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SFMOMA는 자신의 소장품 가운데 패러(para-)라는 접두사로 묶어낼 수 있는 디자인, 그러니까 소장품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체로 ‘기타’로 분류되던 디자인들을 추려 전시를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패러디자인’ 전은 디자인의 규범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저 너머의 디자인, 정상적인 것과는 떨어져 있는 디자인 100여 점을 선보인 자리였습니다.
너머, 비정상, ~ 옆에, ~에 반(反)하는… 접두사 패러(para)를 붙여 이르려는 디자인이란 과연 어떠한 것들일까. SFMOMA의 ‘패러디자인(ParaDesign)’ 전은 디자인의 규범,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들을 조명하는 자리이다. 미술관이 소장한 건축 및 디자인 컬렉션 가운데 가구, 인스톨레이션, 비디오, 사진에서 모형, 서적, 소형 오브제에 이르는 작품들이 전시에 포진하였다.
건축과 디자인을 소장 대상으로 삼는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SFMOMA의 컬렉션은 상대적으로 ‘다른’ 측면의 건축과 디자인에도 개방적인 편이다. SFMOM는 공상적 건축, 도상적 가구, 베이 에어리어 지역의 그래픽 디자인을 비롯해, 때로 다른 미술관에서 쓸모가 없다, 물리적 실체가 없다, 지나치게 개념적이다 또는 전문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던 오브제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품들은 흔히 데이터베이스에 ‘기타’ 항목으로 분류되어왔다. ‘패러디자인’은 이들 디자인을 위한 자리다.
SFMOMA의 소장품 중 약 100여 점의 ‘패러디자인’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자리에 모였다. 론 아라드(Ron Arad)의 고광택 알루미늄 의자 ‘위험 감수’는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사용자의 엉덩이를 때리며, 딜러+스코피디오(Diller Scofidio)의 목욕 수건 ‘그의 것/그녀의 것(His/Hers)’에는 당돌한 경구들이 수놓여 있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가습기 등 140개의 기계들이 천정에 매달려 이룬 ‘구름(Cloud)’은 안 테 리우(An Te Liu)의 작품으로, 이 역시 이번 ‘패러디자인’ 전에서 선보인다.
건축가 키쇼 쿠로카와가 2007년 10월 1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급진적인 건축 운동이었던 메타볼리즘 사조의 선구자로서, 대표작인 나카긴 캡슐 타워는 도시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건축이라는 개념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지요. 그가 떠난 지 14년이 된 지금, 이제 나카긴 캡슐 타워도 퇴장합니다. 타워의 철거 계획은 이미 2007년에 전해졌지만, 건축 50주년을 맞은 올해 실제 철거가 시작된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캡슐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체한 캡슐들은 자리를 옮겨 전시, 숙박 등의 다른 용도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또 타워의 마지막을 담은 기록 서적도 내년 2월 출간된다고요.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BP의 석유 시추시설이 폭발했고, 이후 5개월 간 1억 7천만 갤런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들었습니다.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 후, 그린피스는 BP에 BP다운 로고를 선사하자며 로고 리디자인 공모전을 전개했습니다. 초록빛 가득한 “로고의 이면”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지요. 참가자들이 새롭게 디자인한 로고들은 매끄럽지는 못할지라도 ‘석유를 넘어’와 같은 BP의 슬로건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