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9 |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

Editor’s Comment

약 100년의 시간선 위에 각기 자리한 네 대의 탁상형 인쇄 기계를 지나 한 권의 책이 태어납니다. 왕립예술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 & 디자인을 전공한 자비에 앙탱이 졸업작품으로 선보인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입니다. 

네 대의 탁상용 프린터들이 일렬로 사열해 있다. 멀리는 1880년대부터 가깝게는 1976년대까지, 탁상용 프린터의 역사에서 선택된 프린터들은 각각 한 가지 색상만을 전담한다. 스텐실 복사기(Stencil duplicator, 1880)에는 마젠타, 스피릿 복사기(Spirit duplicator, 1923)에는 사이언, 레이저 프린터(1969)에는 블랙, 잉크젯 프린터(1976)에는 옐로우가 배정되었다. 네 대의 프린터와 네 가지 색상. 이로써 한 권의 책을 인쇄하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디자이너 자비에 앙탱(Xavier Antin)의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Just in Time or A Short History of Production)’는 출판 과정과 제작 규모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 “재생산과 배급을 콘텐츠의 연장으로 사고하면서, 즉석(ad-hoc) 출판의 내러티브적 잠재력을 탐색하고자 했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작품을 통해 그는 대규모와 소규모, 표준화된 도구와 핸드메이드 아마추어 작업 등 “역사적으로 경제적인 생산 모델”들을 탐색한다. 

서로 다른 색상과 기술을 통과해 완성된 한 권의 책. 책은 총 100부가 인쇄되었다.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는 자비에 앙탱의 졸업작품으로서, 작년 영국 왕립미술학교(RCA)의 여름 졸업전에서 선보였다. 

www.xavierantin.fr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7-10-17 | 펫숍보이스의 QR 코드 뮤직비디오

“잘못한 일이 없다면 두려워할 것 없지. 숨길 것이 있다면 아예 여기 있어서도 안돼.” 펫숍보이스의 〈인테그럴〉은 말하자면 빅브라더가 화자인 노래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부르는 이의 메시지는 아닙니다. “우리가 운용하는 체제에선 모두가 고유 번호를 가지지. 당신의 인생이 정보로 존재하는 상황으로 우리는 나아가고 있어.” 뮤직비디오는 그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영상 속 QR 코드의 형태로 말없이 전합니다. 

2010-07-29 | 프랭크 게리 셀렉트

캘리포니아의 프랭크 로이드 갤러리는 도자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선보여온 화랑입니다. 2010년 이곳에서는 프랭크 게리의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프랭크 게리가 선별한 도자 작품들의 전시입니다. 도자기와 프랭크 게리. 의외의 조합 같지만, 약간의 과장을 보탠다면 도자 공예는 그가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전환점이었다고 할까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2010년 오늘자 소식인 ‘프랭크 게리 셀렉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09-03-10 | ‘잃어버린 도시로부터’

반듯함과는 거리가 먼, 자가성장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파벨라 풍경을 가구에 옮겼습니다. 가구의 뼈대를 채운 것은 제각각 소재의 서랍과 상자들입니다. 2009년 당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티안 비방코는 이제 여러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더불어 멕시코의 라탄 가구 브랜드인 발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도 맡고 있지요.

2008-08-11 | 올시티의 영화 포스터 디자인

올시티의 활동 무대는 영화입니다. 2000년부터 이 런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파트너로서 인상적인 홍보물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2008년 오늘 디자인플럭스에서는 영화 포스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업을 살펴보았는데요. 13년이 지난 지금, 올시티의 포트폴리오에는 영화 외에도 넷플릭스, HBO 등 스트리밍 플랫폼 상영작을 위한 작업이 눈에 띕니다. 또 전통적인 인쇄 홍보물에서 모션, 온라인 등 홍보물 자체의 매체 변화도 흥미롭고요. 영화, 드라마, TV 쇼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