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2007년 패스트패션 브랜드 톱숍이 ‘케이트 모스’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 이름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해졌지요. 디자이너 피터 사빌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가 찾은 답은 반세기도 전에 태어난 오래된 서체, ‘알-브로’였습니다.
다음 달이면 전 세계 톱숍 매장에서 브랜드 명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워너비들을 지닌 패션 아이콘과 패션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이름이 브랜드의 이름으로 변모하는 과정,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케이트 모스가 지닌 독특한 지위란, 그녀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워서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일종의 불완전함이었다(가령 우리는 모델로서 너무 작은 키, 여성미를 드러내기에는 너무 마른 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케이트 모스를 브랜드화 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독특한 지점들을 부각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리뷰에 ‘케이트 모스가 브랜드 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흥미로운 리포트가 게재되었다. 장식미가 깃든 복고적인 서체로 쓰여진 ‘Kate Moss’ 로고는, 그래픽 디자인 계의 거장 피터 사빌(Peter Saville)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Paul Barnes)의 공동 작품이다.
피터 사빌은 “케이트 모스라는 아이덴티티에 관한 수많은 표현물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절실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비단 톱숍과의 협업으로 구체화된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그녀가 운영하는 모델 에이전시 스톰(Storm)의 대외 활동과도 연관되어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위해 피터 사빌은 그녀의 서명을 로고화해볼까 하는 아이디어를 실험해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알맞은 서체를 찾아보기로 결정한 후,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를 찾아갔다. 이 두 사람은 한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Kate’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폰트들은 상당히 많았다. 문제는 ‘Moss’였다. “Moss는 모스 브라더스, 내셔널 트러스트 토지 운동 등 엉뚱한 뜻을 연상시키며 본래의 의미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폴 반즈는 과거 언젠가 작업에 사용해 보리라 기억해두었던 한 서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1934년부터 57년까지 <하퍼스 바자>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던 전설적인 인물) 알렉세이 브로도비치(Alexey Brodovitch)가 디자인한 서체가 그것이다. 폴 반즈는 “장난 삼아 한 번 이 서체를 써봤는데, 실제로 결과가 상당히 괜찮았다. 기교가 많으면서도 여전히 모던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케이트 모스 개인이 지닌 어떤 특징과 유사했다.” 그리고 케이트 모스 역시 20개의 시안 중에 숨어 있던 이 디자인을 단번에 선택하였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예요.”
브랜드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표현하기 위한 두 디자이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인명이 브랜드명이 될 때 그 안에 어떠한 요소들이 담기게 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케이트 모스라는 개인의 정체성, 그녀의 이름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 구체적인 패션 브랜드로서 이 브랜드가 표방하는 개성 등은 기본이다. 물론 ‘그래픽’의 관점에서 바라본 두 개의 단어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평가도 흥미롭다. 결국 이들은 아이콘으로서의 케이트 모스 개인과, Moss라는 까다로운 단어마저 멋지게 소화하는 서체를 찾아냈다. 복고적인 느낌에, 약간은 변덕스러운 듯 하면서 세련된 그러한 서체를 말이다.
[Creative Review] Kate Moss: The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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