 기술적으로 문제 해결책을 찾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따라서 이 두 분야의 연구물들에 접근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친환경/지속가능한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디자인 전문 저널(Design Issues, Journal of Design History 등)이나 건축, 도시 관련 저널(Built EnvironmentJournal of Architectural and Planning Research 등)에서 이따금씩 접할 수 있을 뿐이다. 

1990년대 말 네덜란드에서는 The Journal of Sustainable Product Design (1997-99)이 발행되었지만 10호를 마지막으로 출판이 중단되었다. (1-10호까지 온라인에서 접근할 수 있다.) 로열 오스트레일리언 인스티튜트 오브 아키텍처에서는 Environment Design Guide를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출판했지만, 현재 웹사이트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환경 디자인 관련 소식을 전하고있을 뿐이다. 물론 과거에 출판된 저널 아티클들은 학술DB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일찍이 1990년대 중반에 영국의 왕립 예술, 제조, 무역 진흥원(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에서는 4년간 RSA Journal (1994-97)을 발행한 후 중단했다가, 최근에 RSA의 활동 방향에 맞는 오피니언 형태의 아티클을 담아내는 저널/매거진의 형태로 새롭게 등장했다. (온라인 무료 다운로드) 예컨대 2021년 2호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두드러지게나타나는 백신 국가주의, 극우파가 친환경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지구온난화 음모론, 환경 위기에 대한 느슨한 시각에 기반한친-기업적 정책) 등에 대해 다루면서 환경적 생태와 사회적 생태 이슈를 유기적으로 다룬다. 영국생태협회에서는 7개 주제로 생태 관련저널을 발행하고 있는데, 그 중 Journal of Ecology는 자연 환경 생태에 관한 연구물들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People and Nature(2019-현재)에서는 북반구 경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생태연구의 문제점 등을 사회정치적 관점에서 비판한다. 아티클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2021년부터는 저널을 온라인으로만 발행하기 시작했다.

People and Nature (2020. 12) 표지: ‘소비되는 야생’ (야생 난(蘭)과 농장 생산 난을 함께 판매하는 곳, 중국 광시성. 사진 © Amy Hinsley)

친환경/지속가능한 디자인 학술 저널로는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Design(2008-현재, 연 1회)과Journal of Sustainable Design & Applied Research (2012-현재, 연1회)가 남아 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Design은 ‘바이오기반 디자인에서 성장촉진형태 개념에 관한 연구’나 ‘에코디자인을 위한 환경적 기준: 에코 레이블 프로그램 및 라이프사이클 싱킹’ 같이 공학적 또는 정책적인 개발 측면에 집중한다. 한편 Journal of Sustainable Design & Applied Research에서는 ‘공동체 환경과 거주민 건강’, ‘에너지 효율적 기기에 있어서 소비 행동에 관한 윤리적 지침’, ‘지속가능성을 학부 디자인 실습에 통합시키는 실험적 방법’ 등 사회적 생태, 구체적 소비 정책과 교육 방법론까지 아우른다. 

아울러 <침묵의 봄>으로 20세기 후반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레이첼 카슨. 그녀를 기념하여 세워진 레이첼 카슨 센터에서발행하는 저널 RCC Perspectives도 기억해둘만 하다. <침묵의 봄>이 1960년대 당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대신 <뉴요커>를 통해 대중을 상대로 발행되었듯이, RCC Perspectives도 본격적 학계의 권위를 버리고 ‘덜 공식적인’(less formal), 개방된 저널, 학계와 일반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지향한다. 2016년에 RCC Perspectives: Transformations in Environment and Society로 이름을변경하고, 환경과 사회적 변화의 상관 관계, 인간 세계와 광범위한 지구 환경 디자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Perspectives: Transformations in Environment and Society (2020. 1)
아티클: ‘여성과 에너지’ 아비게일 해리슨 무어, 루스 샌드웰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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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3 | 코듈라

공사 현장에 있어야 할 법한 물건이 집 안으로 들어와 불을 밝힙니다. 디자이너 슈테파니 야스니의 ‘코듈라’는 전선 드럼과 하나가 된 플로어 조명입니다. 전기 조명에 없어서는 안되지만 때로는 귀찮은 전선의 존재가 디자인의 출발점이니만큼, 조명에 운신의 폭을 부여하는 장점이 되죠.

2010-06-04 | 토비아스 웡, 사망

2010년 5월 30일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갑작스런 비보는 충격과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전유를 방법론 삼아 이른바 ‘기생개념적’ 작업을 전개한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뒤샹이 되고 싶은 디자이너”라 불렀습니다. 2002년 그는 제니 홀저에게 다가가 오른팔을 내밀며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라는 그 유명한 문장을 적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를 문신으로 새겨 몸에 남겼고요. 결국에는 그가 원한 것에서 그를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토비아스 웡의 부고 소식입니다.

2009-04-01 | 포켓 캠코더 ‘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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