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2 |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 x 마티아치

Editor’s Comment

다른 가구 회사들의 하청 작업을 해온 가구제작소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2009년 스튜디오 닛잔 코헨과의 협업으로 태어난 첫 번째 컬렉션에 이어, 2010년 두 번째 마티아치 컬렉션의 디자인은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가 맡았습니다. 그렇게 마티아치 컬렉션은 해를 이어, 올해로 벌써 22번째 의자를 맞이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Industrial Facility), ‘나뭇가지(Branca)’ 
– 마티아치(Mattiazzi)의 두 번째 컬렉션

이탈리아 우디네에 자리잡은 가구제작소 마티아치(Mattiazzi). 가족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1978년부터 목재수공 가구 제작에 집중하며, 업계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름이 낯설다면, 30여 년 넘게 다른 브랜드를 위한 하청 작업을 주로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마티아치는 다른 브랜드의 뒤에 숨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독자적은 브랜드로 진화하는 중이다. 

스튜디오 닛잔 코헨(Studio Nitzan Cohen), ‘그의 말 / 그녀의 말(He said / She said)’ 중 ‘그녀의 말’ 의자
– 마티아치의 첫 번째 컬렉션

2009년 독일 뮌헨의 젊은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닛잔 코헨(Studio Nitzan Cohen)을 섭외하여 첫 번째 컬렉션, ‘그의 말/ 그녀의 말(He said / She said)’를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올해, 마티아치의 두 번째 컬렉션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공개된다. 새 컬렉션을 위해 마티아치는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Industrial Facility)의 사무실을 찾았다. 

마티아치의 제안은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에게는 다소 낯선 것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특이한 프로젝트였다. 우리의 작업은 대체로 대량생산제품과 관련된 것이라, 프로젝트의 의뢰처와 제품의 생산지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샘 헥트의 설명이다. 대량생산제품에 일가견이 있는 디자인 회사와, 고집스레 목재 가구를 생산해 온 전문 제작소. ‘나뭇가지(Branca)’ 의자는 그들의 만남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나뭇가지’ 의자

이번 작업의 핵심은 기계 공정과 수제 공정의 ‘평형’ 상태라 할 수 있다. 마티아치의 목공들은 수제 작업뿐만 아니라 8축 CNC 밀링 머신을 이용한 섬세한 기계 공정도 직접 진행할 수 있다. 사출분사 플라스틱으로나 만들 법한 복잡한 형태도 나무로 멋들어지게 만들어내는 그들은, 로봇 공정 역시 ‘공예’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의자에 있어 고도로 복잡한 부품은 CNC 밀링 머신으로, 나머지는 전통적인 수제 조형과 마감으로 제작한다면? 

‘나뭇가지’ 의자의 뒤쪽 다리 부분
다리 부분의 가지들로부터 등받이와 팔걸이 등이 연결된다.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는 기계와 손의 평형 상태라는 방향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의자 디자인 개발에 나섰다. 디자인의 핵심 비유로 떠오른 것은 나뭇가지. 가지란 큰 가지와 작은 가지의, 잎사귀와 가지의 연결부다. 의자 ‘나뭇가지’에도 숨겨진 가지 부분들이 있다. 의자의 핵심은 뒤쪽 다리들이다. 이 곳은 등받이와 팔걸이, 시트와 이어지는 연결부, 즉 가지들을 지녔다. CNC 밀링 머신으로 제작된 이 두 개의 다리를 기점으로, 수공으로 제작된 의자의 나머지 부분들이 연결된다. 

‘나뭇가지’ 의자의 제작 과정 
all images courtesy of Industrial Facility & Mattiazzi

전체적으로 ‘나뭇가지’는 이음매 없이 매끄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단순한 윤곽선 속에는 서로 다른 생산공정이 숨어 있다. 말하자면 ‘나뭇가지’라는 디자인 모티프는 외관이 아닌 제작 방식 속에 숨어 있다. 마티아치와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의 ‘나뭇가지’는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조나 토르토나(Zona Tortona)’ 현장에서 공개된다. 

www.industrialfacility.co.uk
www.mattiazzi.eu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5-03 | 30일의 물빛

30일 동안 매일의 베니스 물빛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패턴으로 만들어 다시 실크 스카프 위에 옮겼습니다. 매일 조금씩 다른 물의 빛깔과 수면에 비친 풍경의 일렁임을 고스란히 담아낸, ‘30일의 물빛’ 스카프입니다.

2009-09-23 | 그래피티 x 도자기

포르투갈의 디자인 회사 카브라세가는 거리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그래피티와 도자기라는 있을 법 하지 않은 만남을 이뤄냅니다. ‘올 시티’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도자기 티세트에 그래피티라는 오늘의 시각문화, 오늘의 현실을 입혔습니다. 가령 미스터데오가 티세트에 유가 상승이라는 현실을 말그대로 ‘담았던’ 것처럼요. 

2011-08-02 | 『폰트북』, 아이패드 속으로

폰트숍 인터내셔널의 “커다란 노란 책”이 아이패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마치 폰트 자체가 디지털화되었듯, 『폰트북』도 디지털 앱이 되었죠. 덕분에 110여 서체제작소의 62만여 폰트 정보를 3kg에 달하는 육중한 책을 뒤적이는 대신, 가볍게 또 간편하게 검색하고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앱 출시 이후 애석하게도 『폰트북』은 출간이 중단되었는데요. 어째서인지 지금은 『폰트북』 앱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2007-11-09 | MIT, 프랭크 게리 고소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MIT의 ‘레이 & 마리아 스테이터 센터’는 놀라운 형태와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개관 직후부터 건물은 이런저런 하자에 시달렸습니다. 아고라를 구현하였다는 원형 극장 석조부에 금이 가고 하수가 역류하는가 하면, 이곳저곳에서 누수로 곰팡이가 피었다고요. 장관을 이룬 다각의 벽들은 겨울이면 얼음과 눈이 흘러내리는 슬로프가 되었습니다. 결국 MIT는 설계를 맡은 프랭크 게리 & 어소시에이츠와 건설을 맡은 비컨 스칸스카 등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Designflux 2.0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