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8 | 전시회 ‘큐빅스’

Editor’s Comment

그리드의 입체판이라 해야 할까요? 정육면체를 기본 단위로 삼아 큐브 패턴의 원리를 찾고, 이를 디자인의 방법론으로 삼았던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얀 슬롯하우버르와 빌리암 흐라츠마는 우표에서 가구까지 큐브 패턴의 응용 가능성을 활짝 펼쳤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2000년대 들어 뒤늦게 재발견되었는데요. 2011년의 ‘큐빅스’도 그러한 맥락에서 열린 전시입니다.

1965년 네덜란드에 큐브구성센터(CCC; Center for Cubic Construction)가 설립되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얀 슬롯하우버르[1](Jan Slothouber, 1918-2007)와 빌리암 흐라츠마(William Graatsma, 1925~)[2]가 설립한 곳이었다. 1955년부터 화학기업 DSM에서 패키징, 제품 응용, 광고, 전시 등을 담당해온 그들은, DSM에서 정육면체 패턴의 원리를 개발하였고, 마침내 큐브 패턴을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슬롯하우버르와 흐라츠마에게 정육면체의 모듈 시스템은 모든 작업의 기저가 되었다. 큐브 유닛들을 조합하여 구체, 원통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었고, 또 정육면체 패턴의 다양한 용도를 모색했다. 큐브는 작업에 있어 제약인 동시에 명료성을 불어넣는 방법론이 되었다. 이와 같은 원리는 가구, 보행자 도로 포장, 인스톨레이션, 우표, 달력 등 여러 작업에 적용되었고, 그들의 작업은 1968년 아트 & 프로젝트에서의 전시와 1970년 베니스 비엔날레 네덜란드관 전시 등에서 소개된 바 있다. 

큐브 패턴의 응용 가능성을 모색했던 숨은 발견자들. 두 사람의 작업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 일등공신 중 한 곳이 로테르담의 비비드 갤러리(Vivid Gallery)이다. 2003년 비비드 갤러리는 두 사람의 주요 작품을 모아 전시를 개최하였고, 이후 스테델레이크 뮤지엄과 판 아버 뮤지엄이 두 사람의 작품 몇 점을 소장품에 추가하였다. 판 아버 뮤지엄은 얀 슬롯하우버르가 타계한 이듬 해, 회고전 ‘얀 슬롯하우버르 1918-2007’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 번 그들의 정육면체 세계가 펼쳐진다. 비비드 갤러리에서 1월 9일 ‘큐빅스(Cubics)’ 전시가 개막했다.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개최된다. 

빌리암 흐라츠마
photos: Yves Krol

www.vividvormgeving.nl

ⓒ designflux.co.kr


[1] 표기 변경: 슬롯하우버르 -> 슬롯하우버르

[2] 빌리암 흐라츠마는 2017년 타계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12-07 | 생일 축하합니다, 고다르!

장-뤽 고다르 감독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스튜디오 카르발류 베르나우가 선보인 폰트의 이름은 ‘장-뤽’입니다. 고다르 영화 두 편의 타이틀 시퀀스에 등장하는 레터링을 참조하여 태어난 대문자 그로테스크 서체인데요. ‘장-뤽’ 서체와 함께 카르발류와 베르나우가 말하는 고다르 영화 속 레터링이 지닌 특징, 그 연원과 영향에 관한 생각 그리고 관련 자료들도 흥미롭습니다.

2011-04-01 | 노키아 퓨어

서체는 브랜드의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에릭 슈피커만의 ‘노키아 샌즈’는 2002년부터 10년 동안 로고부터 시작해 노키아를 대표하는 서체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랬던 노키아 샌즈의 자리를 2011년 새롭게 ‘노키아 퓨어’가 대신했습니다. 다만 2011년은 이미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위기에 몰려 있던 시점이었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3년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는 매각되고 말았죠. 돌아 보면 노키아 최후의 노력처럼 느껴지는 서체, ‘노키아 퓨어’입니다.

2010-07-27 | 안티디자인페스티벌

2010년 런던디자인페스티벌과 정확히 같은 기간에 런던에서 안티디자인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그 반(反)의 주역은 네빌 브로디였습니다. 당시 <잇츠 나이스 댓>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티디자인페스티벌은 변화의 필요에서 태어났다. 무언가 새롭고 추하고 무섭고 위험한 것이 필요하다.”

몽블랑에 머물다 … 떠나간 젊은 산악인을 위한 비박 건축

2021년 12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루토르 빙하 위에 비박(bivouac, 등산 시 비상사태에 만드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