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5 | 디자인과 예술 사이

Editor’s Comment

“디자인은 목적이 있는 표현이고, 만일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기만 하다면 훗날 예술이라 판정될 수도 있다.” 20세기의 거장 찰스 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하이메 아욘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더 이상 제품디자인과 예술 사이에 명확한 경계란 없다.” 디자인과 예술 사이를 유영하는 정체불명의 오브제들. 이를 조명하는 전시 ‘U.F.O. : 예술과 디자인의 흐릿한 경계’가 2009년 NRW-포럼 뒤셀도르프에서 열렸습니다. 

마크 뉴슨(Marc Newson),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 1985/1986
courtesy Vitra Design Museum, Weil am Rhein
ⓒ Marc Newson, photo: Thomas Dix

다큐멘터리 <마크 뉴슨: 어번 스페이스맨>의 한 대목. ‘록히드 라운지’를 앞에 두고, 마크 뉴슨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의자라기보다는 사실 조각일 텐데, 의자란 이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구실이라고나 할까요.” 의자의 형상을 빌어온 이 조각 앞에서 “과연 앉으면 편안합니까?”와 같은 질문은 무의미하다. 

‘U.F.O.’의 관계도  
ⓒ NRW-Forum Düsseldorf

점차 더욱 모호해지는 디자인과 예술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회가 개최된다. 5월 23일 NRW-포럼 뒤셀도르프에서 ‘U.F.O. : 예술과 디자인의 흐릿한 경계’가 개막했다. 마크 뉴슨, 론 아라드, 로스 러브그로브, 캄파나 형제, 부룰렉 형제, 자하 하디드 등 디자인-아트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거장’ 디자이너들과 더불어 스튜디오 욥, 크람/바이스하르 등 신예 디자이너들은 물론 도널드 저드, 프란츠 웨스트, 존 암리더와 같은 예술가들까지, 모두의 작품을 한자리에 망라했다. 

데이비드 아디아예(David Adjaye), ‘모노폼(Monoforms)’ 중 ‘타입 IV -갈릴리’, 2007
courtesy Albion Gallery, London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 ‘리퀴드 메가바이오폼 테이블(Liquid Megabioform Table)’, 2007
courtesy Ross Lovegrove, Lovegrove Studio, London
마르티노 갬퍼(Martino Gamper), ‘100일 동안 100개의 의자를’ 중 ‘비엔나의 바바파파(Barbapapa in Vienna)’, 2006/2007
courtesy Nilufar Gallery, Milano und Martino Gamper, London
photo: Åbäke
스튜디오 욥(Studio Job), ‘홈워크(Homework)’ 중 ‘타워’, 2007
courtesy Sammlung Groninger Museum, Groningen
Foto: R. Kot, Brüssel
론 아라드(Ron Arad), ‘보디가드(Bodyguards)’, 2008
courtesy The Gallery Mourmans, Lanaken

“디자인은 목적이 있는 표현이고, 만일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기만 하다면 훗날 예술이라 판정될 수도 있다.” 20세기의 거장 찰스 임스의 말이다. 그리고 지금 하이메 아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이상 제품디자인과 예술 사이에 명확한 경계란 없다.” 

