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9 | 오브제 팩토리

Editor’s Comment

도자라는 오랜 매체의 산업적 성취를 되돌아봅니다. 2009년 뉴욕 MAD에서 열린 ‘오브제 팩토리’ 전은 도자 기업과 디자이너, 아티스트와의 창의적인 협업으로 태어난 새로운 트렌드, 기술, 발전의 양상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현대 도자 산업의 현재를 보여주었던 전시회 소식을 다시 만나 봅니다.

5.5 디자이너스, ‘앙상블 크레미에 쿨라주(Ensemble Cremiers Coulage)’ 중 No.2과 No.4, 2005 – 베르나르도 재단(Bernardaud Foundation)과의 협업 작품 

지금 뉴욕 MAD(Museum of Arts and Design)에서는, ‘오브제 팩토리(Object Factory)’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한창이다. ‘산업 도자의 예술(The Art of Industrial Ceramics)’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현대 도자 산업이 성취한 혁신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가장 전통적인 매체의 가능성을 다시 상상하다.” 오늘날의 도자 산업은 ‘산업’으로서, 더불어 역사 깊은 하나의 ‘문화’로서, 그리고 생활 속에 스며든 ‘일상’으로서 스스로를 갱신하고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도자 업체들은 내로라하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에 적극 나섰고, 더불어 주방용 칼에서 디지털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도자기의 새로운 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기업들의 창의적인 협업 사례들을 살피고,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새로운 트렌드, 기술, 발전의 양상들을 선보인다”는 것이 MAD의 설명이다.

아미 드라크 & 도브 간크로우(Ami Drach & Dov Ganchrow), ‘플러스마이너스 핫플레이트(+/- Hot Plate)’, 2003

‘오브제 팩토리’는 현대 도자 산업을 세 가지 측면에서 되짚는다. 로젠탈, 님펜부르크와 유서 깊은 도자 브랜드는 동시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의 재창조를 꾀한다. 로젠탈과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1]의 ‘풍경(Landscape)’ 시리즈는 가장 가까운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의 결과가 비단 제품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창조적인 개입’은 대량생산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색다른 커팅, 깨뜨림, 의도적인 변형, 분해와 같은 예술적 모색을 통해 새로운 생산 기법이 도입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브제 팩토리’는 세라믹과 하이테크 디자인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경향까지도 짚어낸다. 지르코늄 세라믹, 세라믹 코런덤과 같은 신소재들은 이미 가위, 칼, 핸드밀, 토스터 등 다양한 소비자 제품에 적용되며, 도자라는 소재에 종래의 선입견을 훌쩍 뛰어넘는다.

스튜디오 욥(Studio Job), ‘비스킷 컬렉션(Biscuit Collection)’, 2006, 로얄 티헬라르 마큄
에디타 시엘로크(Edyta Cieloch), ‘스페인 레이스(Spanish Lace)’, 2008
photo: Sebastian Zimmer
인더스트레알: 이오나 보트랑 & 쥘로메 델비뉴(Industreal: Ionna Vautrin and Guillaume Delvigne), ‘구멍 뚫린 그릇(Panier Perce)’, 2006, 인더스트레알 
photo: Ilvio Gallo
교세라 어드밴스드 세라믹스(Kyocera Advanced Ceramics), ‘나키리 야채칼(Nakiri Vegetable Cleaver)’ – 산화지르코늄 소재의 주방용 칼 
photo: Kyocera Corporation
엘리샤 탈: 에얄 크레메르 & 대니 라비(Elisha Tal: Eyal Cremer & Danny Lavie), ‘노마드(Nomad)’ 세트, 2002 
photo: Eyal Cremer

이번 전시에서는 로얄 티헬라르 마큄, 로젠탈, 인더스트레알, 베르나르도 등 다수의 도자 기업들 그리고 콘스탄틴 그리치치, 5.5 디자이너스, 테드 뮐링, 헬라 용에리위스, 위르헨 베이, 콘스탄틴 보임 등의 익숙한 디자이너들의 작품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오브제 팩토리’ 전시는 8월 25까지 계속된다.

www.madmuseum.org

ⓒ designflux.co.kr


[1] 표기 정정: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6-11-10 | 세균 강박 사회를 위한 디자인

그 시절에는 “강박”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타당한 염려가 되었습니다. 공중위생과 거리두기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2006년의 디자인들을 돌아봅니다. 어떤 것은 진도구에 가깝지 않은가 싶지만, 어떤 것은 팬데믹을 살아가는 지금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

2011-02-14 | 시로 쿠라마타와 에토레 소트사스

2011년 도쿄의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 시로 쿠라마타와 에토레 소트사스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소트사스가 멤피스 동참을 권유하는 편지를 쿠라마타에게 보내면서, 두 사람의 오랜 교류가 시작되었죠. 전시에서는 ‘달이 얼마나 높은지’와 같은 80년대 이후 쿠라마타의 대표작과 드로잉에서 태어난 소트사스의 2000년대 연작인 ‘카치나’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2008-06-10 | 굿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수없이 던져진 질문이고 어떤 대답은 무척이나 유명합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처럼요. 이번에는 디자인 평론가 앨리스 로스손의 대답입니다. 그녀는 좋은 디자인인가를 생각할 때 짚어볼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 모습은 어떠한지, 어디가 새로운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죄책감을 일으키는지 말이지요. 그리하여 도달하는 좋은 디자인의 결론은 무엇인지, 오늘의 뉴스에서 만나봅니다.

2010-10-04 | BMW 구겐하임 랩 발표

지난 5월 9일의 소식이 2011년 BMW 구겐하임 랩 1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오늘은 그보다 앞서 2010년 오늘자로 소개했던 BMW 구겐하임 랩의 기획 발표 소식입니다. 도시를 여행하는 도시 실험실이라는 기획 아래 프로그램의 대략적인 윤곽과 계획이 공개되었죠. 순서가 바뀌기는 했습니다만, 이 기회에 앞서 공유했던 나중의 뉴스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