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7 | 펫숍보이스의 QR 코드 뮤직비디오

Editor’s Comment

“잘못한 일이 없다면 두려워할 것 없지. 숨길 것이 있다면 아예 여기 있어서도 안돼.” 펫숍보이스의 〈인테그럴〉은 말하자면 빅브라더가 화자인 노래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부르는 이의 메시지는 아닙니다. “우리가 운용하는 체제에선 모두가 고유 번호를 가지지. 당신의 인생이 정보로 존재하는 상황으로 우리는 나아가고 있어.” 뮤직비디오는 그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영상 속 QR 코드의 형태로 말없이 전합니다. 

아마도 펫숍보이스(Pet Shop Boys)의 <Integral> 뮤직 비디오는 QR 코드를 내장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럼퍼스 룸(Rumpus Room)이 제작한 이 비디오 클립 이미지들의 사이 사이에는 100여 개의 QR 코드가 담겨 있다. QR 코드란 일종의 바코드로, 이를 통해 URL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카메라폰으로 읽어 들여 인식하게 된다. 당신의 휴대폰이 운좋게도 QR 코드 인식이 가능한 기종이라면, 뮤직 비디오 속 QR 코드 이미지를 촬영해 해당 사이트로의 링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Integral>은 ‘ID 카드’로 대표되는 개인정보의 중앙 관리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노래로, 닐 테넌트의 표현을 빌면 “권위주의적인 신노동당 스타일의 정부 관점에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감시의 필요를 정당화하는 정부의 입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말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당신이 잘못한 일이 없다면, 숨길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지 않은가”. 

<Integral>은 바로 이러한 감시 옹호의 말을 서막으로 삼아 표면상으로는 개인들에게 시스템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막상 비디오에 삽입된 QR 코드는 모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옹호하는 온라인 사이트들로 향한다. 이 노래의 화자가 빅브라더라면, 인지 할 수 없는 형태로 삽입된 이들 코드야말로 <Integral>의 진짜 메세지라 할 수 있다. 

현재 펫숍보이스는 뮤직비디오의 스톱 프레임들을 PDF 파일 형태로 배포하고 있다. 파일의 각 페이지는 비디오의 한 프레임에 해당하며, 이를 수정하거나 내용을 첨가해 또 다른 버전의 <integral> 뮤직 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 만일 뮤직 비디오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다면 이를 YouTube <Integral> 그룹에 업로드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또 이 그룹 페이지에는 비디오를 제작한 럼퍼스 룸이 직접 설명하는 작품 콘셉트와 제작 과정 영상도 올라와 있으니 참조할 만 하다.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8-18 | ‘인베이더’ 개인전

세계 곳곳에 외계 침공자가 숨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아티스트 ‘인베이더’는 1970년대의 컴퓨터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침략자들을 도시 풍경 속에 숨겨 놓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대의 도트 그래픽을 모자이크 타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요. 2009년 열린 인베이더의 개인전이 오늘의 소식입니다. 모자이크 타일 외에도 루빅스 큐빅으로도 특유의 ‘저해상도’ 그래픽을 구현했지요. 

사물이 말을 한다면 #3 사랑의 시간을 잃고 수난의 시간으로

나는 달린다 나는 매일 달린다. 큰 키에 무성한 이파리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의 호위아래서, 둥실...

2011-10-07 | 아이시포스터

아이시포스터는 전 세계의 오리지널 빈티지 포스터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주력은 60~70년대 폴란드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폴란드의 시각 문화에 있어 포스터가 차지하는 자리는 독특합니다. 영화 포스터도 정말로 색다르죠. 영화의 주요 장면나 주역들의 얼굴이 주를 이루는 전형적인 포스터는 오히려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아이시포스터에서 폴란드 포스터 특유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해보시죠. 

2011-03-14 | 소재 탐구: 젤포

어떤 디자인은 소재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 엘리제 가브리엘은 ‘포옹’이라는 이름의 컬렉션을 통해 ‘젤포’라는 이름의 신소재를 제품 디자인에 끌어 안습니다. “예측을 뛰어넘는 의외의 요소가 매력”이라는 이 낯선 소재가 테이블, 의자, 조명처럼 익숙한 사물에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2011년도 오늘의 뉴스에서 다시 만나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