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퓨즈프로젝트의 디자이너 이브 베하가 큐레이터가 되어 18개월 간 동시대 ‘만들기(making)’의 양상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청사진, 해킹, 미완성, 모듈이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말이죠. 2010년 YBCA에서 열린 전시회 ‘테크노크래프트’ 소식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미술센터(YBCA;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가 주목할 만한 디자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테크노크래프트(TechnoCRAFT)’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지우는 디자인계 경향을 다루며, 대량생산의 시대, 몰개성의 상품들 속에서 다시금 부상하는 ‘개인성’을 주제로 삼았다.
핵심은 만들기(making)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대량생산사회의 등장은 곧 대량소비사회의 등장을 의미했다. 이를 기점으로 개인은 소비자로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대신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사람이 되었다. 만들기의 전통은 공예와 같은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남아 있다. 이러한 구도가 여전히 지배적이라 할지라도, 최근 다시금 되살아나는 ‘만들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업들은 개인화, 맞춤화를 통해 대량생산사회 속에 개성의 공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더 나아가 디자인계에서는 만들기의 새로운 의미를 공유하는 움직임들이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킹, 오픈소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사회적, 기술적 트렌드를 배경으로, 만들기라는 행위의 아이디어와 도구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테크노크래프트’는 디자인과 시장에서 진행되는 만들기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전시는 여섯 가지 주제들로 구성된다. 온라인 티셔츠 숍 스레드리스(Threadless)의 사례에서 보듯,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은 집단의 선택과 재능을 디자인 개발 과정 속에 끌어 들인다. 한편 푸마의 몽골리안 바비큐(Monglian Barbeque)처럼 사람들에게 제품의 생산 또는 맞춤화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플랫폼(Platforms)’ 섹션에서는 오픈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청사진(Blueprints)’은 완제품 대신 아이디어를 제공 또는 판매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다룬다. 엔초 마리의 1974년도 프로젝트, ‘자급자족 디자인(Autoprogettazione)’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해킹(Hacks)’ 역시 흥미로운 경향 가운데 하나다. 해킹은 디자인계에서 기존 디자인의 변용 행위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사용자들이 일상제품을 마음대로 변형시켜, 기존 제품에 새로운 모습 또는 기능을 부여하는 사례들은 가구에서 악기, 자전거, 아이폰 등 다양한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photo by Robaard/Theuwkens photo by Gerard van Hees
styling by Marjo Kranenborg, CMK
한편 의도적으로 완성을 미룬 디자인도 주요한 경향 가운데 하나다. ‘미완성(Incompletes)’은 사용자를 위한 여지를 미리 남겨둔 디자인들을 다룬다. 완성은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다. 마레인 판데르 폴이 드로흐를 통해 선보인, ‘두 힛’ 의자처럼 말이다. 전시의 마지막 주제는 ‘모듈(Modules)’이다. 지적으로 설계된 모듈은, 깜짝 놀랄 만한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크바드라트를 통해 출시된 부룰렉[iii] 형제의 ‘구름’은 모듈식 디자인의 멋진 사례 가운데 하나다.
예르바 부에나 미술센터는 이번 전시를 위해 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Yves Behar)를 큐레이터로 초빙했다. 전시기획자로서의 이브 베하의 선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테크노크래프트’의 묘미일 것이다. 전시는 7월 11일 개막한다.
© designflux.co.kr
[i] 번역 수정: 자가디자인 → 자급자족 디자인
[ii] 표기 정정: 마레인 판 더 폴 → 마레인 판데르 폴
[iii] 표기 정정: 부훌렉 -> 부룰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