몇 십 년의 시차를 둔 이 두 개의 발언 사이, 한편으로 예술가들은 변화하는 조각의 기능을 탐색하고, 다른 한편으로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디자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차라리 조각에 가까운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한때 명명백백했던 디자인과 예술 사이의 경계는 어느새 불분명해졌고, ‘디자인-아트’는 바로 이 불확실한 오브제를 지칭하는 명칭이 되었다.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 ‘하나이자 셋인 의자(One and Three Chairs)’, 1965
courtesy Sammlung Paul Maenz, Berlin
ⓒ VG Bild-Kunst, Bonn 2009
존 암리더(John Armleder), ‘옛 장미 정원(Old Rose Garden, FS), 2008
courtesy Galerie Andrea Caratsch, Zürich
도널드 저드(Donald Judd), ‘겨울정원 벤치(Wintergarden Bench)’, 1980
courtesy JGM.Galerie, Paris
리처드 아트슈워거(Richard Artschwager), ‘의자(Chair)’, 1965 – 2000
courtesy Monika Sprüth Philomene Magers, Berlin/London
ⓒ VG Bild-Kunst, Bonn 2009
테요 레미(Tejo Remy), ‘서랍장/기억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Chest of Drawers / You Can’t Lay Down Your Memory)’, 1991
courtesy Tejo Remy und Droog Design, Amsterdam
자하 하디드(Zaha Hadid), ‘빙산(Iceberg)’, 2003
courtesy Sammlung Anke Bornemann / Harald Seick, Designer’s Gallery/Gabrielle Ammann, Köln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나(Fernando+Humberto Campana), ‘카툰 체어: 미키, 미니, 플루토(Cartoon Chair: Mickey, Minnie, Pluto)’, 2007
courtesy Albion Gallery, London
ⓒ VG Bild-Kunst, Bonn 2009
마르셀 반더르스(Marcel Wanders), ‘벨라 브리기타(Bella Brigitta)’, 2007
courtesy Marcel Wanders Studio, Amsterdam
크람/바이스하르(Kram/Weisshaar), ‘브리딩 테이블(Breeding Table)’, 2003~
courtesy KRAM/WEISSHAAR AB, Stockholm/München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 ‘A-Z 시계(A-Z Clocks)’, 1994
courtesy Sammlung Goetz, Foto: Wilfried Petzi, München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 ‘애프터워즈(Afterwords)’, 2000 가을/겨울 
collection Musee d’Art Moderne Grand-Duc Jean, Mudam Luxembourg

디자인과 예술 사이. 그 ‘정체불명’ 오브제들의 세계. ‘U.F.O.: 예술과 디자인의 흐릿한 경계’ 전시회는 7월 5일까지 계속된다. 

www.nrw-forum.de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디자인붐, 아키토닉 아크데일리에 인수

지난 1월 13일, 디자인 웹진 <디자인붐>이 아키토닉 아크데일리 그룹(Architonic ArchDaily)에 인수되었다. 아키토닉 아크데일리 그룹은...

2009-02-04 | 올린의 새 얼굴, 새 웹사이트

세계적인 조경건축 디자인 회사 올린이 2009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도입하며 그에 걸맞게 웹사이트도 새단장합니다. 리뉴얼을 맡은 펜타그램의 애벗 밀러는 간결함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는 올린의 O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드러나죠. O자에 담긴 두 개의 원에 집중한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다양한 색상과 유연한 로고 구성으로 지루함을 피했다는 설명입니다.

2010-05-24 | 런던의 새 버스

런던의 상징이었던 이층버스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2005년 12월 9일 루트마스터가 마지막으로 정규 노선 주행을 마친 지 약 5년 만에, ‘런던의 새로운 버스’의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이 새로운 루트마스터는 2012년부터 런던의 거리를 달렸는데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른 2017년 런던시가 가격 문제를 이유로 뉴 루트마스터의 구입을 중단하였고, 그 자리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에 바탕을 둔 또 다른 ‘새’ 루트마스터가 이어 받았습니다. 

2010-05-15 | 2010 영국디자인산업계 조사

“38세의 백인 남성… 독립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증가… 전체 디자인 회사들의 2/3가 신규 채용을 아예 포기….” 2010년 디자인 카운슬이 발표한 영국 디자인 업계의 현황 보고서에서 묘하게 2020년이 겹쳐 보입니다. 2007년의 경제위기와 2020년의 팬데믹. 두 개의 위기가 불러온 경제적 여파에서 디자인 업계도 자유롭지 못했으니, 작년에는 IDEO마저 인력의 8% 감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와중에,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프리랜서입니다. 더 나아가 일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인력을 조직하는, 이른바 ‘온디맨드형’ 인력 구성이 아예 표준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