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7 | 안전한 성교를 위하여

Editor’s Comment

2007년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디자인 인다바 엑스포에서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로 꼽힌 것은 가구도 조명도 장신구도 아닌 콘돔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콘돔 착용 도구와 결합된 콘돔이이었죠. 콘돔 기구가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로 선정된 배경에는 애석하게도 아프리카 대륙,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중대한 보건 문제가 되어버린 AIDS 감염 확산의 현실이 있었습니다. 이 작고 간편한 도구는 원하지 않는 임신에서 성병, AIDS까지 여러 모로 ‘안전한’ 성교를 위한 물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콘돔 기구였을 뿐이다. 그러나 디자인 인다바(Design Indaba)는 이 제품을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라 명명했다. 

지난 주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된 디자인 인다바 엑스포에는 우수한 지역 디자인 제품 수백 점이 전시되었고, 그 중에서도 15개 제품이‘남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 어워드의 후보에 올랐다. 가구, 조명, 장신구와 같은 후보작 사이에 놓인 콘돔은 다소 낯선 광경이었다. 하지만 디자이너 위르헨 베이가 발표한 2007년 최고의 아름다운 오브제는 바로 이 콘돔 기구였다. 

이 콘돔 착용 도우미는 빌렘 판 렌스뷔르흐(Willem van Rensburg)가 발명했고, 산업 디자이너 롤프 멀더(Roelf Mulder)가 디자인했다. ‘쉽고 빠르게’ 콘돔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콘돔을 포장째 잡고 반으로 꺾어 씌우기만 하면 순식간에 착용이 끝난다. 아프리카에서 ‘안전한 섹스’란 피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콘돔은 날로 확산되어 가는 AIDS 문제에 대한 가장 간편한 해결책이다. 간단한 사용법이야 말로 AIDS에 대항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현재 이 제품은  프론토(Pronto) 사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 재빠른 착용 시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여 이 콘돔은 2년 전 뉴욕 MoMA에서 개최된 ‘SAFE’ 전시에 선보인 것과 동시에 곧바로 MoMA의 영구 소장품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6-08 |  음반, 당신 뜻대로

2011년 6월 3일, 영국의 록 밴드 카이저 칩스의 새 음반이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다만 음반에 어떤 노래가 수록될지 음반 표지는 어떤 모습일지 결정하는 주체는 카이저 칩스가 아니었습니다. 음반을 사러 온 이의 몫이었죠. 표지 디자인에서 선곡 그리고 수익의 배분까지, 정말로 ‘당신 뜻대로’의 앨범이었습니다. 

2011-06-03 | 벨-오르골

사토 오키가 이끄는 디자인 회사 넨도의 작업은 작은 열쇠에서 11층 건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2002년 도쿄에 사무실을 연 이래, 넨도는 한 해에만도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디자인 회사가 되었지요. 그중에서도 2011년 넨도가 선보인 감미로운 소품이 오늘의 소식입니다. 편백나무를 종 모양으로 깎아 만든 오르골. 여기에 손잡이나 고리 같은 요소들을 응용해 작동 방식을 달리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2010-07-15 | 이번에는 세라믹

전기주전자와 세라믹의 만남. 프랑스의 엘리움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로벤타의 ‘세라믹 아트’입니다. 도자기와 찻주전자는 본래 친연하지만, 그것이 전기주전자일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엘리움 스튜디오는 엘라스토머 소재의 도움을 받아 세라믹과 가전의 안전한 동거를 성취했습니다. 오늘자 뉴스는 현대 도자 산업의 성취와 가능성을 다루었던 전시회 ‘오브제 팩토리’ 이야기와 함께 보아도 좋겠습니다.

2010-04-23 | 탑승권 리디자인 릴레이

코로나19를 지나며 가장 먼저 여행이 ‘멈춤’에 돌입했고, 어느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항공권을 들던 때가 그리울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뉴스로 ‘항공권’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어째서 항공권을 손에 들고서도 우왕좌왕하게 될까. 표를 언제 왜 들여다보게 되는가를 중심으로, 탑승권의 정보에 순서와 강조점을 부여한 어느 개인의 리디자인 제안과 그에 이어지는 릴레이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