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모두를 위한 동일한 물건을 이상으로 삼는 공산품의 세계에서 특유함은 오차나 불량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함이라 해도 거꾸로 매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디자이너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는 전기 주전자라는 물건을 바탕으로 변주를 시도합니다. 가열체, 손잡이, 뚜껑 등 안전과 관련된 요소는 모두 동일하게, 하지만 용기는 형태도 소재도 색상도 달리하지요. 대량생산된 공산품과 유일무이한 무엇 사이. ‘전기 주전자 변주’입니다.
순수 산업 제품은 어디까지 변주될 수 있을까. 프랑스의 영 디자이너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Jean Baptiste Fastrez)가 전기 주전자의 변주를 시도한다. 산업 공정의 가장 큰 이점은 대량생산과 표준화에서 비롯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동일한 오브제”라는 산업의 이상에서 특유함이란 오차 또는 불량의 산물일 지 모른다. 그러나 잘못 인쇄한 우표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있듯, 여전히 특유한 단 하나 뿐인 무엇에 대한 열망도 존재한다.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는 ‘전기 주전자 변주(Variations upon an electric kettle)’에서 양자의 하이브리드를 도모한다.
변주에는 변주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공통의 지반이 반드시 존재한다. ‘전기 주전자 변주’의 경우, 표준화된 산업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열이 이뤄지는 제품인 만큼, 특히 안전 규정과 관련된 요소들을 기초로 삼았다. 가열체, 손잡이, 뚜껑 등은 모든 판본에서 동일하다. 대신 주전자의 또 다른 핵심인 용기가 변주의 대상이다. 유리, 도자 등 소재는 물론 형태와 색상을 달리하는 용기들이 더해져, 동일하면서도 서로 다른 각각의 주전자 판본들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용기는 수공으로 제작되었지만, 공예의 새로운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쾌속조형의 힘을 빌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주전자들은 대량생산품과 유일무이한 제품 사이에 머무른다. 산업과 수공, 기술 미학과 유기적 형태의 하이브리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장 밥티스트 파스트레의 ‘전기 주전자 변주’는 디자인 퍼레이드 6(Design Parade)에서 소개되었으며, ‘디자인 퍼레이드 6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였다.
ⓒ designf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