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0 | ‘잃어버린 도시로부터’

Editor’s Comment

반듯함과는 거리가 먼, 자가성장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파벨라 풍경을 가구에 옮겼습니다. 가구의 뼈대를 채운 것은 제각각 소재의 서랍과 상자들입니다. 2009년 당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티안 비방코는 이제 여러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더불어 멕시코의 라탄 가구 브랜드인 발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도 맡고 있지요.

멕시코 출신의 영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비방코(Christian Vivanco)[1]. 며칠 사이, 그의 최근작인 ‘잃어버린 도시로부터(From a Lost City)’가 여러 디자인 매체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구조의 선반장에 들어찬 서로 다른 소재와 크기의 서랍과 박스들은, 어딘가 모르게 엉성한 인상을 준다. 흔히 좋은 디자인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무질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 마디로 ‘잃어버린 도시로부터’는 빈민촌, 파벨라(favela)의 풍경을 가구로 옮긴 작품이다. 대부분 무허가의 불법 건물들. 이들 주택은 필요에 따라 층이나 계단을 더하며 자라나고, 그렇게 자가-성장하는 주택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광경은 무작위적인 혼란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비정형적인 집들이 만들어내는 도시 변두리의 풍경. 크리스티안 비반코는 그 혼란스러운 인상 속에서 ‘잃어버린 도시로부터’의 영감을 얻었다. 

비방코는 나무 막대들로 가구의 기초 구조를 세우고, 여기에 OSB합판, 대나무, 폴리카보네이트 등 여러 가지 소재의 제각각의 상자, 서랍들을 채워 넣었다. 분명 어지럽지만, 함께 어우러지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다. 마치 파벨라의 제각각 집들이, 디자이너의 표현대로“그리드 없는 혼돈의 자유”를 빚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다시 한 번 가구를 들여다보면, 첫 인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너무 정돈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비방코는 <월페이퍼*> 매거진의 ‘2009 졸업생 디렉토리’에도 이름을 올린 유망한 신인으로, 현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고 있다. 

www.christianvivanco.com

ⓒ designflux.co.kr


[1] 표기 수정: 크리스티안 비반코 -> 크리스티안 비방코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3-21 | 구겐하임 아부다비 보이콧

건축 소식은 보통 설계 단계나 완성 단계를 다루곤 합니다. 전자의 경우 누구의 설계인가에 방점을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모’가 필요한 규모의 설계라면 더욱 그렇죠. 그런데 어느 건물이 설계되어 완성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건설 과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어떤 건물이 말 그대로 노동자의 피 땀 눈물, 심지어 목숨으로 세워진다면요? (...)

2010-05-11 | 3D 프린터로 건축 모형을

프리덤 오브 크리에이션은 3D 프린팅 기술의 가능성을 앞서 실험한 디자인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이미 패션 액세서리, 조명, 제품 등 여러 분야에서 디자인을 선보였던 그들이 2010년에는 3D 프린터로 정교한 건축 모형을 제작했죠. 이듬해 프린팅 오브 크리에이션은 2011년 3D 프린팅 전문 기업 3D 시스템스에 인수되었습니다.

2009-11-23 | 시장을 품은 아파트

주상복합건물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또 이런 건물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MVRDV가 설계한 ‘마켓 홀’의 놀라운 부분은 건물이 재래 시장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물이 곧 시장의 아케이드가 되어 흥미롭게 동거합니다. ‘마켓 홀’은 예정대로 2014년 완공되었고, 그 모습은 이곳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2007-08-13 | 알루미늄 아이맥

2007년은 아이맥이 처음으로 알루미늄 몸체를 갖게 된 해입니다. 형태 면에서 G5부터 이어져 온 모니터 형태의 일체형 디자인을 이어가되, 재질 면에서는 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과 완전히 단절하고 알루미늄으로 넘어왔습니다. 올해 애플 자체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새 아이맥이 등장하기 전까지, 은색 알루미늄 바디와 검은색 배젤 그리고 전면 하단 로고가 아이맥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은 기존의 인텔 아이맥과 색색의 실리콘 아이맥이 공존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과거의 것이 될 ‘그’ 아이맥의 시작으로 돌아가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