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0 | 바바라 크루거의 런던 지하철 노선도

Editor’s Comment

2010년 5월 21일 이후 런던의 지하철역에서 포켓형 노선도를 집어들었다면, 표지에서 어딘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노선도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역의 이름이 다릅니다. 가령 피카딜리 서커스 역은 ‘역설’, 웨스트민스터 역은 ‘이성’, 러셀 스퀘어 역은 ‘의심’, 템플 역은 ‘웃음’이 되었습니다. 바바라 크루거는 런던 도심의 지하철역에 어떤 상태, 개념, 감정의 단어를 붙였고, 그렇게 바뀐 노선도는 마음의 여정을 그린 마인드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5월 20일 오늘의 뉴스는 2010년 바바라 크루거가 디자인한 런던교통국의 ‘아트 온 더 언그라운드’ 그 12번째 포켓형 노선도 표지 이야기입니다. 작업에 관해 말하는 바바라 크루거의 인터뷰도 덧붙여봅니다.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운행한 도시 런던. 오랜 역사만큼이나 런던지하철(London Underground)은 디자인, 예술과도 오랜 친교를 맺어왔다. 해리 벡(Harry Beck)이 디자인한 지하철 역 표지는 런던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만 레이와 같은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런던지하철의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이러한 전통은 세기를 지나 2000년대에도 계속해서 이어져 온바, ‘아트 온 더 언더그라운드’, ‘플랫폼 포 아트’와 같은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예술 작품 전시에서 지하철 포스터, 휴대용 노선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달 런던지하철의 새로운 표지의 포켓 노선도가 배포된다는 소식이다. 표지 디자인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가 맡았다.

<크리에이티브 리뷰>에 공개된 새 표지의 모습이다. 노선도의 일부를 담은 표지는, 그러나 예상치 못한 단어들로 채워졌다. 기존의 지하철 역명이 다른 단어들로 대체된 것. 질투, 웃음, 아이러니, 이성, 기쁨과 같은 단어들이 역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적어도 이 표지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리뷰의 사무실은 권력과 완전성 사이 쯤에 있다”고. 바바라 크루거의 새 노선도는 오는 5월 21일부터 지하철 역에서 배부된다. 

www.tfl.gov.uk

via creative review blog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레고로 재해석한 앨범 재킷

미국의 레고 아티스트 애드넌 로티아(Adnan Lotia)는 명반의 재킷을 레고 아트로 재해석한다. 록, 팝, R&B,...

2011-02-16 | 『게르트 아른츠, 그래픽 디자이너』

복잡다단한 정보를 어떻게 표준화된 시각 언어로 전달할 것인가. 아이소타입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아이소타입하면 오토 노이라트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와 함께 이 시각 언어를 디자인한 사람이 바로 게르트 아른츠입니다. 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 가능하도록 변환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신념과도 부합하는 작업이었죠. 2011년 출간된 『게르트 아른츠,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이소타입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작업 세계를 다룹니다.

2010-09-13 | 이베이 박스

팬데믹을 지나며 미국에서도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안전과 편의가 낳은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면 포장 폐기물의 증가입니다. 배송이 유일한 판매 방식인 기업들은 그래서 전통적인 일회용 종이 박스 대신에 재사용 박스를 도입하기도 했죠. 2010년 이베이는 종이 박스이면서도 최소 5번의 재이용을 꾀하는 포장을 모색했습니다. 이름하여 ‘이베이 박스’는 그것이 이베이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습니다.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기도 하고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기도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이베이 박스 홈페이지 링크도, 이베이 그린 팀의 홈페이지 링크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2009-08-25 | 그 미용실 황량하다

철거 중인지 완성된 것인지 아리송한 실내의 상점들이 부쩍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끈함의 정반대에 선 반폐허의 미감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지만, 미감을 논하기 이전에 위생을 걱정해야 할 곳들도 적지 않았지요. 2009년의 어느 ‘황량한’ 미용실 인테리어 소식을 보며, 오늘 여기의 어떤 상점들을 생각해 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