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5 | 디자이너 로빈 데이 타계

Editor’s Comment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한 의자, ‘폴리프롭’의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2010년 타계했습니다. 동료이자 아내였던 텍스타일 디자이너 루시엔 데이가 세상을 떠난 지 약 9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전후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작업을 ‘폴리프롭’을 중심으로 되돌아봅니다.

멜버른의 몬테 라우로 소셜 클럽에 비치된 ‘폴리프롭(Polyprop)’ 의자들.  
photo by Michael Pham

평범함 속에 깃든 경이로움. 누군가는 이를 ‘수퍼노멀’이라, 또는 ‘험블 마스터피스’라 부른다. ‘폴리프로필렌 의자(Polypropylene chair)’도 분명 그런 디자인들 중 하나다. 어디에나 존재하며 매일의 풍경을 이루는 소박한 의자. 1963년 처음 생산된 이래 지금까지1,400만 개가 팔려 나간 그야말로 “몬스터셀러”이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 의자는 20세기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우표에도 등장한 바 있다.   

바로 그 의자 ‘폴리프롭’의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지난 9일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로빈 데이라는 이름은 1948년 뉴욕 MoMA가 개최한 국제 저가 가구 디자인 공모전에서 그가 1등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듬 해 가구회사 (Hille)에 입사한 그는 곧 디자인 디렉터로서 힐의 제품 전반의 디자인을 책임졌다. 

‘폴리프로필렌 의자’는 세계 최초의 폴리프로필렌 의자로, 대중 시장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힐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단 하나의 몰드로 1주일간 4천 개의 의자가 생산되었을 만큼, ‘폴리프롭’의 생산 속도는 빨랐다. 형태에 깃든 단순성과, 정직한 기능 그리고 새로운 대량생산 기술의 결합. <디자인 테크놀로지>는 이 의자에 “20세기의 민주적 모던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폴리프롭’은 세기가 바뀐 지금에도 계속해서 힐의 대표 상품으로서 생산, 판매되고 있다. 

아내이자 평생의 동료였던 텍스타일 디자이너 루시엔 데이(Lucienne Day)와 함께, 이들 부부는 전후 영국을 디자인한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 톰 딕슨이 그들의 초창기 디자인을 재출시하면서, 데이 부부의 작업에 대한 재조명이 진행되었고, 2001년에는 대규모 회고전이 바비컨 미술관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그들의 디자인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컨템포러리 데이스: 로빈 & 루시엔 데이, 영국을 디자인하다 Contemporary Days: Robin and Lucienne Day Design the UK >가 첫 상영되었다.

[The Independent] Robin Day: Designer best known for his Polypropylene stacking chair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11-17 | 2010 무토 탤런트 어워드

새로운 관점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표방하며 출범한 브랜드답게, 무토는 2009년부터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디자인 학교 재학생이 참여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2010년 두 번째로 열린 공모전의 최고상은 스웨덴 콘스트파크에 재학 중이던 3인조 디자이너 왓츠왓 콜렉티브에게 돌아갔는데요. 이들이 선보인 플로어 조명 ‘풀’은 지금도 사랑받는 무토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09-04-06 | 위기를 팝니다

4월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라는 대형 행사를 중심으로, 때맞춰 열리는 전시 등의 소식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4월에는RCA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위기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사소한 생활의 위기에서 위기의 일 선언에 이르기까지,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8-07-04 | 살집 있는 소파

매년 개최되는 D&AD 어워즈에는 학생부문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8년의 D&AD 학생부문 주제는 가구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후원사가 비트라였거든요. 후원사 측이 요청한 공모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새 ‘비트라 에디션’ 가구에서 영감을 얻은, 그러면서도 상업적 제약에서 벗어나 가구 디자인의 경계를 밀어붙인 그런 소파를 디자인할 것. ‘앳원’은 바로 그해의 1등상 수상작입니다. 마치 제니 사빌의 누드화 속 주인공이 소파와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의 의자였죠. 

2006-08-31 | 자하 하디드의 자동차 디자인

자하 하디드가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그에 대한 대답을 아트 딜러 케니 샥터의 제안으로 태어난 ‘Z-카’ 콘셉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소로 달리는 물방울 모양의 삼륜차. 이 콘셉트카는 2008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도 전시된 바 있지요. 하디드의 자동차 디자인은 이후 ‘Z-카 2’ 로까지 이어졌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