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7 | 신경과학으로 바라본 갭 로고 논쟁

Editor’s Comment

2010년 갭이 새로운 로고를 공개하자,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좋은 쪽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죠. 도대체 새 로고는 왜 그토록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것일까요. 그에 관한 신경과학적 분석까지 등장했으니, ‘쇼핑하는 뇌’에 집중한다는 마케팅 회사 뉴로포커스도 갭 로고 사태에 말을 얹었습니다.

(Gap)의 새 로고는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그것이 갭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는 데 있다. 부정적인 반응 일색의‘역풍’이 거세지자, 갭은 당황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어째서 이처럼 많은 이들이 새 로고를 “재앙”이라 단언한 것일까. 이제 갭 로고 디자인 사태에 신경과학적 분석까지 가세했다. 뉴로포커스(Neuroscience)는 말하자면 ‘쇼핑하는 뇌’를 연구하는 마케팅 회사다. 그들은 이번 사태를 맞아 발 빠르게 갭의 새 로고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린’ 까닭을 발표하였다.  

뇌파 활동 측정, 잠재의식 반응 테스트 등을 통해, 뉴로사이언스는 갭의 새 로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새 로고는 참신함, 스타일, 기억 등의 브랜드 평가의 핵심적인 지표들 모두에서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담보하지 못했다. 심지어 스타일 지표의 경우 기존 로고가 더욱 높은 평가를 얻었다. 

이와 같은 결과보다 흥미로운 점은 갭의 로고 리디자인이 실패한 지점들을 인지과학, 신경과학의 측면에서 지적한 대목들이다. 가령 기존의 신경과학 연구들은 단어가 이미지 위에 겹쳐 배치될 때, 뇌가 글자들을 무시하거나 간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뇌는 글자보다 이미지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새 로고에서 p자는 푸른색 사각형과 겹쳐져 있다. “이는 브랜드 명을 적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 지적들은 대부분 p와 사각형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p자 뒤에 배치된 날카로운 사각형은 로고에 대한 회피 반응을 야기한다.” 불안을 불러 일으키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심지어 p자의 둥근 부분을 잘라내기까지 한다. 더불어 기존 로고가 보여주었던 강한 대조도 새 로고에서는 약화되었다. 

한편 G만을 대문자로 나머지 글자를 소문자로 표기하면서 로고답다기 보다 단어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반사적으로 Gap이라는 단어의 뜻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브랜드명을 고유명사로서가 아닌 일반명사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체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평이하고, 또 예전 로고와의 연관성이 축소되면서 브랜드의 유산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갭의 로고 리디자인이 불러온 소동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 될지. 갭은 황급히 “여러분의 디자인 제안을 기다린다”며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애석하게도 이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www.neurofocus.com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7-06-07 | 2012 런던 올림픽 로고 공개

2012 올림픽을 5년 앞둔 2007년, 런던 올림픽의 로고가 공개되었습니다. 울프 올린스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영국 하면 떠오르는 어떤 상징과도 결별한 채, 2012라는 숫자를 도형 삼아 뉴 레이브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게다가 로고의 홍보 영상이 감광성 간질을 유발하는 사태도 벌어졌죠. 하지만 로고는 꿋꿋이 버텨, 5년 뒤 올림픽 현장을 장식했습니다. 

2007-07-23 | 디자인 & 비즈니스 카탈리스트 어워드

미국산업디자인협회의 ‘디자인 & 비즈니스 카탈리스트 어워드’의 전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굿 디자인 이즈 굿 비즈니스”일 것입니다. IDEA 어워드와 병행하여 2003년부터 운영된 이 시상 행사는 제품 디자인이 거둔 사회경제적 성과나 기여의 실제 사례를 통해 ‘디자인 경영’의 영향력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오늘은 2007년도 카탈리스트 어워드 수상작을 되돌아봅니다.

2007-02-22 | 벨크로의 힘

특정 제품의 이름인 고유 명사가 그런 물건 일반을 통칭하는 보통 명사가 되기도 합니다. 벨크로도 그런 경우죠. 생활 속 익숙한 물건이 된 벨크로는 또 생체모방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2007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아트리움은 벨크로에 습격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신진 디자이너 루이스 에슬라바는 이 저렴하고 익숙한 물건으로 조명과 벽장식을 선보이며 여러 모로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2010-05-31 | 팬톤 호텔

팬톤의 컬러칩은 팬톤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지만, 자체로 팬톤을 상징하는 디자인 자산이기도 하죠. 컬러칩의 모양새는 팬톤과의 ‘협업’을 원하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에 널리 활용되고, 또 팬톤의 자체 라이프스타일 소품군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2010년 팬톤은 브뤼셀에 호텔을 열며, 소위 ‘팬톤 유니버스’를 소품에서 공간으로 확대했습니다. 다만 더 이상 팬톤 호텔을 방문할 수는 없으니, 팬톤이 떠나고 이미 다른 호텔이 운영 중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