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6 | 디지털 콘텐츠의 딜레마

Editor’s Comment

음악이 물리적 매체를 탈피하면, 음반 디자인에서는 무엇이 남을까요? 2007년 오늘자 뉴스는 jpeg 형식의 커버 이미지 파일만이 남은 현실을 절절히 아쉬워하는 <디자인 옵저버>의 아티클을 소개했습니다. 그야말로 스트리밍의 시대인 지금, 또 하나의 흥미로운 아티클을 덧붙여 봅니다. AIGA의 ‘아이 온 디자인’에 실린 케이팝과 CD 음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케이팝 신에서 CD는 팬들을 위한 “선물”처럼 채워지고 디자인되고 있으며, CD의 판매고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요.

테이프의 시대가 끝나버린 것처럼, 조만간 CD 역시 그러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들 한다. 물론 LP처럼 무덤에서 부활하게 될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만일 그러한 관측이 100% 사실이 된다면, 물질적 형태를 갖춘 음반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추동하는 것은 음반의 디지털화다. 초대형 레이블은 애플, 스타벅스, 월마트, 아마존 등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둘러싸인 채, 오늘도 누군가의 새 앨범을 디지털 버전으로 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집스레 물리적 실체를 지닌 ‘음반’ – 케이스, 커버 아트, 속지를 포함한 패키지 일체를 제작하는 음반사들이 있다. CD나 LP 등의 포맷을 고집하는 아티스트와 애호가들도 상당수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음반을 단순한 음원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면 mp3 다운로드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음반이 음원 이상의 무엇이라 믿는 이들이라면 단일 폴더 속 노래 파일들, 이라는 음반 형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옵저버에 게재된 ‘새로운 앨범 커버 JPEG?’는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만일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 컴퓨터 속에 자리잡은 비가시적인 무엇인 된다면, 음악에 내재한 핵심적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일까? 음악이 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물질성이 필요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본격적인 디지털 콘텐츠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들의 당혹스러운 표현인 지도 모른다. 음악, 영화, 심지어 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된 콘텐츠가 도래하면서, 즉시성과 편의성으로 무장한 이들 포맷에 대한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현재는 새로운 포맷과 기존의 관습이 경합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경합은 지적재산권과 같은 이슈에 집중되어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콘텐츠의 개념을 내용에 한정할 것인가 아닌가에 관한 문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콘텐츠를 담는 포맷이 변화하면, 자연히 콘텐츠의 의미 역시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의 디지털화는 내용의 의미를 정보의 차원으로 축소하고 있지는 않은가? e-book이 책을 ‘씌여진 글의 집합’이라고 간주하듯, 혹은 디지털 음반이 음반을 ‘녹음된 음원’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접근에 대한 저항감은 ‘놀랄 만큼 다양했던 기존의 아름다운 표현 형식들’을 잃게 된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아쉬움을 담은 글이 나온 지 일주일 전에, 디지털 음반을 기존 음반처럼 즐겨보자는 하나의 제안이 공개되어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Ironic Sans에 게재된 ‘디지털 주얼 박스’는 디지털 음반을 위한 디지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실현 가능성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단순한 아이디어의 제안에 불과하지만, 글 아래로 달린 덧글들의 어조는 열렬하기 그지없다(mp3 애호가들 조차 기존 음반 패키지를 가슴 절절히 그리워했음을 반증하는 듯 하다). 

DJB(Digital Jewel Box)는 JPEG 섬네일이 되어버린 음반 커버와 온데간데 사라진 앨범 속지를 되살리는 일종의 디지털 액자다. 마치 CD 케이스처럼 생긴 이 기기를 충전 도크에 끼워 스테레오 시스템이나 컴퓨터 옆에 설치하면, 음향 기기와 도크가 무선으로 연결되어 현재 재생되는 음악의 음반 이미지를 자동으로 스크린 위에 띄운다. 또한 트랙 리스트, 가사, 앨범 크레딧 등 기타 정보를 마치 속지를 뒤적이듯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DJB는 현재의 무선 홈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mp3 파일을 전통적인 형식의 음반처럼 경험케 한다. 

이미 우리는 사방으로 펼쳐지던 아트록의 화려한 LP 커버 아트를 잃었다. 뉴오더의 <블루 먼데이> 와 같은 앨범 커버 디자인에 가슴 두근거렸던 나날도 멋 옛일처럼 느껴진다. 멋지게 디자인된 음반에는 어떤 여운이 있어, 단순히 안에 담긴 음악으로 환원되지 않는 매혹을 자아낸다. DJB는 이러한 경험을 복구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형식으로 익숙한 과거의 외양을 복원하려는 시도란 아이러닉하다. 차라리 그것은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절충적으로 화해시키려는 시도에 가깝다. 

“우리 시대의 앨범 커버는 JPEG 파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그마한 섬네일과는 사랑에 빠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이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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