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3 | 잘못된 가게

Editor’s Comment

들어오라면서도 문은 닫았다는 가게, 영예로운 미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가득하지만 전체를 통째로 사지 않는 한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가게. 2007년 뉴욕 디자인 위크 기간에 문을 연 첼시의 ‘잘못된 가게’입니다.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과 큐퍼-휴잇 디자인 뮤지엄의 그레고리 크럼이 만든 이 이상한 가게는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수많은 전시와 이벤트, 파티로 가득한 뉴욕 디자인 위크 기간 중에도 단연 화제가 된 공간이 있으니, 바로 ‘잘못된 가게(The Wrong Store)’가 그것이다. ‘들어오세요, 닫았습니다(Come in We’re CLOSED)’라고 쓰인 출입문의 팻말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자아낸다. 

가게 안쪽에는 독창적인 예술가 디자이너들의 희귀, 한정 작품들이 가득하다. 솔 르윗, Kaws, 제니 홀저, 요제프 보이스, 이브 베하, 마르탱 마르지엘라, 마크 뉴슨, 도널드 저드, 헬라 용게리우스, 부훌렉 형제 등 이 상점의 작품 라인업은 유수의 갤러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이 곳 ‘잘못된 가게’에서 디자인과 예술, 패션은 서로 어깨를 맞댄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가게에서 무엇인가를 구매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모든 작품과 상품은 개별 판매되지 않는다. 가게 안에 자리잡은 모든 아이템을 일괄 구매하지 않는 한에는 말이다. 확실히 어딘가 잘못된 상점임에 틀림없다. 

이 가게 아닌 가게를 창조해 낸 장본인은 누구일까? 심술맞은 괴짜를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취향의 제조자’이기도 한 뉴욕의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Tobias Wong)과, 쿠퍼-휴잇 디자인 뮤지엄의 기프트숍 책임자 그레고리 크럼(Gregory Krum)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상점으로서의 갤러리 혹은 갤러리로서의 상점이라는 콘셉트에 기반해 ‘잘못된 가게’를 만들었다. 2005년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ellan)이 뉴욕 첼시에 문을 연 ‘잘못된 갤러리’의 상점형 판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잘못된 가게’의 기획자 중 한 사람인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우측)

‘잘못된 가게’는 게릴라식 팝업숍으로 뉴욕 디자인 위크가 개막하던 지난 5월 19일 문을 열었으며, 앞으로 두 달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8-06 | 빌 재너, “예술가의 손”

강남 하림타워를 파고 흐르는 곡면의 벽을 설계한 곳은 벡 그룹이지만, 그것을 구현한 곳은 재너입니다. 2009년 <와이어드>는 금속 엔지니어링과 제작의 스페셜리스트라 할 재너의 대표 빌 재너를 소개했습니다. 각종 건축물에서 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손”이 되어 그들의 비전을 실현하는 재너의 작업을 만나봅니다. 

〈디자인 이슈〉(Design Issues) Autumn 2021: 디자인은 미학인가 수사학인가?

<디자인 이슈(Design Issues)> Autumn 2021, Volume 37, Issue 4 표지 ‘디자인의 설득?: 미학과 수사학 사이의 디자인론(Persuasion by...

2011-10-04 | 이리스 판 헤르펀: ‘카프리올레’ 컬렉션

“테크광들의 알렉산더 맥퀸.” 이리스 판 헤르펀의 2012 F/W 컬렉션을 두고 <패스트 컴퍼니>가 선사한 표현입니다. 실제로 알렉산더 맥퀸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음을 생각하면 또 재미 있는 표현이지요. 2010년 패션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의상들을 선보였던 그가 본격적으로 그 가능성을 펼쳐보였던 2011년의 ‘카프리올레’ 컬렉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6-09-13 | 브라질의 이색 공중전화 부스

공중전화 부스 앞으로 차례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줄지어 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먼 기억의 풍경이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겠지요. 2006년 오늘, 디자인플럭스는 브라질의 별난 공중전화 부스들을 소개했습니다. 앵무새, 과일을 닮은 원색의 부스부터 현대적인 파이버글래스 소재의 부스까지, 브라질의 사진 제작 회사 로스트 아트가 모은 이색 전화부스들을 만나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