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38세의 백인 남성… 독립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증가… 전체 디자인 회사들의 2/3가 신규 채용을 아예 포기….” 2010년 디자인 카운슬이 발표한 영국 디자인 업계의 현황 보고서에서 묘하게 2020년이 겹쳐 보입니다. 2007년의 경제위기와 2020년의 팬데믹. 두 개의 위기가 불러온 경제적 여파에서 디자인 업계도 자유롭지 못했으니, 작년에는 IDEO마저 인력의 8% 감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와중에,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프리랜서입니다. 더 나아가 일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인력을 조직하는, 이른바 ‘온디맨드형’ 인력 구성이 아예 표준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38세의 백인 남성”이 평균을 이루는 업계 현실도 여전하겠지만,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던 2020년을 지나며,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균질한 인종, 젠더, 연령, 학력, 문화로 구성된 조직이 건강할 수 없고, 또 다양한 사용자를 포용할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없다는 인식이 일터에서도 퍼져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인비전의 ‘2021 프로덕트 디자인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2.3%가 직장에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해 팀 단위 대화를 나누었고, 그중 26.4%는 이런 대화가 처음이었다고 답했습니다. 2030년의 디자이너 평균 얼굴은 달라질까요? 이곳의 모습은 또 어떠할까요?
38세의 백인 남성. 일반적인 영국 디자이너의 모습이다.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이 ‘2010 디자인산업 리서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9년 가을 실시한 업계 조사의 내용과 분석 결과가 담겨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디자인 부문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몇 가지 수치들로 살펴보면, 먼저 디자이너의 전체 숫자는 2005년 이래 30% 가까이 증가하여 총 232,000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고용 형태상의 변화다. 특히나 독립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증가가 눈에 띈다. 66,000명. 2005년에 비해 39%나 증가한 것으로, 숫자가 늘어난 만큼 그들의 수익 총합도 22% 증가했다. 한편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예산 감축의 압박에 놓여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하우스 디자인팀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예산은 34%나 줄었지만, 인하우스 디자인팀의 숫자는 오히려 증가하였다고.
그 밖에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 업계의 대부분이 소규모, 신생 회사들로 구성되었다. 디자인 컨설턴시의 절반 이상이 5인 미만, 27%가 10명 미만의 규모다.
–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가 포착된다. 이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디지털 및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반면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회사들의 41%가 2005년 이래 수요 감소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들 분야의 통합 요구 경향은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전체 디자이너들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채용은 미미하다. 작년 한 해 전체 디자인 회사들의 2/3가 신규 채용을 아예 포기하였다. 여기에 컨설턴시 회사들 가운데 6%는 지난해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인하우스 디자인팀 역시 9%에 달하는 인원이 감축되었다.
– 영국 디자인계는 국외보다는 국내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경쟁의 양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전체 기업들 가운데 23%가 런던 및 영국 남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이 지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디자인 카운슬의 보고서는 영국 디자인산업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2010 디자인 업계 리서치’ 보고서는 아래 페이지에서 받아볼 수 있다.
https://www.designcouncil.org.uk/resources/report/design-industry-research-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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