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인덱스 어워드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디자인 시상 행사입니다. ‘몸’, ‘집’, ‘일’, ‘놀이와 배움’, ‘공동체’의 다섯 가지 부문 별로 “삶을 개선하는 디자인”을 선정해 발표하는데요. 2009년 ‘놀이’ 부문상은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는 05049번이라 불리던 돼지가 도축되고 187개 제품이 되기까지, 그 쓰임새의 면면을 3년에 걸쳐 연구하여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삶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2009 인덱스 어워드 부문별 수상작 리뷰.
<돼지 05049>
부문: 놀이(Play)
디자인: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Christien Meindertsma)
지역: 네덜란드 로테르담
돼지 한 마리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가짓수는 얼마나 될까.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는 3년에 걸쳐, 05049번 돼지의 쓰임새를 추적했다. 놀랍게도 돼지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185개에 이른다. 디자이너 자신도 놀란 발견의 목록이 한 권의 책 <돼지 05049>에 담겼다.
3년간의 연구로 탄생한 책 속에는 돼지로 만든 제품들의 차트와 각종 시각 자료들이 담겨 있다. 돼지 하면 일단 식재료들이 떠오르겠지만, 돼지의 쓰임새가 음식에 머무르는 것만은 아니다. 탄약, 자동차 페인트, 비누, 가루세제, 도자기, 담배, 기차 브레이크 등, 상상조차 어려웠던 다종다양한 제품들이 돼지를 원료로 한다.
“기본적으로, 지구를 보살피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아는 데 있다.” 크리스틴 메인데르츠마의 설명이다. 심사위원인 존 헤스켓은 그의 책이 지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오래 전, 지도하던 학생들이 시카고 남부 빈민가의 어린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닭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닭이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온 상태의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재료에서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들이 존재한다. 메인데르츠마는 그렇기에 어떤 제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돼지 농장주들 역시 돼지로 만들 수 있는 제품들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조차도 자신들이 기른 돼지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돼지 한 마리로 재구성한 원재료, 제품, 생산자, 소비자의 연계 고리. <돼지 05049>의 최종 쓰임새란 어쩌면 사유를 위한 먹거리인지도 모른다.
photo by Martin Buba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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