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2 |〈뉴욕타임스〉의 비범한 간판

Editor’s Comment

2007년 <뉴욕타임스>는 근 100년 가까이 머물던 웨스트 43번가 229번지를 떠나 새 건물로 이사합니다.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52층의 유리 타워로요. 이제부터 이곳이 <뉴욕 타임스>의 본사임을 알릴 대형 간판이 필요했습니다. 건물의 조형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뉴욕의 까다로운 조닝 규정도 지킬 간판의 디자인 작업은 펜타그램의 몫이었습니다. ‘10,116 포인트 크기’의 로고가 어떻게 신축 타워의 파사드에 안착하였는지, 14년 전 오늘의 뉴스에서 만나봅니다. 

지난 주 뉴욕 8번가에 들어선 <뉴욕타임스>의 신축 본사 건물의 파사드 위로 대형 간판이 설치되었다. 이 신문사를 대표하는 프락투어(Fraktur) 서체로 쓰여진 이 간판의 디자인 및 설치 작업은 펜타그램이 맡아 진행했다. 사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간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천여 개 가량의 조각들을 조립해 만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913년 이후로 줄곧 사용해 오던 예전 건물을 떠나 올 봄 현재의 신축 타워로 자리를 옮겼다. 이 초고층 타워는 렌초 피아노의 디자인으로, 그는 체사르 필리, 프랭크 게리, 노먼 포스터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뉴욕타임스> 본사 신축 설계 공모에서 우승했다. 

피아노의 제안은 빌딩의 바닥부터 끝까지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타워였다. 이 유리성을 감싼 제 2의 피부는 하얀색 도자 막대로, 알루미늄 프레임에 부착되어 건물에 은은한 안개가 더해진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이 도자 막대들은 직사일광의 열기에서 유리벽을 보호하고, 입사광을 건물 내부 벽에 반사하는 실용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펜타그램은 건물 파사드의 조형미를 훼손하지 않는 동시에, 타임스퀘어의 독특한 구역화zoning 요건(이 지역의 고유한 특징들을 보존하기 위한 요건으로, 특히 간판 및 사인물 설치에 있어 엄격한 규정이 내려져 있다)을 준수하는 간판을 디자인해야 했다. 펜타그램 측의 표현을 빌면 “어떻게 하면 15피트 이상의 신문사 로고를 미니멀리스트 건축가의 빌딩 위에 설치할 것인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전망권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말이다. 

해답은 간판을 잘게 쪼개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로고에 등장하는 각각의 글자들을 래스터화하여 rasterized, 수평의 띠로 나눈 것이다. 총959개로 나뉜 각각의 조각은 건물 파사드의 도자 막대에 꼭 맞게 끼워지도록 제작되었다. 건물의 독특한 파사드 구조를 이용한 영리한 디자인 덕분에, 건물 바깥에서는 로고가 명백히 잘 보이지만, 건물 안에서까지 로고의 뒷면을 보아야 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본사 건축의 과정 및 관련 내용을 담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렌초 피아노의 디자인 개요는 물론이고, 사진가 애니 라이보비츠가 촬영한 공사 현장의 다큐멘터리 사진 등등을 감상할 수 있다.

http://www.newyorktimesbuilding.com/
https://www.pentagram.com/work/the-new-york-times-building/story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6-08-30 | 호텔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객실마다 구비되어 있는 가전제품들이 있습니다. TV부터 알람 시계, 드라이어까지, 어느 호텔을 가도 있으리라 기대하는 기기들이지요. 그러나 대개는 제각각의 회사에서 나온 제각각의 제품들입니다. 리얼플리트(현 아마다나)의 ‘바루슈’는 정확히 호텔을 겨냥한 소형 가전 브랜드였습니다. 지난 6월 발표된 에어비앤비와 무인양품의 ‘호스트를 위한 필수품’ 소식 생각도 떠오르는, 15년 전 오늘의 뉴스입니다.

외계인 대사관

네덜란드와 대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찬 훙 루(Hung Lu Chan)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외계인 대사관(The...

2010-09-13 | 이베이 박스

팬데믹을 지나며 미국에서도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안전과 편의가 낳은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면 포장 폐기물의 증가입니다. 배송이 유일한 판매 방식인 기업들은 그래서 전통적인 일회용 종이 박스 대신에 재사용 박스를 도입하기도 했죠. 2010년 이베이는 종이 박스이면서도 최소 5번의 재이용을 꾀하는 포장을 모색했습니다. 이름하여 ‘이베이 박스’는 그것이 이베이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습니다.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기도 하고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기도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이베이 박스 홈페이지 링크도, 이베이 그린 팀의 홈페이지 링크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2008-10-20 | 필름 카메라의 귀환

무엇인가가 주류로 부상할 때, 그것에 의해 밀려난 것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시기와 클래식 카메라, 로모, 토이 카메라 등이 인기를 누린 시기가 비슷했던 것처럼요. 2008년 일본의 슈퍼헤즈가 내놓은 ‘블랙버드, 플라이’도 그러한 맥락에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